"엄마, 나 좀 달리고 올게."
아르바이트를 다녀온 후 막내아들이 하는 말이다.
이 아이는 자신의 삶을 재정비해야겠다는 생각을 할 때마다 식단관리와 달리기를 병행한다. 밀가루와 튀긴 음식을 철저하게 먹지 않고 꾸준히 달리기를 하고 있다. 한 2주 동안 실천하니 얼굴의 윤곽이 달라지고 몸이 가볍단다. 무엇보다도 마음이 들쭉날쭉하지 않고 가지런하다고 한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곳은 햄버거를 파는 가게다. 간식이나 식사로 자신이 좋아하는 버거를 풀세트로 먹을 수 있지만 도시락으로 싸간 찐 달걀 두 개와 매장에 있는 토마토 몇 조각으로 점심을 해결한다.
아이의 달걀 도시락은 실리콘으로 만들어졌으며 연보랏빛이고 달걀 두 개가 딱 맞게 들어갈 정도의 앙증맞은 크기이다. 그 도시락을 주문하여 식단을 실천하는 모습을 보면 무언가 결연한 마음과 실천과정에서의 재미까지 고려한 재치가 돋보인다.
"집에 빈 용기가 많은데 왜 새로 주문했어?"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는 도시락을 준비하면 실천과정도 더 즐거워지니까. 예쁘기도 해야 해. 눈으로 느껴지는 만족감도 있으니까. 식단 시작하면서 의미 있는 도시락을 준비하는 건 중요해."
아이의 말을 들어보니 나름 의미가 있다고 생각했다. 달걀 도시락통은 실리콘이라 소리가 나지 않고 위생적이며 두 개의 달걀이 안정적으로 쏙 들어간다. 식단과 달리기를 할 즈음 자신의 방도 단순하고 정갈하게 정리했다.
엄마 아빠가 아이스크림을 먹을 때도 아이는 괜찮다고 사양한다. 철저하게 성분표를 보고 밀가루가 들어간 양념도 피한다. 하루하루 실천하면서 자신이 10월까지 실천할 예정이며 중간에 이를 어기면 발견한 사람에게 20만 원의 벌칙금을 주겠다고 SNS에 공표했다. 날마다 담담하게 실천하는 아이를 보며 아이는 부모보다 진화한 존재가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어제저녁에 호수를 따라 걷다가 뛰다가를 반복하였다. 더위에 뛰는 것이 힘들어서 20초 뛰고 10초 걷기를 반복하였다. 이러한 방식을 인터벌 트레이닝(interval training)이라고 한다. 고강도 운동과 저강도 운동을 번갈아 하는 운동방식으로 짧은 시간에 심장의 박동수를 높이는 과정이다. 강도는 각자의 체력 수준에 따라 다르게 조절할 수 있다.
인터벌 트레이닝의 운동효과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체지방을 효과적으로 연소시켜 체중감량에 도움이 된다. 운동이 끝난 후에도 칼로리 소모가 지속적으로 이루어진다니 신기한 일이다. 또한, 심박수를 빠르게 올리고 휴식하는 시간 동안 회복을 반복하면서 심장도 강화되고 폐도 튼튼해진다. 엄마가 심장이 안 좋으시니 나도 나의 심장을 걱정하게 되는데 반가운 소식이다. 나는 달려야 한다. 달릴 수밖에 없다. 인터벌 트레이닝은 심폐 지구력을 향상해 전반적인 체력 수준을 높일 수 있고, 근육의 활성화를 유도하여 근력 향상에 기여한다. 짧은 시간 안에 높은 운동 효과를 얻을 수 있어 바쁜 일상 속에서도 실천 가능하다. 특히 시간 대비 효율을 중시하는 사람들에게 아주 유용하다. 꾸준히 실천해 보고 몸의 변화와 정신의 변화과정을 경험하고 싶다.
꾸준히 달리는 사람들을 보면 경이롭다. 내가 알지 못하는 세계를 넘나들며 날마다 자신을 바로 세우는 경험하는 것 같다. 나도 언제쯤 그 대열에 들어설 수 있을까? 일단, 한 달 동안 지속해 볼 계획이다.
나는 몸의 변화에도 관심이 가지만 달리기가 정신의 변화에 어떻게 작용할 것인지도 매우 궁금하다. 달리기와 걷기가 유사하다면 마음을 더욱 평온하게 만들어 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달리기가 마음에 작용하는 힘이 더 강력하지 않을까? 실제로 인터벌 트레이닝을 실천한 사람들 중 감정의 기복이 현저하게 줄었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또 하나는 이 달리기가 나의 꿈과 미래에 어떻게 작용할 것이냐에 대한 기대감이 적지 않다. 나의 미래에 대한 계획실행에 대해서 말이다.
어제는 지인의 상담실에 놀러 갔다가 모래상자를 하나 만들어 봤다. 나는 그 모래상자 이름을 [나의 미래]라고 이름 지었다. 그 모래상자 안에는 올리브 나무에 올리브가 주렁주렁 열려있고 해변에서 노부부가 벤치에 앉아 책을 보거나 쉬고 있다. 나의 아이들 커플이 놀러 왔고 손주들도 왔다. 나의 모래상자 안에는 두 개의 다이아몬드와 진주목걸이가 있고 풍부한 음식과 아이스버킷에 재운 음료들이 마련되어 있다.
내가 모래상자의 이름을 '나의 미래'라고 이름 지은 것은 내담자인 내가 이 모래상자를 미래의 자기상으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이 장면은 단순한 상상이 아니라 자기실현의 비전을 담고 있다고 볼 수 있고 자기 주도적 삶에 대한 의지와 긍정적인 미래상을 반영한다.
내가 나의 모래상자에서 가장 좋아하는 것은 열매가 풍성하게 열린 올리브 나무이다. 올리브는 평화, 번영, 생명력을 상징한다. 올리브의 열매가 주렁주렁 열려 있다는 표현은 나의 노력의 결실, 삶의 풍요로움을 꿈꾸는 마음을 나타낸다. 해변의 벤치에 노부부가 함께 앉아 책을 읽고 쉬는 모습은 안정된 관계, 지속적인 사랑, 지혜로운 노년에 대한 나의 바람을 상징한다. 이것은 내가 정서적인 안정과 관계의 지속성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것을 보여준다.
나는 모래상자에 나의 아이들 커플과 손주를 배치했다. 가족의 확장과 세대 간 연결은 삶의 연속성, 소속감, 가족에 대한 긍정적 기대를 나타낸다. 내담자인 내가 사회적 유대와 따뜻한 공동체를 갈망하고 있다는 신호일 수 있다. 가족 공동체의 단단한 결속에 대한 대한 소망을 가지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나는 모래상자의 왼쪽 하단에는 진주목걸이를 울타리처럼 둥글게 놓고 그 안에 붉은 다이아몬드를 배치하고 왼쪽 상단에는 파란 다이아몬드를 배치했다. 이 보석들은 가치, 아름다움, 성취를 상징한다. 두 개의 다이아몬드는 자기 자신과 중요한 타인, 즉, 나의 배우자를 의미할 수 있고, 진주는 내면의 성숙함과 고귀함을 나타낸다.
모래 상자의 왼쪽 하단은 일반적으로 과거, 내면의 기초, 감정의 영역을 상징한다. 진주목걸이를 울타리처럼 둥글게 배치한 것은 내가 자기 보호, 감정적 경계, 또는 소중한 것을 지키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 것으로 볼 수 있다. 그 안에 붉은 다이아몬드를 배치한 것은 강렬한 열정, 사랑, 생명력, 또는 중요한 감정적 핵심을 상징한다. 이 조합은 내담자인 내가 자기 내면의 열정이나 가치 있는 감정을 보호하고 싶어 하는 욕구를 나타낼 수 있고, 혹은 과거에 있었던 강렬한 경험, 그것이 사랑 또는 상처일 수도 있고 성취일 수도 있는데 이것을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모래 상자 왼쪽 상단은 파란 다이아몬드를 배치했다. 왼쪽 상단은 과거와 이상, 정신적 영역을 상징한다. 파란색은 지혜, 평화, 진실, 영적 성숙을 상징하고, 다이아몬드는 여전히 가치와 강인함을 의미한다. 이 배치는 내담자인 내가 과거의 경험 속에서 얻은 지혜나 정신적 성숙을 중요하게 여긴다는 신호일 수 있고, 또는 내면의 이상적인 자아, 혹은 정신적 목표를 상징할 수도 있다.
이를 통해 심리적 통찰을 한 번 해보자.
지금 바로 작가의 멤버십 구독자가 되어
멤버십 특별 연재 콘텐츠를 모두 만나 보세요.
오직 멤버십 구독자만 볼 수 있는,
이 작가의 특별 연재 콘텐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