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밥 싸기와 글쓰기의 상관관계
소풍날이면 엄마가 싸줬던 엄마김밥.
김밥천국에 가면 꼭 먹었던 페이보릿 참치김밥.
뭐 먹기 마땅치 않을 때 먹었던 아무 김밥.
분식집에 가면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었던 꼬마김밥.
보육교사였을 때 소풍 가면 아이들 김밥을 한 개씩 먹어봤다. 누구 하나 김밥 한 입 먹어보자고 하면 아이들이 너도 나도 “선샌밈 내 김밥도 머거봐여” 라며 한 개씩만 내밀었다. 내 김밥 먹기 전에 이미 배가 불러버릴 것만 같았지만 고사리 손으로 내민 김밥 거절할 수가 없었다.
한국에서 흔한 김밥이 남아공에 온 뒤로는 비싸기도 하지만 특별메뉴가 됐다. 김밥 파는 곳도 없고 만들어 먹지 않으면 먹을 수 없는 메뉴다.
밥 하기 싫은 날이면 김밥이 그렇게 생각난다. 한국이면 문 열고 나가 집 근처 분식집에서 김밥 한 줄 돌돌 말아 가지고 와서 와그작 씹어먹으며 허기를 달랠 텐데 못한다고 생각할 때는 더 그립다. 특히 아이들이 가끔 김밥 먹고 싶다고 하면 귀찮다가도 김밥을 말아야지 하면서 재료를 주섬주섬 사 온다.
"우리 이번 주에 김밥 만들어 먹자." 그럴 때면 미리 예고를 한다.
당장 그날 만드는 것도 아니고, 예고라니 아이들이 애가 닳을 법도 한데 '이번 주'라는 단어에서 희망을 갖는다. 나는 약속해로 이번 주 중 언제 김밥을 만들지 스케줄에 넣어야 한다.
이틀 전 김밥을 만들었다. 오이 채 썰어 속 파내고 소금 설탕 식초에 버무린다. 달걀은 6개 정도 풀어서 소금 간한다. 달걀지단 만드는 동안 어묵과 맛살은 해동하고, 당근 채를 썬다. 밥을 퍼서 소금, 참기름, 깨소금으로 간한다. 이렇게만 준비해도 맛있는 김밥 만들 재료 준비 끝이다. 여기에 소고기 볶음이나 참치마요, 깻잎 한 장 넣어주면 환상의 맛이지만 없을 때는 어묵이 있는 것만으로도 따봉이다.
지난번 한인 마트에 갔을 때 김밥용 우엉이 보이길래 김밥에 넣는다며 한 팩 사다뒀다. 이놈의 정신머리, 김밥 재료 준비할 때까지만 해도 머릿속에 '우엉, 우엉, 우엉'이라며 중얼거렸는데, 결국 그것만 쏙 빼놓고 김밥을 쌌다. 다 싸서 먹고 다음날 생각이 났다. 아직도 냉장고에서 우엉거리며 누워있다. 비싸기도 하지만 잘 보이지도 않는 우엉이라 큰맘 먹고 샀는데 쏙 빼놨다니, 조만간 다시 만들어야 할 것 같다.
어렸을 때는 김밤 만드는 게 무척 어려운 줄 알았다. 신혼 초만 해도 김밥 싸는 일은 어렵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귀찮은 일이 분명했다. 남아공에 와서도 자주 김밥을 먹지 못하는 이유는 재료를 썰고 볶는 시간과 김밥을 마는 시간을 총 합해서 족히 1시간은 걸리기 때문에 잘 시작을 안 한다. 막상 일을 벌여 준비하기 시작하면 어렵지도 않은 일이라고 느껴진다.
글쓰기도 그렇다.
글쓰기를 하려면 김밥 재료 사 오는 것처럼 글감을 모아야 한다. 김밥 재료는 마트에서만 구할 수 있지만, 글감은 눈 뜨고 귀만 열면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있다. 세상천지 널린 게 글감이라 무척 편리하다. 게다가 돈을 들이지 않고도 살 수 있는 게 글감 아닌가!
원하는 모양대로 재료를 썰어 준비하는 것처럼 미리 글 쓰기 전에 키워드 별로 메모를 해두면 된다. 김을 준비하는 것처럼 글을 쓸 종이나 플랫폼을 열고, 그 위에 밥을 깔듯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적어내려가면 된다. 이 과정이 초고 작성 과정이 아닐까 싶다. 그 위에 갖가지 야채를 잘 골라서 가지런하게 담는다. 너무 넘치는 재료는 좀 빼내고, 가지런하게 재료를 잘 꾹꾹 눌러 담아 돌돌 만다. 이 과정이 퇴고다. 퇴고를 거치면 이제 참기름을 칠하듯 깨를 뿌리든 조금 단단하게 고독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칼로 예쁘게 썰어서 접시 위에 내놓으면 된다. 이 과정이 출간이다.
글쓰기와 김밥 싸는 것과 연결해보려 하니 다소 어색한 감이 있지만, 얼추 비슷한 과정을 통해 나온다. 다만 다른 것이 있다면 김밥은 내가 썰어 접시에 내가 내놓는데, 출간은 내가 출판사를 차리지 않는 이상 할 수 없다는 것! 물론, 자체 출간 방식 플랫폼에서 내가 할 수 있지만 컨펌은 출판 관계 업자가 한다.
이렇게 써 놓고 보니 그럴싸한 것도 같다.
김밥 재료를 썰 때 처음에는 일정한 간격으로 썰어야 된다고 생각했다. 김의 길이에 재료 길이 맞추고, 일률적으로 딱딱 잘라서 넣어야 된다며 말이다. 지금은 그냥 무조건 채 썬다. 그렇게 넣어서 말면 오히려 먹기도 좋고 싸기도 좋다. 글 쓸 때도 뭔가를 딱딱 맞춰서 잘 쓰려고 할 필요가 없다. 원하는 대로 쓰고 싶은 대로 편안하게 쓰고 나서 저기 저기 군더더기를 빼내고 정돈해서 잘 말면 한 편의 글이 된다.
글쓰기, 시작은 어려울 수 있다. 솔직히 말하면 시작뿐 아니라 쓰다 보면 어렵게 느껴지는 날도 있다. 그러나, 일단 시작이 먼저다. 어려운 일을 해내려면 시작하지 않고는 할 수 없다. 미루고 미루다 보면 결국 시작을 못하게 된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일단 쓰기 시작해야 한다. 뭐든 몇 글자라도 적어서 마침표를 찍어봐야 한다.
김을 펼쳤으면 밥을 깔아야 하는 것처럼. 맛있는 김밥이 먹고 싶다면 일단 옆구리가 터지고 재료가 삐져나오더라도 싸고 만다. 그래야 옆구리 터진 김밥이라도 먹을 수 있지 않나.
길 필요 없다. 일단 몇 줄이라도 써보겠다고 생각하고 쓰면 된다.
지금 시작하면 된다.
https://blog.naver.com/with3mom/223204330515
프로듀스Ur 글로다짓기에서는 함께 글쓰는 챌린지 진행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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