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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로다짓기 최주선 Jan 18. 2024

"시간을 공유하는 사이"

스와치 시계 마니아" S




글 쓰기 전부터 시계에 대해서 쓰겠다고 생각하고 제시어를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 

"시계"라는 제시어를 정하고 나니 20년 전 단짝 친구가 떠올랐다. "스와치 시계 마니아" S가 떠오른다. 나는 손목시계를 좋아하긴 했지만, 자라면서는 귀찮아서 잘 안 했다. 고등학교 때 만난 S는 시계를 항상 차고 다녔다. 스와치 매장을 지날 때면 그 매장 주변을 서성거리며 구경을 했다. 시계를 좋아했던 S가 가장 많이 구입해서 가지고 있던 건 시계가 아니라 '시계줄'이었다.  그때 처음으로 시계를 안 사고 시계 줄만 바꾸면 다양한 시계를 매일 차는 기분이겠구나 생각했다. 내 딴에는 기발한 아이디어였다. 시계 매장에 가니까 진짜 줄만 쫙 펼쳐 놓고 팔았다. 당시만 해도 스와치 시계는 센세이션 했다. 나에게만 그랬는지도 모르겠지만, 새로운 문화였다. 

친구 S덕에 나도 스와치 시계에 입문했다. 시작은 생일 선물로 받은 스와치 시계였다. 그전에도 다른 손목시계가 있었지만 이미 멈춘 채로 서랍에 넣어두고 지냈었다. 단짝 친구에게 스와치 시계를 받은 이후로 나도 괜스레 시계가 좋아졌다. 색색깔 시계줄을 사고 싶었지만, 주머니 사정을 생각해야 해서 두 개로 돌려썼다. 친구는 남방과 면바지를 좋아했는데, 시계도 옷 색상에 맞추어서 바꿔 끼고 다녔다. 제법 댄디해 보였다. 서로 매일 만날 정도로 친한 친구였다. 친구 따라 강남 간다는 말이 딱 우릴 놓고 하는 말이었다. 

수많은 시간을 함께 보냈으니, 시간을 공유하는 사이였다고 할 수 있을 정도다. 

20년 사이 어떤 계기로 친구와 관계가 틀어졌고 지금 연락 조차 하지 않고 지낸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남아공에 와 있으니 더 이상 공유할 것도 없다. 처음에는 몇 차례 연락 했지만, 늘 연결이 안 됐다. 뒤늦게 문자 몇 번, 마음이 떠난 걸 느꼈다. 그래서 나도 이제 그만해야겠다 싶었다. 사실은 왜 그렇게 관계가 소원 해졌는지에 대해서 꼬치꼬치 묻고 싶었다. 나는 아닌데 너는 왜 그러냐며 따져 묻고 싶었다.

관계란 부스러기 나도록 깨진 유리 조각 같아서 아무리 잘 붙여보려도 해도 틈이 생기기 마련이다. 

남아공 쇼핑몰에도 스와치 시계 매장이 있다. 매장을 지날 때마다 S가 떠오른다. 매장을 지나며 구경하는 둘째 다엘에게 이야기해 줬다. 

"엄마도 옛날이 이 시계 많이 찼어. 엄마 친구가 무척 좋아했거든. 친구가 좋아하니까 엄마도 좋더라." 

지금은 지나간 인연이 되었지만, 행복 가득했던 지난 시간을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지나간 것은 지나간 대로. 

그저 추억으로 두면 된다. 


시간을 공유하는 사이가 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다. 서로에게 내어주는 시간이 아깝지 않은 관계가 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다른 인연과의 시간을 공유하며 살아간다. 내가 누릴 수 있는 시간, 서로 함께 누릴 수 있는 시간 속에서 또 다른 미래를 바라보고 서로의 성장을 볼 수 있는 사람이 있음에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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