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달라지기 마련이다
“사모님이요? 예전에 하고 싶은 말도 잘 못하고 그랬다고요? 아닌데, 지금은 전혀 아닐 것 같은데. 그거 사모님 성격 아니잖아요?”
남아공을 떠나오면서 공항까지 달리는 차 안에서 수다 삼매경이 펼쳐졌다. 서로 나이도 같고, 아이들 나이도 비슷해서 편하게 이야기할 주제가 많은 데, 이번 수다 주제는 남편과의 러브스토리였다. 어떻게 만나게 되었으며, 어떻게 결혼하게 되었는지 궁금해하길래 이야기 챕터를 열었다. 약 40분 달리는 내내 나는 한 30분가량 스토리를 펼쳐냈고, 운전하면서 이야기를 듣는 사모님은 박장대소하며, 놀란 추임새를 계속 넣었다.
“지금은 제가 하고 싶은 말도 잘하고, 제가 좀 거침없죠?”
“네, 하하하하. 그런데 사모님은 진짜 신기하게 기분 나쁘지 않게 잘 이야기하시더라고요.”
이야기를 듣고 같이 웃으면서 곰곰이 생각했다.
‘아,,, 내가 그랬네. 진짜 나는 옛날에 하고 싶은 말도 잘 못 하고 무조건 상대의 요구대로 했었네. 누군가 객관적으로 이야기하라면 나쁜 말도 바른말도 못 해서 그냥 얼버무리거나 듣기 좋게 돌려서 말하곤 했었구나. 그렇지 않으면 말을 잘 안 했었는데. 내가 아줌마가 돼서 그런가, 왜 이렇게 거침이 없어졌지?’
거의 목적지에 도착할 즈음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면서 차에서 내렸다.
그랬다. 나는 타인의 기분도 많이 살폈고, 눈치고 많이 봤다. 하고 싶은 말을 못 한 건 아니었지만, 최대한 말도 아꼈다. 그렇게 나보다 남을 더 생각하며 살았고, 남에게 더 맞추며 살아왔다. 그래야 착한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착한 아이 콤플렉스 탓이었을 수도 있다.
그러고 보니 나도 참 많이 변했다. 그리고 내가 언제 어떤 말을 했길래 내가 시원시원하게 말을 하면서 기분 나쁘지 않게 말했는지도 궁금해졌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물어볼 걸 그랬다. 어쩌면 기분 나쁜 순간이 있었을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런 거 있지 않은가, 의도치 않았지만 전해지는 말의 세기나 정도가 상대에게 타격이 있었을지도 모르는 그런 거 말이다.
사람이 태어나 자라면서 성격도 습관도 달라지고 분위기도 달라지는 게 당연하지 않은가 싶다.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겠지만, 나는 상황과 환경과 속한 집단과 맡은 역할에 따라서 유연하게 변할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그래왔고, 지금도 그런 거 같다.
다만, 오늘 그런 말을 듣고 보니 좀 더 말을 아낄까 싶은 생각이 살짝 들었던 것도 사실이다. 만나는 사람에 따라 대화의 주제가 다르고, 화법도 조금씩 다른 법인데 서로의 스타일도 다를 수 있으니 조심한다고 해서 나쁠 건 없다는 생각이다.
며칠 전 비행기 안에서 기록해 둔 윗글에 좀 더 덧붙이자면,
오늘도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MBTI 이야기가 나왔다.
"숙모는 음... J 일 것 같고, 음... E? 일거 같아요."
조카가 이야기 한 물음에 E와 I의 수치, J와 P의 성향도 F와 T의 유형 그리고 시간의 흐름과 일과 역할에 따른 변화에 대한 이야기도 나눴다. 서로 때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고, 그런 수치도 그렇게 달라질 수 있다고 말이다. 종종 그 사람을 겪어 보곤 그 사람에 대해서 다 아는 양 말하는 것을 듣는다. 보이는 모습에서 느껴지는 대로 말할 테지만, 잠시 경험해 보고, 몇 년 경험해봤다고 해도 어찌 그 사람의 성품과 인품 성격 유형까지 MBTI 하나로 말할 수 있을까 싶다. 어떨 때는 좀 불편하다. 마치 따뜻하고 다정한 성향을 가진 사람만 좋은 사람인 양 말하는 것 같을 때는 더욱 그러하다. 그렇지 않은 사람의 냉정하고 이성적인 모습은 정 없고 불편하다는 내색을 비칠 때면 더욱.
나는 모든 성향은 상호 보완적일 때 가장 안정적이라는 의견이다. 그리고 사람은 유연하기에 언제고 발휘할 수 있는 능력과 성향은 나타나기 마련이지 말이다.
전문적 영역에서 보자면 3가지 유형 검사를 다 끝내고 전체적으로 조합해 봐야 맞다고 들었다. 한 가지 유형으로 그 사람을 단정 지을 수 없다는 말이다. 얼마 전 읽었던 <불변의 법칙>에서도 말하긴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했고, 내가 생각하기에도 사람은 참 바뀌기 어렵다는 생각도 해본다. 하지만 시시각각 사람은 변할 수 있고, 시와 장소 때와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
예전의 나와 달라진 지금의 나를 묵상하다가 여기까지 왔는데, 앞으로는 또 어떻게 달라질까 생각해 본다.
이왕이면 서로에게 득이 되고, 힘을 주고 도움이 되는 사람이길 바라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