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첫 중동_카타르에서 지낸다는 것(2)
카타르 도하에는 부촌이 참 많지만, 그중에서도 제일은 ‘더 펄(The Pearl)’이다. 바다를 매립해서 조성한 인공섬인데 고급 주택 단지와 호텔, 몰이 몰려있다. 더 펄의 식당과 카페는 실외에 있더라도, 바닥 어딘가에서 에어컨이 나온다. 즉 그늘만 있으면 야외에서도 시원한 한낮을 보낼 수 있는 셈이다. 에어컨이 보이지도 않고, 그냥 평평한 바닥에 구멍도 찾아보기 힘든데, 좁은 틈새 어딘가에서 시원한 바람이 불어온다. 최고 부촌다운 모습이다. 하루는 더 펄에 있는 카페에서 커피를 마셨다. 햇살은 눈부셨고, 눈앞에 펼쳐진 잔잔한 바다와 화려한 요트, 그리고 바닥에서 나오는 시원한 바람은 그 자체로 천국 같았다. 최고의 여유를 보내던 중, 바닥에서 나오는 에어컨 바람에, 테이블 위에 있던 빨대 비닐이 날아갔다. 비닐은 땅에 떨어졌고, 나는 무의식적으로 쓰레기를 줍기 위해 일어났다. 그때 현지 가이드가 나를 말렸다. 카타르에서는, 특히나 더 펄 같은 부촌에서는 쓰레기를 줍지 말라고 했다. 그 이유인즉슨, 쓰레기를 줍는 사람이 따로 있고, 내가 쓰레기를 치우는 건 그들의 일거리를 없애는 행위라는 얘기였다.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것이 카타르의 문화였고, 카타르의 계급이었다.
외국인 노동자라고 다 같은 외국인 노동자도 아니었다. 피부색이 하얄수록, 영어 발음이 원어민에 가까울수록 임금이 높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반대였다. 주로 필리핀 쪽에서 온 노동자들이 6-70만 원의 임금을 받고, 방글라데시, 인도, 파키스탄 등지에서 온 노동자들은 2-30만 원을 받는다고 한다. 그러다 보니, 저임금 외국인 노동자들의 경우 담석으로 사망하는 사례가 종종 있다고 한다. 카타르는 콜라보다 물이 비싸고, 비싼 생수를 사서 마시기 부담스러운 외국인 노동자들은 수돗물은 마신다. 하지만 카타르의 수돗물에는 석회 성분 등이 다분하고, 수년 간 누적된 석회는 담석이 된다. 수술은 간단하다. 하지만 비용은 간단하지 않다.
월드컵을 앞두고 단기간에 여러 경기장을 지어야 했던 카타르에서, 수많은 외국인 노동자가 열사병으로 사망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도저히 낮에 활동할 수 없는 날씨지만, 본국에 있는 가족들에게 한 푼이라도 더 보내야 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밤낮없이 일했을 것이다. 후술 할 까따리와는 너무나도 다른 삶. 같은 하늘 아래, 같은 대지 위. 신분과 계급이 다르다는 이유. 인간은 때때로 서로에게, 생각 이상으로 잔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