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목 Mar 31. 2024

이상한 LP가게와 별난 손님들

#. 두근두근

그냥 '작은'이라고 퉁 치고 넘어가기에도 미안한 소규모 미세 출판사가 책을 내고 부닥치는 가장 큰 장벽은 책을 냈다는 사실을 알려야 하는데 정작 알릴 방법이 마땅치 않은 현실이다. 다행히 저자가 대중에게 영향력있는 인플루언서라면 좋겠지만, 그 역시 아니라면 사실상 돈을 내고 광고를 내지 않는 이상 새로 나온 책을 대중에게 폭 넓게 알릴 방법은 현실적으로 없다. 아니 하나 있기는 하다.


'입소문'


"그 책 재미있던데? 너도 읽어봐라." 그런 소문이 소문을 낳고 또 낳아서 책이 알려지고 판매되는 것.


사실상 대박나는 영화들도 다 입소문이 흥행을 견인한다. 영화는 산업의 규모상 대작의 경우 수십억의 광고비 지출을 불사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결국 흥행을 좌우하는 건 입소문이다. 그래서 영화가 수준에 못미치면 과한 광고비가 오히려 독이 되기도 한다.  

책은 영화와 산업의 규모가 다르다보니 과정은 좀 상이하지만 어찌됐든 입소문이 중요하다는 사실은 다르지 않다. 그런데 그 입소문이 나기 위해서도 최소한의 마중물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출판사가 시도하는 게 바로 서평단 모집이다. 도서를 제공하고 그 대가로 책에 대한 감상을 공유하는 것. 물론 이때 책에 대한 자신감은 필수다. (종종 영화가 자신없게 나왔을 경우 제작사는 개봉전까지 영화를 최대한 알리지 않기 위해 시사회도 하지 않는 등 깜깜이 전략을 쓰곤 한다. 뭐 그렇다는 얘기다.)


이미 눈치채셨겠지만 <이상한 LP가게와 별난 손님들>이 기댈 곳도 사실상 독자의 입소문 밖에 없다. 그래서 지난주부터 서평단을 모집했고, 이제 하나 둘씩 서평이 올라오게 될 것 같다. 서평단은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지만 그렇다고 해서 호평만 쓰지는 않는다. 뭐 당연한 얘기다. 아무튼 그러다보니 서평이 올라온 걸 발견하면 일단 두근두근하는 마음이 앞선다. 앞서 말했듯 종종 엄청난 광고비를 쏟고도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쏟아지는 악플에 대박은커녕 쪽박을 차는 영화들을 목격하는 건 드문 일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두근거리는 마음은 나 역시 객관성을 잃은 게 아닐까 하는 두려움에 기인한다. 내가 책을 통해 전하고팠던 것들이 온전하게 대중에게 가 닿을 수 있을까? 당연히 그럴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시작한 일이지만 만의 하나 나의 글이, 문장이 그걸 배반했을 수도 있으니까. 그럴 가능성은 아마도 만의 하나 보다는 확률이 더 높을 거다. 


<스타워즈>에서 요다는 일찌기 말했다. 두려움은 악의 편에 서게 만드는 지름길이라고. 두려움은 분노를 낳고 분노는 증오를 낳고, 증오는 고통을 낳는다고 ...

올라온 서평을 보며 다행이라고 여기기에는 이를 수도 있지만 (아직은 워낙 표본이 작으니까) 그래도 전하고 싶었던 것들이 독자에게 가 닿고 있다는 느낌은 전해져 두근거리는 마음은 조금씩 진정되고 있다. 어제는 책을 읽은 분이 SNS에 올려준 글을 보고 주책맞게 울컥하기도 했다. 무엇보다 그분이 책을 읽은 후 남긴 문장 중에 "(자신이) 서 있는 자리에서 온 힘을 다해 무해한 방법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써준 대목을 본 후였다. 

그 문장을 보고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맞아. 사실 그게 난데. 아니 우린데. 그리고 당신. 온 힘을 다해 살기 위해 살아내기 위해 무해한 방법을 찾는 사람들 말이다. 그들의 이야기. 그게 바로 <이상한 LP가게와 별난 손님들>의 이야기이고 그게 바로 이 책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메시지였는데 그걸 너무 찰떡같이 알아보고 짧은 글로 표현해 준게 더없이 고마웠다. 


다음 주면 본격적으로 서평단의 글들을 만나게 될 것 같다. 그때마다 클릭하기 전 마음이 두근거리겠지. 어쩌면 조금은 다른 시선들도 만나게 될 거다. 누군가에겐 기대했던 이야기가 아닐 수도 있고, 칭찬하는 사람이 있다면 비난까진 아니어도 시큰둥한 반응도 있을 거다. 그런 모든 가능성에 대비해야 두려움을 지울 수 있을 거 같다. 요다가 그러지 않았나. 두려워하면 결국 고통받게 된다고. 



ps. 3월은 31일. 유독 이번 달은 정말 꽉꽉 채워 산 느낌이다. 4월에도 온 힘을 다해 무해한 방법을 찾아봐야 겠다.




작가의 이전글 이상한 LP가게와 별난 손님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