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실인 줄 알았던 너
5월쯤 모니힐에 갔다가 매실 비슷한 것을 발견했다.
인도에서도 매실청을 구할 수는 있지만
구하려면 델리에 가야 했고 그것마저도 비행기 사정으로 인해 없을 때도 있다.
가격은 얼마나 비싼지
한국에 있을 때는 집에 있는 걸로 양껏 썼는데 이렇게 비싼 몸이신 줄은 몰랐다.
처음에는 매실인 줄 알았는데
가만 보니 겉면에 털 같은 것이 복슬복슬하게 올라와 있었다.
매실이란 사진과 이미 청이나 과실주가 되어 쪼그라든 것만 보았기에 진짜 매실인 줄 알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매실이 아닌 것 같아 농부의 아들이신 아빠에게 전화를 걸었다.
드디어 밝혀지는 정체는 "개 복숭아"
야생에서 복숭아나무의 열매를 개 복숭아라고 하는데
못생겼다고 해서 '개'가 붙는다고 한다.
인도에서는 "Aroo_알루"라고 불린다.
감자라는 뜻을 가진 "Aloo_알루"와 발음이 비슷하지만
R과 L의 차이, 개복숭아는 '알'의 'ㄹ' 발음이 약하고 감자는 '알'의 'ㄹ' 발음이 강하다.
(A_Roo) (Al_Loo) 이런 차이
개 복숭아를 깨끗이 씻고 물기가 없게 말렸다.(곰팡이 안 생기려면 중요!)
청을 담글 통도 열 소독하고 모든 준비를 마쳤다.
이번에 개복숭아 청을 만들면서 약간의 실험을 해보기로 했는데
이렇게 나눠서 담아보기로 했다.
4일 차가 되니 설탕이 점점 녹기 시작했다.
10일 차가 되니 설탕이 다 녹고 익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개복숭아가 덜 말랐는지 살짝 곰팡이가 생겨버렸다.
상한 개복숭아들을 꺼내고 설탕을 더 부었다.
10일 차 밖에 되지 않았지만 왜 가는 설탕을 쓰는지 알겠다.
굵은 설탕에 비해 설탕이 빨리 녹고
굵은 설탕은 설탕이 밑으로 가라앉아서 개복숭아들이 위로 둥둥 떠다녔다.
서컬은 색이 어두워서 그런지 곰팡이 생긴 개복숭아들이 잘 보이지 않아 거르는데 힘들었다.
결과는
가는 설탕
완전 성공
원래는 3개월 뒤에 개복숭아를 건져야 했는데 델리에 일하러 가느라 2개월 뒤에 건졌더니 향도 맛도 더 진해진 듯하다.
굵은 설탕
반반?
중간에 설탕을 더 첨가했더니 혀가 아릴 정도로 달게 되었다.
설탕도 다 녹지 않아서 걸러서 따로 빼두었더니 개복숭아 향이 나는 약 설탕이 되었다.
서컬
내 기준 실패
서컬이 비정제 설탕이어서 그런지 청이 아니라 완전 액체가 되었다.
냄새는 완전 담금주인 게 발효가 과하게 된 것 같다.
한번 맛을 봤는데 역해서 뱉어 버리고 말았다.
남편에게 말하고 버릴게 했는데
버리는 것이 아깝다고 느꼈는지 계속 '진짜 버려 진짜?' 해서 먹여보니 자기는 너무 좋단다
거의 다 버린 뒤였지만 작은 용기에 걸러서 냉장고에 넣어 두었다.
만들 때는 엄청 나오겠지 했는데 (서컬 빼고) 한 1L 정도 나온 것 같다.
청을 자주 쓰지는 않겠지만 마음 편하게 쓰기 위해 다음에는 더 많이 담가야겠다.
집에 사진을 보내니 아빠가 개복숭아는 기침에도 좋고 신경 안정에도 좋다며 자주 먹으라고 알려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