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든램지의 맛이 아닌 이름으로 몰리는 현상
2021년 1월 서울 잠실 롯데월드몰에 '고든램지 버거'가 오픈하면서 외식업계에 '고든램지'가 큰 이슈가 됐다. 롯데월드몰에 오픈한 고든램지 버거는 아시아 1호 레스토랑이다.
이후 고든램지 버거를 한국에 수입한 진경산업은 성수동에 고든램지의 '스트리트 피자'를 오픈했다.
올해에도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1만원대 햄버거인 '고든램지 스트리트버거'를 오픈할 예정이며,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에는 '고든램지 피시앤칩스'도 오픈한다고 한다.
진경산업 측은 "5년 내 한국에 버거와 피자 등을 합쳐 20개 매장을 내는 게 목표"라고 밝힌 바 있다.
그렇다면 고든램지는 누구이며 우리는 왜 그의 이름이 들어간 레스토랑에 줄을 서면서까지 열광할까.
고든램지는 스코틀랜드 출신의 영국인으로 제이미 올리버와 함께 영국을 대표하는 요리사이자 방송인, 사업가이다.
그가 유명세를 탄 것은 미국 리얼리티 프로그램 '헬스키친'과 '마스터 쉐프' 등에 출연하며 독설과 분노의 컨셉으로 유명세를 탄 걸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오비맥주의 '카스' 광고에도 출연한 바 있다.
어쩌면 지금 방송에 나오고 있는 백종원 등 유명 셰프들의 벤치마킹 모델이 고든램지일 수 있다.
이제 전 세계에서 고든램지가 운영하는 레스토랑을 살펴보자.
먼저 고든램지는 영국 런던에 '레스토랑 고든램지'라는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을 보유하고 있다. 또 미슐랭 1스타 레스토랑인 'PETRUS BY 고든램지'가 있다.
그 외에도 영국에만 '레스토랑1890', '더 리버 레스토랑', '럭키캣', '샤보이그릴', '고든램지바', '브래드 스트리트 키친앤바', '스트리트피자' 등 36개의 레스토랑과 바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에도 '고든램지 버거', '고든램지 스테이크' 등 10개의 레스토랑을 운영 중이다. 그 외에 프랑스 2개, UAE에 3개, 중국,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에 각 1개의 레스토랑 및 바가 있다.
한국은 이제 1개가 오픈했고 점차 매장을 늘려갈 계획이다.
고든램지가 가지고 있는 브랜드도 고든램지 버거, 스트리트 피자, 스트리트 버거, 피시앤칩스, 브래드 스트리트 키친앤바 등 상당하다.
미슐랭에 별을 받은 레스토랑 몇 개를 제외하고는 거의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홈페이지에는 고든램지 아카데미도 있는데, 셰프나 직원들을 선발하고 교육하는 기관인 듯 하다.
이쯤 되면 고든램지는 셰프라고 부르기보다 사업가라고 봐도 무방할 거 같다. 그것도 아주 탁월한 사업가.
개인적으로 고든램지 레스토랑을 경험한 곳은 홍콩 란콰이펑에서 브래드 스트리트 키친앤바와 2022년 여름 런던에서 미슐랭 3스타인 레스토랑 고든램지였다. 홍콩에서는 무슨 레스토랑인지도 몰랐고 고든램지라는 익숙한 이름이어서 대단한 레스토랑인 줄 알고 먹고 나온 기억이다.
잠실 롯데월드몰에 고든램지 버거가 오픈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렸다고 한다. 고든램지 버거에 왜 수많은 사람들이 몰렸을까?
맛 때문인지, 고든램지라는 이름 때문인지, 해외에서 온 브랜드 때문인지, 가격이 오히려 비싸서인지 등 알 수 없다.
분명한 건 한국에 진출했고 앞으로 진출할 고든램지의 브랜드들은 모두 '프랜차이즈화' 매장이라는 점이다.
설마 미슐랭 3스타 셰프 고든램지 이름이 들어갔다고 버거와 피자까지 미슐랭과 관련 있을 거라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 또 설마 고든램지가 직접 버거와 피자를 만들거라고는 생각하지 않겠지?
그렇다면 왜 우리나라에는 '고든램지의 맛'을 느낄 수 있는 레스토랑보다 '고든램지의 이름'이 들어간 매장만 들어올까 하는 점이다. 그것도 고든램지가 운영하는 브랜드 중 중저가 위주로 들어오고 있다.
런던의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인 '레스토랑 고든램지'를 가지고 오기는 힘들까? 아니면 고든램지를 직접 한국에 데려와 그의 음식을 온전히 맛 볼 수 있는 레스토랑을 신규 개발하기는 어려을까?
어쩌면 롯데호텔이 요리계의 피카소라고 불리는 피에르 가니에르를 데려와 서울 소공동에 '피에르 가니에르 레스토랑'을 오픈한 건 엄청난 프로젝트였다는 생각이다.
고든램지는 서울에 와도 방송에 출연하고 인터뷰를 하고 간담회는 하겠지만 주방에는 거의 안 들어 갈거다.
어릴 적 배우가 되고 싶어 연극영화과를 지원한 적이 있다. 그런데 학교 선생님과 친구, 가독들의 반응은 나의 생각과는 전혀 달랐다. 나는 예술가가 되고 싶고 장인이 되고 싶었는데 그들은 배우=연예인이었다.
"남디도 스타가 되어 TV에서 볼 수 있는 거야?", "너 같은 얼굴이 무슨 연예인이고 빨리 정신 차려라", "아직 안 늦었으니깐 빨리 진로를 바꿔서 대학갈 생각해".
결과적으로 나는 그들의 예상대로 연극영화과에 떨어졌고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지만, 우리가 배우를 대하고 예술가를 대하는 태도가 이 정도 수준 밖에 안 된다는 게 안타깝다.
배우가 되어서 TV에 출연하고 스타가 되면 성공한 삶이고, 평생 연극 무대에서만 선다면 실패한 인생인 것인가? 성공의 기준은 TV에 나오고 이름을 알리고 돈을 많이 벌고 유명해 지는 것인가?
고든램지를 보면 미슐랭 3스타 레스토랑에서부터 버거, 피자 브랜드까지 운영하는 전천후 외식 사업가다. 수많은 방송에도 출연하며 이름을 알리고 있다. 물론 엄청난 돈도 벌어갈 거다.
반면 평생 주방에서 묵묵히 요리를 하고, 찾아오는 손님들을 위해 최상의 식재료로 음식을 만들어야겠다는 신념으로 일하시는 셰프들은 실패한 인생인 것인가.
고든램지 이름을 단 레스토랑들이 한국에 속속 상륙하는 시점에 고민해 봐야할 부분이 아닐까 싶어 글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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