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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세스 Nov 16. 2024

124.가장 친한 친구가 벌써 희망퇴직을 했다.

직장맘 상담소(조직 편)

그녀는 23년 차 직장맘!

우리는 정년까지 10년이 남았다.

그녀는

나의 입사 동기이자, 같은 부서에서 시작한 동료이다.  

우리는 성향이 다르지만 회사에 대한 반감부터 시작한 터라

같은 불만은 갖고 함께 의지하며 지냈다.


지금까지 퇴사를 안한 가장 큰 이유는 안정감이다.

모든 다른 이유가 안정감을 이길 순 없었다.


나는 워낙에 입사 때부터 다른 사람들 입방아에 자주 올랐고

그녀는 참하고 순응하며 조용하게 지냈다.

전혀 다른 스타일의 친구였다.


뭔가 지시를 하면

나 : 이건 이렇게 하는 게 더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녀 : 네 알겠습니다.

나 : 왜 그렇게 해야 합니까?

그녀 : 네 알겠습니다.

나 : 저는 이런 걸 좋아합니다.

그녀 : 다수결에 따르겠습니다.


모두가 내가 제일 먼저 퇴직을 할 거라 예상했다. 

지금도 어 왜? 네가 아니고.라고 얘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러든가 말든가. 너나 잘하세요.

내가 나가든 말든 그건 내 맘입니다.


하지만 그녀가 먼저 사라져 버렸다.


원래 그런 애라는 프레임은 매우 좋을 때가 있다.

원래 말을 잘 안 듣는 애, 자기주장이 강한 애,  하고 싶은 말 다 하는 애

꼭 착한 직원일 필요는 없다.

원래 착한 애, 원래 말을 잘 듣는 애, 원래 잘하는 애


일과 나는 별개다.

일은 잘하되 너무 약해 보일 필요는 없다.

보일 필요도 없다.

적당히 밸런스 조절이 필요하다.

지금은 위치상 저자세, 비굴모드로 많이 변했지만,

그게 일하기 편해서 이기도 하고 내가 저주면 일이 쉽게 풀린다는 사실도 깨달았기 때문이지.

정작,

불의를 보거나, 악하게 구는 사람, 말을 함부로 하는 사람에게는 강하게 해야만 한다고 생각한다.

싸우자.

싸울 준비가 늘 되어 있다.


어찌 되었던 우리는 입사 때부터 

언제 그만두지?

그만둘 수 있을까?

말 여기가 답일까?

오늘 OO회사 면접인데 갈 수 있을까?

오늘 OO회사 면접인데 휴가 쓴다고 무슨 이유를 들지?

입사하자마자 어떻게 휴가를 쓴다고 해.

하며 서로에게 묻고 대답해 주며 우리의 길을 갔다.

기본적인 성향은 많이 다른데,

회사에 적응을 못해서인지 치관과 삶의 방향성은 같았다.


 직장이었고 학교도 고만고만한 곳을 졸업한 경제학도였다.

그래서인지, 나도 그녀에게 많이 의지했다.

우여곡절이 많은 회사생활에서 그녀가 없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래서, 어쩌면 퇴사를 하고 싶다는 말을 쉽게 생각한 것도 있다.

설마~


그녀가 아프기 시작한건 1년 전부터이다.

회사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업무도 안 맞았고 사람도 안 맞았다. 

불면증, 공황장애, 우울증 하나둘씩 증상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나처럼 힘들면 힘들다.

라며 떠벌렸으면 좋았을 텐데.

그녀는 줄곳 그래왔던 것처럼 혼자 끙끙거리며 이겨내려고만 했다.

그리고 자신의 얼마나 힘든지에 대해 상황 설명을 하지 않았다.

그냥 힘들어, 많이 힘들어.

이 정도의 워딩이었고

나는 그녀의 주변의 동료들을 통해 그녀가 얼마나 힘들고 심각한 상황에 빠져 있는지 알게 되었다.


그래서 휴직을 권유했다.

1년만 쉬다 와서 다시 생각하자.

지금 이 상태로 가면 오히려 역효과이다.

더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녀는 이 말을 남겼다.

OO아! 죽는 것보다 퇴사가 나을 거 같아. 

나는 이 대목에서 할말을 잃었다.


그때 내가 좀 더 도와줘야 했을까?

내가 그녀를 막을 순 없었을까?

아쉬움이 너무 많아 가슴이 아릴 정도이다.


너무 차분한 그녀

너무 통통 튀는 나

우리 꽤 오랫동안 함께였는데

이제 이곳에서 볼 수 없단 생각을 하니

나도 모르게 눈물짓게 된다.

메신저에서 자꾸만 그녀를 찾게 된다.


인생 참 별거 없다고 생각하며 살고 있는데,

오늘은 별거 있는 날이다.

마음이 너무나도 안 좋고

그녀를 잘 보내줘야 한다는 생각뿐이다.



친구에게.

친구야. 제발 아프지 말고 잘 견뎌서 꼭 이겨내길 바라.

너무 아파만 하지 말고 분명 더 행복한 일을 찾을 수 있을 거야.

퇴사하기 이틀 전부터 짐을 싸고 있다는 말을 좀 더 진지하게

심각하게 여겼어야 했는데.

좀 더 말렸어야 했는데.

마치 내가 너를 못 잡은 거 같아 죄책감이 든다.

난!

네 편이고 늘 널 응원할 거야.

나도 너의 안부를 자주 들여다볼게.

비록 이제 같은 회사안에 없지만, 우리는 영원히 친구다.

고마웠고 미안해.

제발 아프지 말자.


그녀의 생각이 이렇게 변하길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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