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5. 엄마 월급이 얼마야? 아들의 진로 결정~
직장맘 상담소(가족 편)
엄마는 월급이 얼마야?
첫째의 단골 질문이다.
중3, 진로를 찾으라니까 편하게 많이 벌 수 있는 직업을 모색 중이다.
의사는 싫다고 한다.
10년의 시간을 갈아 넣어야 하니 할 수 없단다.
난 의사 되라고 한 적도 없는데.
고민 중인 녀석의 모습이 역력하다.
엄마, 약사는 어때? 그냥 가만히 앉아서 약만 팔만 되잖아.
근데, 약사는 하는 일 없어 보이는데 돈을 어떻게 그렇게 많이 벌어?
구글링 해서 약사의 연봉을 알려줘 본다.
약사도 페이 약사가 있고 월급쟁이가 있고 약국도 차릴 수 있는데,
약국을 차리려면 수도권은 포화상태일 거고, 지방으로 가는 게 좋을걸.
엄마도 약사의 세계는 잘 몰라.
근데 그럴 거 같아.
엄마, 경찰은 어때? 사무직은 재미없을 거 같은데 몸도 같이 쓰면서 하는 일이 좋지 않을까?
공무원이기도 하고.
너, 돈 많이 버는 직업을 찾는 거 아냐?
아니 그냥 이거 저거 고민 중이야.
경찰은 이모한테 물어바.
이모에게 전화해 연봉, 처우, 직업에 대한 만족감, 연금 등 다양한 질문을 하고 현실적인 대답을 들었다고 한다.
엄마, 그냥 처음에 생각한 대로 프로그래머를 할까 봐.
프로그래머가 가장 각광받는 직업이고, 돈도 많이 벌잖아.
그래 네 진로 찾기에서 돈이 중요한 잣대면 그렇게 하는 게 맞지.
근데, 하고 싶은 게 뭔지 좀 더 고민해 바.
너도 네가 하고 싶은 걸 하는 게 행복할 거야.
아들 친구 중에는 이미 꿈을 찾아. OO예고 패션모델학과를 합격한 친구가 있다.
그의 미래도 많은 역경과 고뇌가 있겠지만 확실히 먼저 진로를 정한 자는 고민의 시간이 줄어들긴 할 거다.
근데, 엄마는 얼마 벌어?
넌, 왜 나의 월급이 주기적으로 궁금해?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2백만 원이라고 하면 그냥 그러고 말았는데, 요즘에는 집요하게도 물어본다.
엄마는 23년 차 직장인이고, 연봉은 대략 얼마고 세금 떼고 뭐 하면 월급은 이 정도야.
그래?
그럼 5년만 더 다니자.
왜 그만둔다고 해?
그렇게 돈을 많이 받으면서.
이게 돈을 많이 받는 게 아니야.
엄마가 20년 넘게 회사를 다녔는데 이 돈은 받아야지.
네가 정말 연봉을 많이 받는 세계를 모르는구나.
삼성은 어쩌고,
글로벌 회사는 어쩌고
막 떠들어본다.
하지만 아들은 이미 총금액에 꽂혔다.
우리 엄마 돈 많이 버는구나.
아빠는? 아빠도 그 정도 받아?
어. 아빠도 그 정도 벌지.
아빠도 20년 넘는 회사생활을 했는데,
그럼, 둘 다 더 다니자.
아니야. 엄마는 진짜 그만하고 싶어.
매년 1년만 더 할 거야.
엄마는 정말 그만두고 싶어.
아니야 엄마 3년만 더 다니자.
실은 아이들한테 할 얘기는 아니지만 아이들이 말귀를 알아먹을 때부터
"엄마는 곧 퇴사할 거야"
"엄마는 내년에 퇴사할 거야"
"나, 충분히 하지 않았니?"
"엄마도 이제 하고 싶은 걸 할 거야."
"그러니까, 너도 성인이 되면 돈을 벌어서 써야 해. "
"엄마는 한계가 오고 있어. "
뭐 꼭 해줘야 할 얘기는 아닌데,
그냥 솔직하게 말하고 싶다.
그러면서, 하는 말
너는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했으면 좋겠어.
그래서 하고 싶은 일을 찾으라고 하는 거야.
이제 평생직장의 개념도 없고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면 얼마나 행복하겠어?
그래서 엄마는 뭐 하고 싶은데?
작가?
그거 돈이 되는 것도 아니잖아.
그러니까 하고 싶은 거지.
그리고 돈이 되게 만들면 되지 않겠어?
(솔직히 자신은 없다. 하고 싶은 거지, 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오늘도 작가의 꿈을 꾸며
아들이 꿈을 찾기 바라며
월급의 노예가 되어 키보드를 투닥거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