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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세스 Nov 26. 2024

126. 학부모 임원 아무나 하면 안 되는 이유.

직장맘 상담소(가족 편)

올해 초 아이가 학생 회장이 되고 나서 학부모 임원이 되었다.

"신랑은 그거 꼭 해야 되는 거 아니니까. 굳이 하지 마."라고 조언을 해주었지만

전년도 학부모회장

"하는 거 없어요."

"저도 작년에 해봤는데, 그렇게 바쁘지 않았어요."

"전 직장맘이라 시간 내기도 힘들고, 아는 사람도 없어서 학부모회를 꾸리기가 힘들 거 같아요."

"아~ 괜찮아요. 진짜 하는 거 없으니까, 한 번만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래 이렇게까지 말하는데

'학부모 회장이 뭐 별거 있겠어.'라는 가벼운 마음 반!

'무슨 일 생기면 아들과 관련된 건데 휴가 쓰고 가면 되지.'라는 무거운 마음 반!

으로 시작하였다.


하지만 직장맘이 하기에는 생각보다 시간 할애가 많이 되었다.


교육, 아이와 관련된 일보다 다른 이슈가 더 많았으며

나는 학부모회장의 이름으로 발언할 기회도 많이 주어졌다.

(대표성을 갖다 보니 신경이 쓰이긴 했다. 준비도 필요했다.)

국회의원, 교육감, 구청사람들, 교육청사람들, 공사사람들 등등 만나는 이도 다양했다.

올해 유난히도 이슈가 많은 해였던 탓이다.

학부모 운영위원회도 참석해야 했다.

금연의 날, 체육대회, 동아리 발표의 날 등에 봉사도 해야 한다.

앞으로도 3건의 봉사가 남아있다.

나의 임기는 아이 졸업식날(1월 초) 끝나는 게 아니라 다음 학생회장단이 꾸려져야 끝난다.


정작 가고 싶었던 서울시에서 개최하는 학부모회장 모임은 나가보지도 못했다.


학부모 임원은

회장, 부회장, 감사, 1, 2, 3학년 대표, 총 6명으로 구성된다.

총회에 당선 인사말을 시작으로 나의 임기는 시작되었다.

부회장, 감사, 학년 대표들 모두 나를 믿고 잘 따라와 주었으며

부회장, 감사는 친한 엄마들로 구성하였다.

회의 개최, 봉사 등 어느 하나 빠지지 않고 모두 참여해 주었다.

하지만, 실질적인 일을 역시 내가 할 수밖에 없었다.

문서작성, 발언, 모임 주선, 사전회의, 본회의, 선생님과의 협의 등등등

어레인지 해야 할 것이 많았다.


11월 말이 되는 이 시점에 나는 지쳤다.

3월부터 쉬지 않고 달렸다.

남들이 보기엔 별로 하는 일이 없어 보였을지 몰라도, 기를 많이 빼앗겨 버렸다.


하필 이때,

도서관 관장님께서 연락이 왔다.

중학교 앞에 유해시설이 들어오는데 학부모회 이름으로 반대 의사를 표명해 줬으면 좋겠다는 제안이다.

어떻게 해야 할지, 무엇을 해야 할지 Flow는 그려지는데

아, 이제 그만하고 싶다.

나, 바쁘다.

회사에서도,

아들 자사고 준비도, 

곧 중학교에 입학하는 둘째 아들 학교 스케줄 리세팅도.


이미,

2주 전 학부모 임원들과 회의를 했고, 학부모회 이름으로는 반대 의사 표명에는 참여하지 않기로 결론이 난 상태였다.

주민으로서는 반대 서명을 했다.


이미 1학기에 비슷한 건으로 수차례 학교를 방문했었다.

국회의원, 교육감까지 동원된 민감사항이었기에 이미 많은 진을 뺀 상태다.

어찌 되었던 좋은 결과를 얻어 마무리되었지만,

그 과정은 참으로 어려웠다.

모두를 위한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서

관련자 설득 작업도 있었고,

학부모의 의견도 모아야 했고,

수차례 회의도 참석했고,

결국엔 WIN-WIN 하는 상황을 만들어내긴 했다.

이해관계자가 너무 많았다.

학교 편에 서고

학부모 입장에서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방법을 강구하는목표였다.


이제 마무리를 하려는 시점인데

또, 학부모회의 움직임을 원한다.

내가 우리 아들 학교 일을 하려고 학부모회장이 된 거지

동네에서 일어나는 일들 해결하려고 학부모회장이 된 건 아닌데.

참으로 난감하다.


신랑은 그만하라고 한다.

구의원에 나갈 거냐고? ㅎ


안타깝지만, 어떤 일을 하려면 조직적으로 움직여야 하는데

학부모회는 조직적인 움직임을 할 수 있는 구조는 아니다.

대부분의 의견이 "회장님 의견에 따르겠습니다."이기 때문이다.

내가 결정하고 내가 움직여야 한다.


잠깐 일 때문에 바쁜 사이에

카톡이 50여 통이와 있다.


나는 나의 임기가 며칠 남아있지 않은 지금 시점에서

이제 그만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


뭐든 "장"은 책임감이 너무나 따른다.

지금 회사에서도 "팀장"으로 해야 할 일들 중에 이런 것까지 해야 하나 망설이는 것들이 있다.

결정은 나의 몫인데,

무엇을 위한 결정인지 자꾸만 되묻게 된다.


이번건도 고민이 되긴 했다.

며칠간의 고민 후 나는 나를 그만 갈아 넣기로 했다.

좋은 대안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학부모회장!

이런 기회가 주어진 것에는 감사한다.

언제 또 해보겠나?

아들아, 너도 올 한 해 학생회 끌고 가느라고 고생했다.

이제 엄마가 이 자리를 내려놓아도 되겠지?

우리 둘 다 고생했다.

너는 즐거웠으려나? 그럼 되었다.


아들 회장선거 포스터 윗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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