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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상호 Oct 26. 2021

비키니 입고 오르는 산, 뭐가 있길래

캘리포니아 중부 몬테시토 온천 

1846년, 미군 수송선이 뉴욕을 출발해 라틴아메리카 최남단 케이프혼(Cape Horn)을 지나 이듬해 캘리포니아 중부 해안마을 산타바바라에 도착했다. 1845년 텍사스 공화국(1836년 미국 이주민이 멕시코 연방공화국이던 코아우일라이테하스 준주에서 세운 독립국)이 미국의 28번째 주로 합병되자, 텍사스 소유권을 주장하던 멕시코와 서부 영토 확장을 노리던 미국이 현재 캘리포니아주인 알타 캘리포니아에서 전쟁을 벌인 것이다.



이때 뉴욕 출신 월터 머레이가 자원병으로 참전했다. 당시 군은 결혼을 하지 않은 병사들에게 거주할 땅을 주겠다며 모병을 했다. 월터는 산타바바라에 주둔하며 산속 유황 온천수가 흐르는 이곳을 문서에 기록했다.



"이런 그림 같은 곳을 이제까지 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보게 될 거라고 기대할 수도 없다."


 


이번에 소개할 자연 온천은 로스 파드레스 국유림을 등지고 태평양이 펼쳐 보이는 몬테시토 온천(Montecito Hot Springs)이다. 몬테시토는 스페인어로 '작은 산'을 뜻한다. 이곳은 또 핫스프링스 캐년(Hot Springs Canyon)라고도 불린다. 면적이 약 462에이커다. 로스앤젤레스에서 산행로 입구까지 차로 1시간 40분 거리라 당일 여행이 가능하다.



불치병도 치료한다는 신비한 온천수



▲ 미국 캘리포니아 중부 산타바바라에 있는 몬테시토 온천이다. 미네랄 온천으로 치료 효과가 높아 인기가 많다. ⓒ 황상호


몬테시토 온천은 토착민인 추마시 원주민이 병을 치료하고 신들에게 제례를 지내던 곳이다. 원주민들은 산에서 캘리포니아 월계수를 채취해 온천수에 담그고 목욕을 했다. 50~60년 전까지만 해도 간간히 이곳에 모여 전통의례를 하며 곰 춤을 췄다고 한다.



그들이 사라진 것은 18세기부터다. 스페인 군대와 선교사들이 이곳을 차지하기 위해 상륙했고 강제적인 종교 행사와 함께 하루 12시간 이상의 고된 노동으로 그들을 혹사 시켰다. 또 장티푸스와 매독 등 지독한 질병을 옮겼다. 원주민 수는 급감했다. 산타바바라라는 지명도 스페인 국왕이 러시아가 남하해 이 땅을 선점할 것을 걱정해 미리 천주교 성인의 이름을 따서 '산타바바라'라고 지었다.



온천이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윌버 커티스라는 인물 때문이다. 그는 난치병을 앓고 있었다. 주치의는 그에게 6개월 정도 살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1950년대 즈음, 그는 병을 치료하기 위해 이 마을에 도착했고 우연히 110살 된 아메리카 원주민을 만난다. 그는 장수 비결을 이 몬테시토 온천 때문이라고 말했다. 윌버는 수개월 간 온천수를 마시고 목욕을 한 끝에 병을 완전히 치료했다.



백만장자만 이용하던 독점적 온천



하지만 그 뒤 그의 행적이 수상쩍다. 어느 자료에서는 그가 정부가 공여하는 농지를 받아 온천에 호텔을 만들었다고 설명하지만, 이 온천을 아끼는 커뮤니티의 자료에서는 그가 특허권을 주장하며 사실상 사기를 쳐 원주민 땅을 강탈했다고 전하고 있다. 여하튼, 그는 1860년대 후반 가파른 산길에 3층짜리 목조 온천 호텔을 지었다. 도서관과 와인바, 산책로를 만들고 하루 숙박비 2달러를 받았다. 그는 20년 만에 큰 부자가 됐다.



미국에 관광업이라는 개념이 생긴 것이 그즈음이다. 골드러시로 전 세계 이민자들이 몰려든 뒤 덩달아 관광 산업이 움트기 시작했다. 특히 산타바바라는 사시사철 날씨가 온화하고 바다 수온이 따뜻했다. 여기다 미네랄 온천이 있다는 소문이 퍼지자 건강 스파 명소로 주목받았다.



당시 유럽 출신 정착민은 지저분한 유럽인과 차별화하기 위해 청결과 위생을 더욱 강조했다. 학교에서도 세면기 사용법과 비누 사용법을 가르쳤다. 목욕은 가장 미국적인 것이었다. 덩달아 몬테시토 온천은 신장염과 간, 방광, 통풍, 류머티즘, 피부병 치료에 좋다고 알려지면서 전국에서 손님이 몰렸다. 1887년 철도까지 생기면서 방문자 수는 더욱 증가했다.


 


▲ 몬테시토 온천에서 가장 위에 있는 탕에서 두 남성이 와인을 마시고 있다. ⓒ 황상호


온천 호텔은 주인이 계속 바뀌다 1910년 화재로 모두 불탔다. 4년 뒤 그 자리에 백만 달러 이상의 자산을 보유한 부자만 입장할 수 있는 클럽하우스가 생겼다. 부동산 갑부들로 클럽 참가비만 5000달러였다고 한다.



당시 17명 정도가 제한적으로 이곳을 이용했는데 관리인에게 목욕물을 받으라고 시킨 뒤 리무진을 타고 온천 호텔에 갔다고 한다. 그 뒤 1964년 코요테 화재(Coyote Fire)로 모두 불탔다. 그것으로 산악 캠프 호텔 시대는 막을 내리고 일반인도 접근할 수 있게 됐다.



비키니와 수영복 바지 입고 산 타기



이곳은 최고의 수질과 편리한 접근성을 자랑하지만 외부에는 잘 노출돼 있지 않다. 3년 전 대형 화재와 잇따른 홍수로 이 일대가 잠시 폐쇄된 까닭도 있지만 또 다른 이유가 있다. 입이 쩍 벌어지는 저택을 가진 주민들이 외부인의 접근을 썩 탐탁지 않아 하기 때문이다. 장소가 손님을 맞이하는 환경을 보면 알 수 있다.



먼저 이곳에 가려면 구글 지도에 핫스프링스트레일헤드(Hot Springs Canyon Trailhead)라고 검색하면 된다. 초행길이라면 기억해야 할 점이 있다. 주차장에는 겨우 차 대여섯대만 세울 수 있다. 갓길을 찾아 눈치껏 주차해야 한다. 주민의 민원이 많아 주정차 단속을 수시로 하니 딱지를 떼이지 않도록 주변을 잘 살펴야 한다.



어떤 이웃이 살고 있냐고? 영국 해리 왕자와 여배우 매건 마클 부부가 1465만 달러(170억 원 상당)짜리 호화 주택에 살고 있고, 2008년 작 영화 <아이언맨>에서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의 맞상대로 나왔던 영화배우 제프 브리지스도 거주하고 있다. 



산행은 어렵지 않다. 출발점에서 정상까지 약 3킬로미터다. 높이도 해발 184미터에서 364미터까지 160미터 정도다. 산을 타다보면 비키니를 입고 있는 여성이나 해변가 반바지 입고 걷는 청년을 쉽게 볼 수 있다. 옷차림만 보면 길 넘어 백사장이 있는가 하는 착각을 불러일으킨다. 그만큼 산행로는 혈기왕성한 이들에게는 걷기 쉬운 난이도다.


 

▲ 수영복 바지와 비키니를 입은 여성들이 산을 오르고 있다. ⓒ 황상호


산행로 입구는 주차장 귀퉁이에 좀스럽게 나 있다. 일부로 감춰놓은 것 아닌가 하는, 껄적지근한 마음이 든다. 지도가 그려진 안내판도 산행로 안쪽에 설치돼 있어 외부인에게는 눈에 띄지 않는다. 산 경사로를 타기 전까지는 삐까뻔쩍한 저택과 울타리를 맞대고 걸어야 한다. 사유지로 들어오지 말라는 표지판이 곳곳에 걸려 있다. 전반적으로다가 박한 손님 대접에 괜히 왔나 하는 생각마저 든다.



산을 오르다 보면 옛 온천 호텔의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물길을 막아 놓은 작은 댐이 있고 그 시절 심었던 대나무와 아보카도, 바나나 나무, 팜트리가 자라고 있다. 산 능선을 꽤 오르면 서쪽 너머로 태평양이 보이고 그 위로 산타크루즈와 아나카파, 산타로사 등 5개 섬으로 이뤄진 군도, 채널 아일랜드 국립공원(Channel Island National Park)이 보인다. 이곳은 수천 년 동안 육지와 격리돼 미국의 갈라파고스라고 불린다. 멸종위기종인 섬 피그미 여우 등 150종 가까운 토착종이 서식하고 있다.



▲ 드론으로 촬영한 몬테시토 온천이다. 오른쪽에 난 길이 산행로다. ⓒ 황상호


사실 이 일대는 법적으로 다소 시끄러운 곳이다. 부자들이 땅을 소유하고 있고 주인도 계속 바뀌면서 각종 소송이 있었다. 특히 수도 사업권을 가진 업체가 산에서 흘러나온 물을 파이프로 연결해 부자들의 저택으로 연결하는데, 계약과 다르게 지나치게 많이 공급해 법적 소송이 오가고 있다.



▲ 영국 해리스 왕자 부부가 구매한 몬테시토의 저택이다. ⓒ santabarbarasluxuryhomes


한 예로 2020년 6월 영국 해리 왕자가 구매한 수백억짜리 저택에는 침실 9개에 욕실이 무려 16개다. 파티용 욕실이 있다고 감안해도 지나치게 많다. 미시건대학 인류학자 호러스 마이너 교수는 1956년 자신의 논문 <나시레마족의 신체 의례 Body ritual among the nacirema>에서 이런 사치스런 미국 문화를 꼬집었다.



미국인(American)의 알파벳 철자를 거꾸로 뒤집어 '나시레마(Nacirema)'라고 표현한 뒤 50년대 미국인을 원시 부족처럼 관찰해 글을 썼다. 그는 "나시레마 부족은 집안의 욕실 갯수로 부유함을 과시한다"고 조롱했다. 욕실이 미국인의 쾌락과 이기심, 사치를 상징하며 이들에게는 상아빛 치아를 넘어서 완전한 미백에 몰두하는 세균 혐오 문화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마저 이 일대에서 다행인 것은 비영리단체인 랜드 트러스트(The Land Trust For Santa Barbara County)가 펀드를 조성해 온천 주변 땅을 매입한 뒤 2013년 미연방 산림청에 맡겼다. 원주민이 신성시하던 곳이 160여 년 만에 다시 일반인에게로 돌아간 것이다. 랜드 트러스트와 몬테시토 트레일스 파운데이션(www.montecitotrailsfoundation.info)은 꾸준히 생태 보전 활동을 하고 있다.



기타 치고 춤 추고 발가벗고 마시고



1950~1960년대 이곳 분위기를 흠뻑 느끼기 위한 좋은 자료가 있다. 유튜브에 영어로 'Seconds'와 'Rock Hudson'을 함께 검색해 보자. 알고리즘이 뽑아 올린 흑백 영상은 영화감독 존 프랑켄하이머가 제작한 심리 공포 영화 <세컨즈>(1966년 개봉)의 클립 영상이다. 주인공 아서 해밀턴(배우 락 허드슨)은 비밀 기관을 통해 뉴욕 은행원이라는 지루한 신분을 세탁하고 제도의 속박에서 탈출한 자유로운 영혼들을 만난다. 


 


영화 속 남녀 주인공이 만난 사람은 몬테시토 온천 일대에서 활동했던 보헤미안 커뮤니티인 '마운틴 드라이브'다. 영화는 두 인물이 포도밟기 행사(Wine Stomp)에 참여한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그 해 선정된 와인 퀸이 홀딱 벗은 상태에서 황금색으로 칠한 포도잎 화관만 쓰고 포도주 통에 들어가 포도를 밟기 시작한다. 이후 남녀 주민이 모두 발가벗고 와인 통에 들어가 포도주를 마시며 얼싸 안고 춤추고 웃고 키스하며 포도를 밟는다. 당시 영화사는 실제 축제 장면을 촬영하는 대가로 커뮤니티에 돈 5000달러를 냈다.



▲ 영화 세컨즈(Seconds)에서 촬영된 마운틴 커뮤니티의 모습이다. 포도밟기 행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 황상호


마운틴 드라이브는 예술가 집안에서 자랐던 유럽계 정착민인 바비 하이드와 플로피 부부가 일군 보헤미안 커뮤니티다. 이들은 1940년대 이 일대 땅을 산 뒤 자유롭게 살고 싶은 영혼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땅을 나눠줬다. 20여 년 만에 커뮤니티는 40가구로 증가했다.



책 <마운틴 드라이브, 산타바바라의 선구적인 보헤미안 커뮤니티>의 작가 엘리아스 치아코스는 "사람들은 일하지 않고 여자들은 옷을 거의 걸치지 않았다. 남자들은 포도를 만들며 시간을 보냈다. 텔레비전도 없어 기타와 탬버린, 아코디언을 연주하며 여흥을 즐겼다"고 소개했다. 



커뮤니티는 와인밟기와 주현절, 핼러윈, 독립기념일, 공예품 페스티벌 등 축제를 기점으로 돌아갔다. 이들이 몬테시토 온천 리조트에서 목욕을 하면서 온천은 더 알려졌다. 그러다 1964년 코요테 화재가 나면서 터줏대감인 하이드의 집 등 14채가 소실됐다. 커뮤니티는 서서히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믿거나 말거나 천연 화장품, 온천 머드팩



마운틴 드라이브는 예술가 집안에서 자랐던 유럽계 정착민인 바비 하이드와 플로피 부부가 일군 보헤미안 커뮤니티다. ⓒ 황상호

한 시간쯤 천천히 산을 오르다 보면 대나무 군락지가 나온다. 온천에 거의 도착했다는 증거다. 온천탕은 모두 6개다. 두꺼운 쇠 파이프를 따라 뜨거운 유황 온천수가 콸콸 흘러 아래 탕으로 이어진다. 계단식 논처럼 층층이 만들어져 있다. 가장 높이 있는 탕은 대중목욕탕 열탕 수준으로 아주 뜨겁다. 아재력을 발휘하면 꾹 참고 몸을 담글 만한 온도다. 나는 오빠이고 싶기에, 종아리까지만 담궜다.  



온천수는 중간에 또 다른 파이프로 물이 들어온다. 이 때문에 내가 가본 자연 온천 중에서도 손에 꼽을 만큼 수질이 깨끗하다. 오전 10시쯤에는 온천수가 해에 반사돼 옥빛 혹은 에메랄드 빛으로 바뀐다. 인스타그램에 '#montecitohotsprings'를 검색하면 그 분위기를 기가막히게 느낄 수 있다.




▲ 온천욕을 하러온 남성이 녹색 진흙을 얼굴에 바르고 있다. 돌멩이를 갈아서 녹색 진흙팩을 만들었다. ⓒ 황상호


불치병을 치료한다는 풍문 못지 않게 이곳 온천 진흙도 유명하다. 한 중년 여성은 작은 화장품 통을 가져와 진흙을 담아 갔다. 한 남성은 온천 바닥에 있는 작은 돌을 채취해 바윗돌에 갈아 고운 가루를 만들었다. 얼굴에 정성껏 펴바르며 나에게 능청스럽게 말을 걸었다. 



"어디 얼굴에 (마사지 진흙이) 빠진 데 없어?"



그의 아내도 가까이 와 고운 가루를 얼굴에 발랐다. 돌은 흙과 녹조가 오랜 시간 꾹꾹 뭉쳐진 덩어리였다. 머리 긴 여자가 풀빛 머드팩을 하니 뮤지컬 <위키드> 속 마녀 엘파바처럼 녹색 인간이 되버렸다. 



수해를 극복하고 재탄생한 계단식 온천


▲ 몬테시토 온천을 정비하고 있는 데렉. 파이프로 바닥을 뒤짚은 뒤 돌을 꺼내고 있다. ⓒ 황상호


방문한 날 마른 체형의 백인 남성이 혼자서 계속 온천을 정비하고 있었다. 온천탕 바닥에 있는 진흙과 돌을 파내 바닥을 깊게 하고 주변 바위 돌을 굴려 온천탕 둘레를 단단히 했다. 그의 이름은 데렉. 4년 전 이 온천에 처음 와 깨끗한 물과 편안한 자연 환경에 반해버렸다고 했다. 



"그때는 온천탕이 2개인가 3개였어. 지금처럼 정비가 돼 있지는 않았지."



그러다 2년 뒤인 2019년 1월 몬테시토 홍수가 터지면서 이 일대가 초토화됐다. 한 해 전 토마스 화재가 발생해 민둥산이 되면서 대형 산사태가 난 것이다. 빗물과 함께 쏟아져 내린 바윗돌과 토사는 순식간에 민가를 뒤덮었다. 이 재해로 2세 아이를 포함해 23명이 목숨을 잃었다. 당시 실종됐던 17세 소년이 3년 반 만에 시신으로 발견되기도 했다.



이후 데렉은 혼자서 온천을 재건했다. 맨손으로 바윗돌을 옮기고 진흙을 발라서 탕을 6개나 만들었다. 가끔 놀러온 사람들이 그를 돕기는 했지만 그는 거의 혼자서 만들었다고 말했다.



"맨손으로 돌을 굴려서 세운 뒤 진흙으로 발라서 탕을 만들었어. 보름에 한 번씩 오는데 올 때마다 7시간에서 10시간쯤 일해. 그렇게 일하고 집에 가면 녹초가 돼서 잠에 곯아떨어지지."


 


데렉은 지금까지 만든 것이 자기 머릿속 구상의 75%라고 말했다. 현재까지 만든 것도 만족스러운 수준이라고 했다. 온천의 두 번째 파이프 주변에 아치형 구조물을 세워 그늘을 만들 거라고 했다. 



"어떻게 만들까 구상하고 방법을 찾아가는 것이 꽤 재밌어. 나는, 온천이 스스로 지속 가능할 수 있도록 만들 거야. 안정화 시켜서 더 이상 무너지지 않도록 말이야. "



캘리포니아 북동쪽에 거주하는 원주민인 마이두(Maidu) 네이션에게는 개구리 여신 신화가 있다. 코요테신이자 남편인 웨-폼(Weh-pom)이 사슴신 서-밈(Suh-Mim)과 사랑에 빠진 뒤 아내인 개구리 여신 웰가팀(Welgatim)을 살해하려고 계략을 짰다. 개구리 여신이 눈치채고 중단하라고 경고하지만 음모를 계속 꾸미자, 여신은 모든 구름과 비를 소환해 세계를 물바다로 만들어 버린다. 이에 거대한 산은 대홍수를 멈추기 위해 화산을 폭발시켜 불바다로 응수한다.



이곳에서는 50~60년 단위로 대형 산불이 난다. 또 크고 작은 산사태로 홍역을 앓는다. 이처럼 불과 물의 신이 힘겨루기를 하는 사이, 몬테시토의 시지프스 데렉은 맨손으로 무너진 땅을 재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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