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올리면, 드러납니다

인사팀 메기라 불리던 이의 생존 경험기

by Serena

인사담당자라면 1년 중 가장 바쁜 인사시즌을 맞이하는 11월입니다.

'전사-단위조직-개인평가'를 지나 평가 결과를 가지고 평가캘리브레이션, 인재관리세션(승진, 진급), 보상세션(연봉, 인센티브 외 보상결정)을 내년도 초까지.. 대체로 음력 설날 전까지 이어서 마무리를 하겠지요..

그런데 꼭 인사시즌이 아니더라도 최근 조직을 둘러싼 산업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인해,

연중 수시로 조직을 개편하고 조직을 새로 만들고 변경하면서 그때마다 리더의 보임과 전환배치가 함께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번은 리더를 새로 승진시키는 것과 관련해 인사담당자라면 마주하게 될 에피소드를 하나 적어볼까 합니다. 에피소드를 읽으면서 전사와 현장조직 사이에서 HR의 역할을 잠시 숨고르기 해보시는 것도 좋겠습니다.


현장조직과 인사팀의 엇갈린 판단과 의견대립

회사의 영업목표가 커지면서 영업조직은 더욱 확대되고 있었다.

영업본부 산하 4개 팀 체제에서 2개 그룹, 6개 팀으로 조직이 확대되는 것이었다.

조직이 갑작스럽게 확대될 때는 리더 후보가 미처 준비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한다. 연중 갑작스러운 조직 확대가 수시로 이뤄질 때는 더욱 그렇다. 기존 리더들이 '겸직'을 하거나, 시니어급 중에서 새로운 '리더'를 급하게 발굴해야 하는 상황. 바로 그런 상황이었다.

영업본부장은 확신에 차 있었다.

"이 친구를 팀장으로 반드시 올려야 합니다. 실적도 좋고, 우리 팀에서 꼭 필요한 사람이에요. 만약 이번에 승진 못 시키면 퇴사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 본부 실적이 망가져요."

그런데 본부장이 올린 리더 후보가 인사팀 검증 결과와 다르다면?

크로스체크 결과, 그는 아랫사람의 실적을 가져가는 경우가 있었고, 윗사람에게만 유독 잘 보이는 타입이었다. 전형적인 '위로만 보이는' 케이스.

우리는 반대 의견을 냈고, 영업본부장과의 의견이 계속 상충되었다.


"올려보고 검증합시다" - 관점의 전환

그때 HR임원분께서 말씀하셨다.

"자리에 올려보면 오히려 그 사람의 깜냥이 드러납니다. 우리가 계속 막으면, 검증의 기회 자체가 사라지고, 영업본부장의 판단이 옳은지 틀린지 영원히 알 수 없는 상태로 남습니다."

순간, 나를 포함한 함께 조직개편을 고민하던 동료들의 머릿속에 시원한 파도가 지나는 듯했다.

임원분께서는 계속 말씀하셨다.

"그렇게 되면 나중에 어떤 문제가 생겨도 '그때 그 사람을 팀장으로 올렸다면 달랐을 것'이라는 가정이 계속 따라다니게 됩니다. 그것보다는 실전에서 명확히 검증하는 것이, 모두에게 더 명확한 답을 주는 방법입니다. 일단 올려보고, 본부장 말대로 잘하면 우리야 그쪽 요구를 들어준 것이 되니 좋고, 만약 깜냥이 안 되는 게 드러나면 우리가 말한 게 맞으니 그것도 된 거죠."

명쾌했다.

이것이야말로 '백문불여일견'이자 '실사구시'이고, 누구의 의견이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이 아니라, 모두가 좋은 판단을 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여기에는 명확한 전제 조건이 필요했다.

전제 조건 1: 위인설관(爲人設官)이 아니어야 한다

이것은 그 사람을 위한 배려가 아니다.

조직의 성장과 영업 확대를 위한 검증 과정이다. 영업본부장의 의도가 조직 전체를 위한 것이라는 판단이 섰기에 가능한 결정이었다.

전제 조건 2: 팀장 자리의 무게를 지킬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Plan B를 철저히 준비했다.

만약 그가 팀장으로서 제 역할을 못 한다면, 팀원들이 피해를 보기 전에 빠르게 조치할 수 있는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팀장 자리는 실험의 대상이 아니라 책임의 자리이기 때문이다.

전제 조건 3: 명확한 검증 기준이 있어야 한다

무작정 올려놓고 보는 것이 아니다. 어떤 지표로, 얼마의 시간 동안, 어떻게 검증할 것인지 명확히 했다. 팀원들의 피드백, 팀 성과, 협업 방식 등을 면밀히 관찰하기로 했다.


백문불여일견(百聞不如一見), 그러나 "좋은게 좋은것"은 아니어야 한다.

백 번 듣는 것이 한 번 보는 것만 못하다.

사실 어떠한 의견을 들이밀어도, 영업을 책임지고 있는 영업본부장을 설득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을 것이다. 설사 의견을 물러서 다른 사람을 그 자리에 올렸다고 해도 그건 모두에게 수용이 된 것이 아니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실전에서 검증하게 하는 것이 최선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것은 소위 '좋은게 좋은 거지'차원의 무조건적인 수용이 아니어야 한다.

손자병법의 "부전이굴인지병(不戰而屈人之兵)", 싸우지 않고도 이긴다는 말이 있다.

그때 우리는 영업본부장의 판단을 존중하면서도, 인사팀이 조직에 대해 마땅히 져야 할 책임을 포기하지 않았다.

우리는 실전이라는 가장 정확한 검증 무대를 만들어준 것이고, 동시에 조직을 보호할 안전장치를 철저히 준비한 것이다.


실사구시(實事求是), 사실을 얻되, 조직에 옳은 길을 구현한다

그는 결국 팀장으로 선임되었다.

대신, 우리는 우리대로 새로 선임된 팀장으로서 역할을 잘 수행할 수 있도록 철저히 준비했다.

그리고 그것은 제대로 지원을 함으로써 신임팀장의 조직이 안정적으로 잘 안착되게 하는 데 목적이 있었다.

우리가 한 일:

지원 체계 마련: 새로운 팀장으로서 우리가 도울 수 있는 리더십 코칭과 지원 프로그램 준비
모니터링 시행: 팀원 피드백, 팀 성과, 협업 지표 등을 정기적으로 체크
Plan B 시나리오 준비: 팀내 현황에 대해 즉각 지원하고 대응할 수 있는 준비

결과는?

만약 그가 새로운 팀장으로서 역할을 잘 해낸다면,

조직에 좋은 일이고 영업본부장의 판단이 옳았던 것이고, 조직은 좋은 리더를 한명 찾은 것이 된다.

인사팀은 그가 리더십을 잘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하면 된다.

만약 그가 팀장으로서 어려움을 겪는다면,

팀원들이 피해를 보기 전에 신속하게 대응해야 하는 대안을 준비해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것이 그 사람의 실패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어야 한다는 점.

설사 리더 역할이 맞지 않더라도, 그는 여전히 훌륭한 실무자로서 조직에 기여할 수 있다. 그때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비난이 아니라, 그와 팀원들 모두를 케어하면서 각자가 조직에서 제 역할을 지속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우리는 답을 얻게 되어 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팀장이라는 자리의 무게를 지키고, 동시에 사람을 지키면서 답을 얻어야 한다는 것이다.


HR의 역할: Gate-keeper가 아니라 Safety Net Designer

HR의 역할은 조직 전체와 개별 조직 간의 균형을 잡는 것이다.

그리고 좋은 인재가 조직 안에서 옳게 기여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고 지원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우리의 역할은,

위인설관을 철저히 경계하면서도
조직 전체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두고
검증 구조를 만들고
실패해도 조직이 회복할 수 있는 안전망을 설계하는 것이다.

승진, 특히 이번과 같은 팀장 승진은 그 자체로 가장 강력한 검증 시스템이 될 수 있다.

팀장이라는 자리는 실무자에서 리더로 넘어가는 첫 관문이자, 조직 성과와 사람 관리에 대한 책임과 권한이 동시에 부여되는 자리다. 그 사람이 정말 팀을 이끌 수 있는지, 팀원들을 성장시킬 수 있는지가 가장 적나라하게 드러나는 시금석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것이 누군가를 시험하고 검증하는 무책임한 실험이 되어서는 안 된다.

팀원들이 피해를 보는 실험, 조직이 흔들리는 실험은 절대 안 되며, 무엇보다 검증의 대상자가 피해자가 되어 조직차원에서는 좋은 인재 혹은 조직문화가 흔들리게 되는 상황이 되어서는 더욱 안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안전장치를 철저히 준비해야만 했다.

현장의 판단을 신뢰하고 실전에서 검증하게 하도록 지원하되, 조직 전체를 보호할 수 있는 구조를 설계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었던 것이다.

HR은 조직안에서 'gate-keeper'가 아니라 'safety net designer'여야 한다.

즉, 조직안에서 안전하게 시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고 실행이 되도록 지원해야 하는 역할임을 기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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