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 제사
나는 한 때 아주 궁금했다. 사람들은 왜 부질없이 떠나간 망자를 위로하려 드는가. 산 사람들을 부려 미련하게 음식을 만들고 사진을 세우고 몸을 접을까.
그것은 한 번도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적 없는 자의 오만한 망상. 망자가 아닌 떠나버린 이의 자리를 더듬는 산 자들을 위한 제사였음을. 그 미련한 일이 산 자들의 두려움이고 울음인 것을. 더 이상 찾아갈 곳이 없을까 두려워, 가야하는 자의 몸을 불사르고 항아리를 만들어 그를 이 땅에 묶어두는 것이다. 그것으로 당신이 이곳에 조금이나마 남아있다고 위안을 삼고, 문득 밀려드는 후회와 사죄가 온 몸을 죄어올 때 그 회한을 털어낼 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 대답 없을 유리 너머의 좁은 네모 안으로 자꾸만 나의 마음을 들이민다.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 어리석고 불쌍한 인간의 늦은 후회. 언제나 한 발 늦는, 시간 앞에 무력한 인간의 고통과 사죄 혹은 그리움.
보고 싶을 때 어떤 방법도 없을까 두려워 뒤늦게 만드는 당신의 작은 방은 이제는 너무 좁아 내 마음 한 자리 다 눕기가 힘들다. 이런 곳에 당신은 어떻게도 이렇게 잠잠히 구겨져 앉아있는가. 이제 그만 나오소. 그렇게 보내려다가도 또 뒤돌아 다시 오게 되는 이 자리가, 사실은 당신을 위한게 아니라 나를 위해 만든 터무니 없이 작은 그러나 나에겐 마지막 하나 남은 방이라서. 조금만 더 여기 있어주오. 자주 보러 올게, 그러니 조금만 더 참고 여기 있어주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