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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이름 Mar 10. 2022

삼촌에게(2)

산 제사


 나는 한 때 아주 궁금했다. 사람들은 왜 부질없이 떠나간 망자를 위로하려 드는가. 산 사람들을 부려 미련하게 음식을 만들고 사진을 세우고 몸을 접을까.​


 그것은  번도 사랑하는 이를 떠나보낸  없는 자의 오만한 망상. 망자가 아닌 떠나버린 이의 자리를 더듬는  자들을 위한 제사였음을.  미련한 일이  자들의 두려움이고 울음인 것을.  이상 찾아갈 곳이 없을까 두려워, 가야하는 자의 몸을 불사르고 항아리를 만들어 그를  땅에 묶어두는 것이다. 그것으로 당신이 이곳에 조금이나마 남아있다고 위안을 삼고, 문득 밀려드는 후회와 사죄가  몸을 죄어올   회한을 털어낼 자리를 만드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 대답 없을 유리 너머의 좁은 네모 안으로 자꾸만 나의 마음을 들이민다. 지나고 나서야 깨닫는 어리석고 불쌍한 인간의 늦은 후회. 언제나   늦는, 시간 앞에 무력한 인간의 고통과 사죄 혹은 그리움.​


 보고 싶을 때 어떤 방법도 없을까 두려워 뒤늦게 만드는 당신의 작은 방은 이제는 너무 좁아 내 마음 한 자리 다 눕기가 힘들다. 이런 곳에 당신은 어떻게도 이렇게 잠잠히 구겨져 앉아있는가. 이제 그만 나오소. 그렇게 보내려다가도 또 뒤돌아 다시 오게 되는 이 자리가, 사실은 당신을 위한게 아니라 나를 위해 만든 터무니 없이 작은 그러나 나에겐 마지막 하나 남은 방이라서. 조금만 더 여기 있어주오. 자주 보러 올게, 그러니 조금만 더 참고 여기 있어주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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