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화. 뉴럴-링크 상용화 20년

by 무명초

관자놀이 부근이 가렵다. 피부 밑, '뉴럴-링크 4세대' 칩이 자리 잡은 지점이다. 상용화 20년째인 2055년, 이제 이 칩은 신분증이자 지갑이며 뇌의 확장 장치다. 하지만 본질은 기업이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분석하기 위해 뇌를 데이터 채굴장으로 점유한 것에 불과했다. 기업들은 '프라이버시 보호'를 명목으로 개인 기억의 저장을 유료화했고, 점유세를 내지 못해 삭제된 기억에 한해서만 기업의 독점적 학습 데이터 소유권을 인정했다. 가난한 이들은 스스로 기억을 팔아 치우며 하루를 연명했다.


눈을 뜨자마자 망막 위로 투명한 창들이 떠오른다. "모든 창 꺼줘." 내 목소리에 창들이 먼지처럼 흩어졌다. 이제 인간은 컴퓨터를 사용하지 않는다. 그저 컴퓨터의 일부가 되어 '살아갈' 뿐이다.


책상 구석, 낡은 '데스크톱'이 눈에 들어왔다. 십 년 전쯤 아버지가 용산에서 골라주셨던 유물.


"현우야, 이게 100만 원짜리 그래픽카드다. 이제 네 세상은 더 선명해질 거야. 하지만 기억해라. 이 기계는 네 눈을 도와줄 뿐이지, 네 눈을 대신할 순 없어."


본체 틈새로 뿜어져 나오던 따스한 금속 냄새는 내가 세상을 향해 뻗을 수 있는 유일한 온기였다. 이제 내 몸 안의 칩은 그 본체 수천 대의 성능을 압도하지만, 나는 그때보다 더 지독한 허기를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