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 쏘면 다 맞아요"
군대를 다녀온 남자들에게 사격은 자존심이다.
온갖 화기를 섭렵한 전차병 출신으로서, 마구잡이로 불을 뿜던 그 묵직한 손맛을 기억하는 내게 예비군 훈련장의 사격은 사실 '가뿐한 소일거리'에 가까웠다. 사격만큼은 늘 자신 있었다.
나는 **'멀가중 멀가중 멀중가중'**을 주문처럼 되뇌며, 현역 시절 날카로웠던 감각의 재현을 꿈꿨다.
내 옆 사로의 귀엽게 생긴 친구는 꽤 긴장한 모양이었다. 내 시선을 자꾸만 끌었다. 사로에 엎드려 대기 중에도 안경을 계속 매만지며 어쩔 줄 몰라 하던 그가, 내게 갑자기 슬쩍 말을 걸어왔다.
"사격 잘하세요? 전 진짜 자신 없는데..." 하며 내 시선을 피하듯, 약간은 멋쩍은 미소(?)를 지어 보였다.
훈련 시 총구에 바둑알을 놓고도 방아쇠를 당길 때 흔들림이 없었던 나는 여유로운 미소를 띠며 자부심을 뽐냈다.
"에이, 뭐 쏘면 그냥 다 맞는 거죠. 파이팅 하세요!"
그렇게 호기롭게 허세까지 부리고 나니 집중도가 아주 조금 흔들렸지만, 이내 익숙하게 호흡을 가다듬었다. 사격 개시 소리와 함께 방아쇠를 당겼다. 어깨를 때리는 둔탁한 충격마다 쾌감이 느껴졌다. 표적지에 내 탄환이 하나둘 박히는 것을 확신하며 속으로 쾌재를 불렀다.
"역시, 죽지 않았군."
옆 친구에게 남자들만이 통하는 무언의 윙크까지 한 번 날려주었다. 하지만 사건은 표적지를 확인하러 나간 순간 터졌다.
옆 사로 친구는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자신의 표적지를 뚫어지게 쳐다보고 있었다. 그곳엔 그야말로 '예술적인 탄착군'이 형성되어 있었다. 반면 내 표적지는... 어라? 분명 잘 쐈는데 왜 이렇게 깨끗한 걸까. 눈을 비비며 현실을 부정해 보았지만 소용없었다.
그 친구는 퇴소식 대형 앞에서 상장을 받으면서도 끝까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그 의아함 가득한 뒷모습을 지켜보며 나는 깨달았다.
아, 내 탄환들이 집을 잘못 찾아갔구나... 옆 사로의 표적을 내 표적으로 착각한 멍청한 실수 때문이었다.
나의 정교한 사격 실력이 엄한 사람을 '스나이퍼'로 만들어준 것이었다. "쏘면 다 맞는 것"이라던 내 호언장담은 결국 옆 사로에서 실현된 것이다.
K5 권총부터 M50까지 온갖 총기를 섭렵하며 쌓아온 나의 프라이드는 그날, 옆 사로 전우의 영광을 위해 아낌없이 희생되었다. 웃픈 하루였다. 뭐 어떤가. 누군가에게 인생 최고의 '인생샷'을 선물했으니 나름 뿌듯한 하루였다고 생각하며 넘길 수 있었다.
하지만 반전은...
나에게 자신이 받은 상장을 흔들어 보이며, 여유로운 윙크를 날린 채 훈련소 정문을 나서는 그 친구의 설계된 미소였다.
더 소름 끼치는 건...
그 녀석의 의아해했던 표정조차 '이 전략이 진짜 먹히네'라는 감정의 표현이었단 것이다. 결국 나의 모든 판단은 그 녀석의 손바닥 위, 또 다른 착각이었을 뿐이다.
우리는 과연 누구의 사로에 총을 쏘며 살아가고 있는 걸까.
정문을 나서는 녀석의 그림자가 유난히 길게 느껴지는 오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