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없다는 거짓말
나의 가장 큰 변명거리는 '시간이 없다'는 말이다.
아이가 둘 있는 워킹맘이자 집안의 큰 딸이고 직원 8명이 있는 작은 회사의 경리이자, 사장이고, 영업부장이다. 하루종일 쉴틈없이 이것 저것을 하는데 저녁이 되면 어느 것 하나 마음에 들게 마무리된 일이 없는 매일이 되풀이된다. 퇴근 후 집에 돌아가면 이제 여덟살이 되는 큰 아이는 늘 엄마꽁무니를 쫒아다니며 레고놀이를 하자, 숨바꼭질을 하자, 퀴즈게임을 하자고 조르고 두 돌이 갓 지난 둘째 아기는 느닷없이 화분을 쏟아버리거나 머그잔을 던진다. 그것도 운이 좋은 날이다. 일주일에 두어번은 그나마 회사에서 남은 일들을 처리하다가 아이들이 잠든 후에 집에 도착하곤한다. 그런 날은 세상에서 제일 이기적인 엄마가 된 기분에 쓸쓸하고 우울한 기분으로 세상 모르고 잠든 아기들을 우악스럽게 끌어 안고 잠이 든다. 조용할 날이 없기는 회사도 마찬가지다. 직원들간의 불화가 끊이지 않고 면담에 면접에..., 중요하지만 비생산적인 일에 시간을 쏟다보면 종종 회의감이 들곤한다. 그렇게 그저 시간에 쫒겨서 하루하루가 간다.
"시간이 없다."
불편과 불평이 담긴 푸념같은 변명으로 이렇게 말했다.
하지만 시계는 늘 하루 두바퀴만 돌고 어떤 사람은 그 두바퀴를 훨씬 더 효율적으로 하루를 살며 백배는 더 많은 일들을 이루어낸다. 지금과 다른 하루를 만들려면 내 시간을 도둑질하는 것들을 없애버려야 한다. 그리고 되찾은 시간들을 가까운 지인들과 파주나 가평즈음에서 차를 마시며 여유를 느끼거나 문서함 구석에 '자료'폴더에 담아 둔 PDF들을 검토하는 데에 쓸 것이다.
PC매신저
매일 얼마 만큼의 시간을 매신저에 쓸까. 가끔 정신차리고 보면 PC 화면가득 대화창이 몇개씩 열려있는 것을 발견한다. 여기 저기 깜빡거리는 대화창을 오가며 일을 하다 보니 결국 일은 뒷전이고 쏟아지는 텍스트박스에 정신이 산란해진 경험은 누구나 있을 것이다. 이미 2017년에 와이즈앱은 안드로이드 사용자 대상으로 한달 동안 가장 많이 쓰는 모바일 어플리케이션을 조사 했는데 카카오톡이 월 사용시간 403억분으로 1위였다고 발표했다. 나는 얼마나 많은 시간을 여기 쏟고 있을까. 지난 3일간의 어플리케이션 사용량을 살펴보았다. 보통 업무시간동안은 PC카카오톡을 켜놓고 스마트폰을 들여다보지 않기 때문에 휴대폰 어플사용량이 PC에서 사용한 시간까지 집계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하지만 이미 상당히(!) 긴 시간을 단지 카카오톡 매신저에 쏟고 있지 않은가. 이 글의 서두에 시간이 없다고 변명한 내가 갑자기 부끄럽다. 월요일에는 무슨이유에선지 무려 3시간이나 유튜브를 시청했다! (무엇을 그렇게 골몰히 봤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카카오톡을 전혀 사용하지 않기란 쉽지 않다. 그럼 최소한 PC버전이라도 지워볼까?
그럼 업무 중 모니터에 깜빡거리는 알람을 보지 않게 되니 최소한 업무에는 집중할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집에서는 아이들과 딩굴다 보면 메시지를 확인하지 못 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은 긴급한 메시지가 아닌 경우가 많고 급한 일은 전화를 한다. 그러니 당장 확인해야할 메시지는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업무중에 실시간으로 모든 메시지를 확인하고 반응을 보이느라 하루에 한시간 이상을 시간을 쓰다니. 이제야 의미없는 시간도둑 하나를 잡아냈다. 하지만 단호하게 잘라내지 못하고 미온책만 적용하고 넘어간다. 잘라내기에는 현실적 변명이 너무 강력하므로. 간편로그인 부터 어린이집 안내문, 업무용 단톡방, 등등.
일단 오늘은 거기에 만족하고 하루를 보내보기로 한다. 내일은 과연 카카오톡 사용 시간이 줄어들까.
나는 도둑맞은 한 시간을 되찾을 수 있을까.
더 만족스러운 하루일까.
여러분은 어떤 하루를 점치는가.
단지 카카오톡 PC버전을 지운 8시간이 있는 하루란
#300일챌린지 #시간활용 #자기계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