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log

삶, 이름을 짓는 일

by Orbita

삶은 기념할 일들로 가득해요.


생일, 백일, 첫돌, 입학, 졸업, 취업, 결혼, 출산, 장례..., 인생의 모든 중요한 순간에 특별한 이름을 붙여 기념해요. 그리고 이름이 붙여진 기억들은 그 순간을 함께한 모든 사람에게 아주 오래도록 추억이 되어 남지요. 하지만 누군가의 기념일이 불특정 다수에게 강요되는 사회가 되면서 추억 본연의 아름다움을 잃어가는 것이 안타깝기만 해요.


남과는 다르게, 내 삶에만 가득한, 나의 어떤 것들 때문에 알아볼 수 있는 순수하고 벅찬 기억들에 이름을 지어가기로 해요. 만약 지금의 관성처럼 내가 만들어가는 나만의 기념일에 관심을 갖고 다른 이들도 삶에서 이런 소소한 기념거리를 찾아낸다면 모두가 스스로 더 특별하게 느끼고 삶을 행복하게 받아들이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에요. 오전 내내 일에 빠져 식어버린 커피잔에서 누군가의 그림자를 발견하는 것, 그래서 매일 마시는 그 씁쓸하고 시큼한 커피의 달콤한 향이 나에게 어떤 의미인지 조금 더 깊이 생각할 여유를 갖는 것. 그 자체만으로도 훨씬 풍요로운 삶이 되거든요. 그런 여유를 통해 나를 이해하는 것이 다른 사람을 더 깊이 있게 이해하는 데에 도움이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지요.


그렇게 조금 성장해보려고 해요. 인생의 중간쯤에 서 있지만 부끄럽게도 아직 스스로를 잘 안다고 말하기 어렵거든요. 나를 이해하고 나에게 주어진 순간들을 곱씹으면서 천천히 주변으로 눈을 돌려보려고 해요. 나의 순간들을 대하는 시선과 온도 그대로 다른 사람의 공간들을 바라보면 조금은 더 깊이있게 삶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