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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락 May 08. 2017

콘텐츠 기획자 조동환의 Names of Beauty


동환 씨에게 아름다움이란 어떤 건가요.


저에게 아름다운 것은, 한마디로 말하면 자연스러운 거예요. 사람이든 패션이든 건축이든, 어떤 대상이든 간에 자연스러워서 그 자체로 조화를 이루고 있는 모습을 보면 바로 그런 게 아름다움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거든요.


사실 굉장히 상대적인 것이기는 해요. 패션으로 예를 들자면, 브랜드마다 가지고 있는 색이나 느낌이 다 다르잖아요. 브랜드 이미지를 대표하는 모델들도 외모나 인종이 다양한데, 그 모델과 브랜드가 추구하는 성향이 자연스럽게 맞아떨어져서 고유한 정체성을 형성하는 걸 보면 거기서도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거죠.


단순히 옷만 놓고 아름다움을 판단하기보다는, 그 옷을 입은 사람과 얼마나 자연스럽게 어울리는지가 관건인 것 같아요. 아무리 비싸고 귀한 소재로 정성스럽게 만든 옷이라고 해도 정작 그 옷을 입은 사람과 어울리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잖아요. 반면에 저렴한 옷이라도 어울리는 사람이 입으면 아름다운 옷이 될 수 있는 거죠.


그럼 동환 씨 개인적으로 그런 자연스러움을 느낀 최근의 경험이 있으신가요.


예전에는 잘 꾸며진 사람들이 아름답다고 생각했어요. 뭔가 하나라도 더 얹는 것이 아름다움을 구현하는 유일한 방법이라고 여겼거든요. 그런데 꾸밈의 정도와 상관없이 아름다운 사람도 있다는 걸 알게 됐죠. 지금 만나고 있는 여자 친구가 그렇거든요. 비싸고 화려한 옷을 걸치지 않아도 그 사람 자체로 아름다울 수 있다는 걸 느끼고 있어요.


예전과는 정반대의 견해를 가지게 된 거죠. 이제는 오히려 덜어낼수록, 더 자연스러운 모습일수록 그 사람의 본연이 드러나고,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아름다울 수 있다고 생각해요.


동환 씨가 말씀하시는 자연이란, 그러니까 보다 본연에 가까운 모습이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그런 것 같아요. 결국 아름다움이라는 건 자연에 수렴한다고 생각해요. 어렸을 때부터 아버지를 따라서 산이나 바다에 자주 놀러 다녀서 그럴지도 몰라요. 어쨌든 요즘은 인위적인 상태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는, 원래 그대로의 모습과 가까운 것에서 아름다움을 느껴요. 반대로 표현하면, 억지로 꾸며낸 것은 아름다워 보이지 않는다는 거겠죠.


거리의 화단 같은 걸 봐도 정돈된 것보다는 사람 손 안 거치고 자란 야생의 편이 더 좋아요. 원래 잔디도 여기저기서 날아온 씨들이 섞이고 엉키고 하면서 자라는 거잖아요. 그런데 그걸 우리는 잡초라고 부르면서 제거하고 뽑아내는 거고. 저는 그냥 놔두는 편이 나은 것 같아요. 여러 가지 풀들이 같이 어울리면서 자라는 게 섭리니까요.


물론 정갈하게 잘 다듬어 놓은 정원을 보면 깔끔한 느낌이 들기는 하죠. 그렇지만 깔끔하고 매끈해야만 아름다운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수염이 더러 나고 머리가 좀 부스스해도 그게 자연스럽게 어울린다면 굳이 깎아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이미 그걸로 아름다운 거니까.


감사합니다. 대화를 마치면서 하나 더 여쭙자면, 살면서 혹시 남기고 싶은 말이 있으신지요. 이게 마지막 말이 될 수도 있다고 가정을 하고요.


앞에서 말했듯이 저는 자연스러운 게 좋고, 인생이라면 살다가 죽는 게 자연스러운 전말이잖아요. 제가 굳이 뭔가를 남겨야 한다는 강박은 없어요. 이렇게 살아 숨 쉬는 동안에 사랑하는 사람들과 즐겁게 즐기다 가면 그걸로 충분하죠.


본 매거진에 실린 모든 인터뷰는 namesofbeauty.com 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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