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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단락 May 05. 2017

구름 위를 걷는 정다겸의 Names of Beauty


다겸 씨에게 아름다움이란 어떤 의미인가요?


아름다움이란 사람의 마음을 긍정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예를 들면 갑자기 마음이 편안해질 때라든지, 사랑하는 사람이 생각나고, 괜히 설레는 때가 있잖아요. 아름다운 것들을 보면 그렇게 긍정적인 마음의 변화가 일어나더라고요.


아름다움이란 단어를 언제 많이 쓰는지 생각해봤는데요. 3년 전에 몽골에 간 적이 있었어요. 그때 아름답다는 말을 정말 많이 쓴 것 같더라고요. 사실 몽골에서 유명한 유적지를 간 것도, 먹거리를 즐기고 관광지를 돌아다닌 것도 아니었어요. 봉사를 하기 위해 간 거라 그럴 기회가 없었죠. 


그렇지만 몽골에서는 눈만 돌리면 넓은 초원과 하늘이 펼쳐진 배경을 흔하게 볼 수 있었어요. 왜 윈도우 기본 바탕화면 같은 초원 있잖아요. 버스 안에서 바라본 하늘과 초원, 자다가 일어나 보게 된 빼곡한 별. 저는 그런 자연들을 보면서 아름답다고 가장 많이 느꼈어요.


다겸 씨에게 아름다움이란 마음에 긍정적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고, 주로 자연을 보시면서 이를 느끼신다고 말씀이신데요. 그렇다면 자연 이외의 것에서 아름다움을 느끼신 적은 없나요?

  

네. 제 기준에서 아름다움이라는 형용사는 사람이 만들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건물들이나 예술작품을 보더라도 아름답다는 생각보다는 멋있다, 잘 만들었다, 정교하다 같은 수식어가 떠오르지 아름답다는 느낌을 받은 적은 없는 것 같아요.


자연은 사람이 만들 수 있는 게 아니잖아요. 자연을 보며 느껴지는 아름다움에는 경외감이 깃들어 있는 것 같아요. 개인적으로는 유명한 예술작품을 봐도 경외감이 들진 않거든요. 예쁜 카페에 가도 인테리어를 잘했다, 디자인이 예쁘다 정도의 생각만 들지 아름답다고 생각해본 적은 없어요. 아름다움은 경외감이 느껴지고, 모방하기 힘든 대상에서 느껴지는 게 아닐까.


아, 생각해보니 자연 이외의 것에서 아름다움을 느낀 적이 있긴 하네요. 김연아 선수의 연기를 보면서 아름답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요. 제가 정말 팬인데요. (웃음) 김연아 선수를 보고 있으면 사람의 몸짓으로 어떻게 저렇게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을까 생각도 들고, 제 마음의 긍정적인 변화를 느끼기도 했어요. 벅찬 감동을 느꼈거든요. 동시에 경외감도 들었어요.


그렇다면 다겸 씨가 말씀하신 아름다움의 조건들과 김연아 선수의 연기에는 나름의 공통점이 있다고 볼 수도 있겠네요.


네, 맞아요. 종교가 있으신 분들은 동감하실 텐데, 인간은 신이 만든 것 중 최고의 작품이라는 말이 있거든요. 기독교인으로서 저 역시 자연과 인간을 모두 하나님이 만들었듯이, 인간도 자연만큼 아름다운 것이라고 생각해요. 인간은 생명체 중에서 유일하게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 존재인 것 같아요. 그렇기 때문에 저는 신이 만든 인간과 자연, 그리고 그 몸짓과 구조에서 아름다움을 느끼는 거죠.


또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다는 건 신이 주신 선물이 아닐까라는 생각도 해요. 굳이 여행을 가지 않아도 우연히 길을 가다 보게 된 나무들, 가을의 높고 맑은 하늘같이 일상생활에서도 우리 주변에는 아름다운 것들로 가득 차 있잖아요. 그런 것들을 보면서 정말 아름답다, 내가 이렇게 아름다운 세상에서 살고 있구나 생각이 들면 감사하는 마음이 생겨요.


아름다움을 느끼기 위해 특별히 노력하시는 게 있나요?


저는 사진을 많이 찍는 편이에요. 전문적으로 찍는 건 아니지만 아름다운 대상을 사진으로 찍어 놓으면 전에 느꼈던 좋은 감정들이 새록새록 떠오르곤 하거든요. 제가 느낀 아름다움을 전부 담아낼 순 없지만 그래도 아름다운 감정들을 기억하는데 도움이 돼요. 사진이라는 건 그런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아름다운 자연이나 대상을 봤을 때 사진을 찍어두려고 노력하는 편이에요. 이렇게 사진으로 남겨두면 나중에 추억할 때 좋거든요. 사진을 보면 이때 아름다운 곳에 갔었지, 이런 감정들을 느꼈었지 등의 기억이 선명하게 나타나요. 애써 아름다움을 기억하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사진을 보면 저절로 느껴지는 거죠.


감사합니다. 아름다움에 대한 말씀은 잘 들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여쭤보고 싶은 것이 있어요. 지금 남기는 말씀이 다겸 씨의 마지막 말이라고 가정한다면 어떤 말을 남기고 싶으신지요.


지금 죽으면 너무 억울할 것 같지만 (웃음) 아무래도 마지막 순간에는 가족이 가장 생각날 것 같아요. 요즘 바쁘다고 나갔다 들어오면 집에선 거의 잠만 잤는데 엄마, 아빠, 동생 모두 사랑한다고 말해주고 싶어요. 개인적으로는 누군가 제 마지막 말을 들을 수 있다면, 비록 이루진 못했지만 꿈을 위해서 열심히 살았다는 말 정도는 남기고 싶네요.


본 매거진에 실린 모든 인터뷰는 namesofbeauty.com에서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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