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탓일까?
이 글은 sns를 끊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아요. 제가 끊을 수 있을진 저도 모르겠어요. 그저 담배는 끊었지만 sns는 끊지 못해 허우적대는 91년생 백수의 이야기에 허구를 더한 횡설수설(수필+소설)..이랄까요..?
이른 점심을 먹고 그릇도 치우지 않은 채 식탁 의자 위에 쪼그려 앉아 스크롤을 내렸다. 15분 전 게시한 나의 점심식사를 누가 봤는지 확인하고는 카페에 가기로 결정했다.
#서울북카페
걸어서 10분이면 가깝네.
여기는 버스 타고 15분. 더 감성적인데?
아 근데 의자가 딱딱해 보여.
감자도 데려갈까?
#서울애견카페
아.. 여기 많이 시끄러울라나?
일단 저장.
저장.
또 저장.
오늘은 꼭 글을 써야 하는데. 그냥.. 혼자 갈까?..
잠깐 15도면 뭘 입어야 하지?
살짝 열어놓은 거실창으로 들어오는 바람은 차갑고 내리쬐는 볕은 뜨거웠다. 북카페에 갈지, 애견카페에 갈지, 동네 카페에 갈지, 아님 조금 먼 곳으로 버스를 타고 갈지도 정해진 것이 없었기에 무얼 입어야 할지도 정할 수가 없었다. 그 감성 있는 카페로 가려면 아무래도 좀 단정히 입는 게 났지 않을까? 아냐 편하게 입자. 감기 걸리면 고생이니 오래 앉아 있을 수 있게 따뜻하고 편하게 입자. 나는 외투를 걸치거나 도톰한 상의를 입을 수 있는 계절이 되면 브래지어를 하지 않는다. 그러니 자칫 잘못하면 꼭지가 보인다거나 바람이 가슴으로 들어와 감기에 걸리는 불상사가 일어날 수 있기에 신중히 입어야 한다. 멋보다는 바이러스로부터 잘 방어할 수 있는 옷을 입기로 결정하고는 배낭에 짐을 챙겼다. 혹시 모르니 보조 배터리, 배고플 수 있으니 바나나, 따듯한 차를 담은 텀블러, 글을 쓸 거니까 노트북, 오늘까지 반납해야 할 책, 지겨우면 읽을 시집, 최근 쿠팡에서 6만 원 주고 산 무선 이어폰.
-좋아요.
누가 내 점심을 좋아한다. 걔는 뭘 먹었는지 확인한다. 쟤는 뭘 입었는지 확인한다. 다른 애는, 그때 걔는, 지금 서순라길 가야 하는 이유, 러닝이 좋은 이유.
-에어팟 4세대 역대급인 이유. 오픈형이라 귓구녕이 편한데 심지어 노이즈캔슬링이 돼요.
대박. 안 그래도 귓구멍 아픈데.
얼마지? 헐. 270,000원
무이자 되나?
차라리 이 돈이면 헤드셋을 하나 사지.
#헤드셋
-소니, 마샬, 보스, 애플 가격대별 총정리.
이거 예쁘네.
이 니트 어디 거지?
나도 파마할까..?
#여자단팔펌
활짝 열어놓은 창문 앞에 쪼그려 앉아 얼마나 스크롤을 내렸을까. 손끝과 발끝이 시렸다. 코끝이 차가웠고 화장실에 가고 싶었다. 아.. 다리 저려. 절뚝 절뚝 쥐가 내린 오른 발을 질질 끌며 화장실엘 갔다. 정오가 지나 더 추워진 걸까 아님 내가 추위를 느끼게 된 걸까. 바람막이를 하나 더 걸치고 겨우 집밖으로 나왔다. 빈 상가의 유리창에 비치는 내 모습이 괜히 맘에 들었다. 한창 식곤증에 시달릴 이 오후에 느긋히 거니는 것을 자랑하고 싶었다.
“찰칵” -가을..(낙엽) 업로드.
신호를 기다렸다. 그 시간이 지루해 sns를 열었다. 보라빛의 블랙홀 모양의 동그라미가 내 프로필 사진을 빨아들이듯 뱅글뱅글 돌고 있었다. 눈알 모양을 눌러 누가 나를 흠모하고 부러워할 것이며 지켜보는지 확인했다. 다른 이들의 퍼플홀도 확인했다. 무얼 입었나, 무얼 먹었나, 무엇 때문에 행복하나. 아. 붕어빵을 먹는구나. 붕세권에 사는구나. 나도 붕세권인데. 붕어빵을 사 먹을까? 붕어빵 트럭이 오는 쪽의 카페로 갈까? 조금 걸어야 하는데..
11, 10, 9, 8, 7… 초록불이 깜빡인다.
스크롤을 따라 눈을 굴려서일까? 횡단보도의 가로줄에 멀미가 난다.
갑자기 뛰어서일까? 얼굴이 후끈 달아오른다.
계절에 맞지 않는 옷을 입은 탓일까? 배낭에 닿는 등줄기에 땀방울이 차오른다.
노래를 들으면서 가야지. 아.. 이어폰을 두고 왔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