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별구람 탈옥기.01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by 나메스테
이 글은 sns를 끊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지 않아요. 제가 끊을 수 있을진 저도 모르겠어요. 그저 담배는 끊었지만 sns는 끊지 못해 허우적대는 91년생 백수의 이야기에 허구를 더한 횡설수설(수필+소설).. 이랄까요?




ep. 네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뭐야?


도서관엘 왔다. 이어폰을 두고 나왔기 때문에 혹시 시끄러울지도 모르는 카페에 갔다간 낭패를 볼게 뻔해서 도서관을 선택했다. 정확히는 도서관 입구에 마련된 기다란 벤치에 앉았다. 미련이 남지만 딱히 갈 데가 없어 들어가서 자리를 잡지도 나가지도 못하고 앉아있다. 가을바람 냄새를 맡으며 고소한 라테를 머금고 책을 읽고 싶었는데.. 도서관 창가 자리의 열린 창으로 적당한 바람이 들어오고 1층엔 테이크아웃 카페가 있고 지척에 책이 널렸지만 나는 선뜻 들어가질 못하고 있다.


#서울조용한카페

#서울테라스카페


여긴 인테리어가 올드해.

여긴 시끄러울 것 같아.


여기다.

통창에 디저트도 맛있어 보인다.


31분.

3분 걷고 18분 버스를 타고 10분을 걸으면 된다. 배가 살살 아프다. 화장실에 들렀다 가야지. 화장실의 제일 끝 칸에 들어가 바지를 내리고 앉았다. 상가에 비친 내 모습을 찍은 스토리를 전 회사 동료 몇몇이 봤다. 분명 이 시간이면 점심 식사 후에 복귀해서 책상 앞에 앉았을 텐데. 부러워하겠지? 얘는 야구를 보러 갔구나. 생일이었네? 여기 예약하기 진짜 어려운 식당인데 이걸 먹었네?


-가을엔 이렇게만 입으세요.

아. 이 스니커즈 하나 사야 되는데.

아 그때 성수에서 봤던 거기 한 번 가볼까?

얼마나 걸리지


꽤 괜찮은 옷들을 스크랩해놓은 사람을 팔로우하고 쇼핑몰을 돌아다니다 지도를 켰다.

30분.

어차피 30분 걸리는데 이 주변 카페로 갈까?


#성수북카페

여긴 의자가 불편해.

여긴..


엉덩이가 시리다. 신호가 사라진 지는 벌써 한참이지만 나는 바지를 올리지 못했다. 팔꿈치를 대고 있던 허벅지가 벌겋다. 손을 씻으며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맘에 들지 않는다. 아무래도 신발을 보러 가기엔 너무 낡은 운동화를 신었고 게다가 성수동에 가기에 내 옷은 별로인 것 같다. 그냥 요 앞 카페나 갈까? “탁-” 손을 씻는 동안 핸드 드라이기 위에 올려두었던 핸드폰이 떨어졌다. 릴스의 시끄러운 음악 소리가 울렸다.


결국 여기다. 집 앞 카페. 그래. 젤 편하지. 앉고 싶었던 창가자리는 이미 만석이다. 야외 테이블엔 강아지와 함께 온 사람들이 앉았다. 아.. 여기 올 줄 알았으면 감자 데려올걸.. 그래 나는 책 읽고 글을 쓰러 왔으니까. 괜찮아. 몇 시지? 3시. 5분 거리의 도서관엘 갔다가 5분 거리의 카페에 왔을 뿐인데 벌써 집을 나온 지 한 시간이 지났다. 라테가 먹고 싶은데 시간이 애매하다. 그래 다들 먹는데 괜찮겠지 뭐. “아이스 라테 한 잔 주세요.” 평소라면 따뜻한 라테를 먹었을 테지만 후덥 한 기운에 아이스 라테를 시켰다. 창가 자리는 아니지만 적당히 편한 의자가 있는 곳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노트북을 꺼냈고 그 옆에 지독히 고전하고 있는 밀란 쿤데라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을 두었다. 커피가 나오는 동안 인스타그램을 열었다.


-성수 작업하기 좋은 노트북 카페 추천

아.. 성수 갈걸.

저장.


“아이스 라테 나왔습니다.”


노트북 위 애플 로고가 가려지지 않게 책을 올려두고 옆으로 아직 젓지 않아 우유와 에스프레소 구분이 선명한 라테를 두었다. “찰칵” 확대해서 “찰칵” 괜찮은 사진이 있는 것 같다. 나는 안심하고는 라테를 휘저어 한 모금 깊게 마셨다. 조금 썼다. 모양이 예쁜 라테와 뒤로 보이는 책의 제목과 두께, 그리고 반쯤 잘렸지만 알 수 있는 애플 로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이내 마음이 놓였다. 오늘 할 일을 다한 것 마냥. 이내 가벼운 마음으로 책을 폈고 글자를 읽어 내려갔다. 부산스러운 재즈음악과 옆 테이블의 별거 아닌 이야기가 들린다. 고요한 집에서도 쉬이 읽히지 않던 책의 내용은 내 머릿속에 닿기도 전에 눈앞에서 부서졌다. 눈알 운동에 불과한 독서를 얼마나 했을까. 누가 나의 독서 활동 스토리를 확인했는지 궁금해졌다. -10분 전 게시물.



끔뻑끔뻑.

마치 서울 근교의 먼 카페에라도 다녀온 것 같은 피로감에 일찍이 누웠다. 무거운 눈꺼풀에 비해 심장이 뛰었다. 아 나 커피 마셨지. 머리맡에 있는 핸드폰이 신경 쓰였다. 전자파 때문인가? 그 전자파가 나를 끌어당기는 것 같다.


이제 진짜 자야 할 것 같은데 몇 시지?


3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