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내리던 어느 날, 남편이 운전을 했었다.
멀리서부터 브레이크를 밟았지만
빙판길에 앞차를 박았다.
그 사고 이후,
눈길에서는 조심해도 사고가 날 수 있다는 생각이
내게 깊이 박혔다.
그래서 눈 오는 날이면 나는 운전을 안 했다.
오늘 아침, 눈이 많이 내렸다.
버스정류장까지는 20분이 걸리는데, 날이 너무 춥다.
몸이 안 좋다고 말할까 망설였다.
하지만 눈길이 무서운 거였다.
다른 말로 핑계 대는 게 안 내켰다.
솔직히 말할 용기가 없어서 가기로 했다.
외출 준비를 했다.
바퀴에는 미끄럼 방지 스프레이를 듬뿍 뿌렸다.
약속 장소는 오르막과 내리막 길을 가야 한다.
평소에도 차가 많이 다니지 않는데, 눈이 오니 더 없다.
조금 올라가자 바퀴가 헛돌았다.
핸들과 브레이크가 가벼워지면서
내가 조종할 수 없을 것 같았다.
애매하게 멈추면 더 위험할 것 같았다.
그대로 밟았다.
스프레이 덕분이었는지,
갈만한 길이었는지,
다행히 도착했다.
눈은 멈추지 않았다.
집에 갈 시간이 되자 더 초조해졌다.
차를 두고 갈까,
버스는 안전할까.
생각이 멈추지 않았다.
창밖을 봤다.
가끔씩 나타나는 몇 대의 차들이 눈에 들어왔다.
저들도 가니,
나도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같이 있던 분이
조심하면 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당연한 말이 마음을 건드렸다.
올 때도 해냈다는 기억과
바퀴에 뿌려둔 스프레이가 떠올랐다.
눈은 더 쌓였고 기온은 더 떨어졌다.
‘다른 차도 갔어.’
이 생각 하나로 운전대를 잡았다.
다른 차도 갔고, 나도 갔다.
눈 오는 날 운전해 보기.
큰 성취가 없어서인지,
아니면 이게 나에게 필요한 크기인 건지,
나는 이렇게 작은 것을 세어본다.
새해 첫 해보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