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이 내리자 아이들은 밖으로 나갔다.
얼마 후, 눈사람 하나를 만들어 놓았다.
초록 잎이 붙은 나뭇가지와
소라껍데기가 얹어진 눈사람이었다.
따뜻하고 바닷가 근처의 우리 집이
눈사람에 담겨 있었다.
며칠 전에 만난 누군가가 떠올랐다.
1분을 늦었는데, 여러 번 미안해했다.
오자마자 한 번이면 될 말을
이야기 중에도, 헤어질 때도 반복했다.
그에게 그 1분은
넘기고 갈 일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사과를 받을 일도 아닌데,
받아야만 끝날 것 같았다.
나도 그와 비슷했다.
작은 실수를 피하려다 보니
일의 크기와 상관없이 늘 긴장했고,
괜찮다는 말에도 설명을 계속 이어갔다.
1분을 여러 번 말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그 사과가 과하게 느껴졌다.
책임감이 크고 불안이 많은 사람.
사과가 습관이 된 사람처럼 보였다.
문득 깨달았다.
오해받지 않으려고 계속 설명했던 나도
읽혔겠구나.
세심하고 책임감 있는 사람,
자기 보호와 불안이 뒤섞여 있는 사람쯤으로.
무심코 반복하는 습관조차
다른 사람에게는 나를 읽는 단서가 된다.
그렇다면,
이미 읽히고 있다면,
나를 억지로 감추려고 애쓸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눈사람 하나만으로도,
반복되는 사과만으로도,
삶의 흔적을
조금은 짐작할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