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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묭 May 17. 2022

<고작 이 정도의 어른>을 출간하며

영원히 저의 첫 책이 될 산문집.


 일요일이 아닌 날에 처음 올려보는 글이네요.


 '첫'이라는 경험이 주는 감정은 아마 죽을 때까지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려울 거예요. 두려움, 설렘, 불안, 떨림, 장기가 뒤틀림 같은 낱말조합해봐도 마땅히 표현할 방법을 찾지 못하겠네요. 다시는 느끼지 못할 감각이기에 모든 첫들은 마지막이기도 하지요.  


 첫 책이 나왔습니다. 저의 책 앞에 '첫'의 수식어가 붙을 마지막 책이기도 하겠네요. 신기한 사실은 '100주 동안 일요일마다 글을 올리겠다'라고 선언한 첫 글을 쓴 날짜가 2020년 5월 17일, 그러니까 꼭 2년 전 오늘이었어요. 정확히 2년간 꼬박꼬박 여기 올려둔 글의 일부가 종이에 인쇄되어 나오는 셈이지요.


 제목은 <고작 이 정도의 어른>입니다.


 이 브런치 매거진 제목과 같아요. 다른 제목으로 바꾸고도 싶었는데 책을 완성해준 박시솔 편집자님께서 '고작'이라는 카피와닿는다고 하셔서 다른 단어들을 차마 꺼내지 못했어요. 그래서 이름 따라 고작 이 정도밖에 안 팔릴 듯한 운명을 각오하고 제목을 비교적 쉽게 정했답니다.


(서점에 있으면 모르고 지나칠 법한 흐릿하고 어두운 표지이지만 제가 좋아서 선택했습니다..)


 책에는 한 걸음씩 늦게 깨달은 어른됨의 순간들이 차곡차곡 담겨 있어요. 그렇다고 제가 남들보다 보편적으로 늦깎이 인생을 살았다거나 경쟁에서 뒤처졌다는 건 아니에요. 오히려 그 반대였습니다. 성급한 성격 탓이 뭐든 빨리빨리 해치우고 삶의 다음 단계를 서둘러 밟으려 애썼고, 승부욕과 질투는 화신 수준이어서 사회의 통과의례 같은 경쟁판에서도 매번 보기 좋게 살아남았지요. 그러나 얻는 게 있으면 잃는 것도 있기 마련이었습니다. 우월감, 사회에서의 인정 같은 '타인과의 비교' 영역에서 많은 걸 얻은 저는 대신 보이지 않는 영역에서 무디게 자라고 말았어요. 이를테면 내가 진짜 뭘 원하는지도 모르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내면을 들여다볼 시간도 갖지 못했지요. 시간이 남으면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투자하기 바빴으니까요. 또 타인에 대한 공감능력, 기쁨과 슬픔을 온전하게 느끼는 감성, 인간이 갖춰야 할 최소한의 도리마저도 무디거나 부족한 어른으로 자라났어요. 얻는 것에 취하는 사이 잃는 것들은 조용히 제 속을 곰겼겠지요. 저만 모르는 사이에.


 이 책은 그렇게 잃은 것들에 관해 썼습니다. 얻은 것을 늘어놓은 게 아니라는 점에서 성공담이나 자기계발서와는 정반대에 있는 책이에요. 그렇다고 잃은 것들을 푸념하기만 한 책은 아니랍니다. 사회생활하면서 잃어버렸던 생각을 하나씩 짚고, 다시 학창시절 배우고 꿈꾸던 대로 살아보려고 발버둥 친 기록이에. 조직에 순응하며 사회생활하느라, 주변과 비교하며 나를 끼워 맞추느라 변해버린 자아를 되돌리려 애쓴 흔적들이기도 하고요. 그런 면에서 책 제목 뒤에는 '...으로 머물지만은 않겠습니다'라는 다짐이 내포해 있기도 하지요.


 책이 나오기까지 우여곡절이 많았습니다. 두 곳의 출판사와 원치 않는 줄다리기를 할 상황에 놓이기도 했고 그 과정에서 편집자도 두 번이나 바뀌었어요. 어차피 책 내려고 쓴 글들도 아니기에 그냥 묻어둘 생각도 했지만 마지막까지 손을 놓지 않아준 출판사와 편집자 덕분에 종이에 인쇄되어 세상의 빛을 보게 되었어요. 박시솔 편집자님과 RHK, 그리고 표지그림 사용을 허락해주신 한지민 작가님께 빚을 진 마음입니다. 두 번 술잔을 기울인 인연으로 흔쾌히 추천사를 써주신 추앙하는 이석원 작가님(이자 동경하던 뮤지션)께도 감사의 말씀을 남겨두고 싶어요.


 제게 영감을 준 이들 앞에 부끄럽지 않은 책을 내놓는 게 소원이지만, 고백건대 이 책이 그렇지는 못할 것 같아요. 그들에게 미숙함과 식견의 공백을 들킬 게 뻔해서 도리어 창피한 마음입니다. 그럼에도 세상에 내놓기로 한 까닭은 런 지금의 저를 삶의 좌표에 새겨놓기 위해서였어요.


 어떤 분에게 책이 읽히기를 바라는지 묻는다면 '성공보다는 성장을, 성장보다는 성숙을 좇는 어른'의 손에 이 책이 있길 바란다고 답하겠습니다. 아무쪼록 저자와 독자가 서로 쓰고 읽으며 조금씩 자라거나 익어가기를 바라는 마음이에요. 책 속 '작가의 말' 일부를 아래 옮겨놓으며 황망하고 설레는 책 홍보 글을 마치겠습니다. 그러니까......



많이 사달라는......


리뷰도 좀 남겨달라는...



......얘기였어요...


(몇 주 뒤에는 두 번째로 출간될 책도 홍보할 거예요......;;;)




작가의 말 (일부 발췌)


 ...제가 잠시 머무는 이곳 춘천은 봄(春)을 이름에 품은 우리나라 유일의 도시입니다. 그런데 알고 계시나요? TV 일기예보에 등장하는 우리나라의 주요 도시들 중에서 춘천의 벚꽃 개화 시기가 가장 늦습니다. 게다가 분지 지형이라 여름은 또 일찍 찾아오지요. 봄이 가장 늦게 왔다가 얼른 달아나는 도시가, 역설적으로 ‘봄’이라는 이름을 유일하게 차지한 셈입니다. 유난히 추운 도시인만큼 지각한 봄이 더 소중해서일까요? 이유를 고증하긴 어렵겠지만 그렇게 추측한다면 이 도시의 계절이 더 와닿습니다. 제 삶에도 그런 이름이 붙었으면 좋겠다고 섣부른 이입을 해보게 되기도 하고요.


 이 책의 마지막 원고 역시 짧은 봄이 달게 여무는 무렵 쓰게 되었습니다. 첫서재 앞마당에 있는 60살 된 라일락나무에는 일 년에 단 보름여만 피는 하얀 라일락꽃이 만개했어요. 생애가 계절이라면 저는 무더운 한여름을 나고 있는 중이겠지만, 봄의 도시에서 봄에 마무리 짓는 이 책을 읽는 순간만큼은 앞으로도 잠시나마 계절 감각을 상실하고 봄 만지는 기분에 취할 것만 같습니다.


 뜬금없이 봄 얘기를 늘어놓은 까닭이 있습니다. 이 책을 시간 내어 읽어준 분들께 이 감각을 전이하고 싶었어요. 어느 계절에 이 책을 열더라도, 마지막엔 봄의 기운을 느끼며 닫길 바라는 마음으로요. 결국 이 책의 모든 활자도 그 심정으로 쓴 것들이니까요. 인생의 봄날을 돌이켜 의미를 되짚고, 그 시절이 정화한 생각과 감각을 잃지 않는 어른으로 성숙하길 바라는.


 마지막으로 제 글이 저의 다짐으로만 머물지 않도록 출판까지 이끌어준 편집자와 북디자이너 및 출판사 관계자, 그리고 가족이란 이름으로 묶인 사랑스러운 존재들에게 감사를 전하며, 생의 봄날을 갓 움틔우고 있는 한 아홉 살 어린이에게 언젠가 이 책이 정답게 읽히기를 기적 같은 마음으로 기원합니다.


- 2022년 봄.




<온라인 판매처>


예스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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