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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 변호사 May 13. 2024

현대상식으로 본 인생의 가치

독서메모(855)

저자 : 김승대

출판연도 : 2024


저자는 내가 잘 아는 분이다. 검사 선배이시고, 검찰에 재직하던 시절이나 그 후나 아주 친하게 지내고 있다. 

그러나 그 점이 이 책에 대한 나의 평가에 영향을 줄 수는 없다. (라고 말했지만  이 독서메모를 읽는 사람이 10여명도 안될 것이므로 굳이 그런 말을 할 필요가 없겠다.^^) 


며칠 전에 이 책을 전달받고 읽으면서 깜짝 놀랐다.


첫째, 이른바 Big History가 너무나 잘 요약되어 있다는 점에서 놀랐다. Big History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나도 그 중 하나다) 말로는 대충 설명할 수는 있지만 이렇게 간결한 문장으로 그러나 빈틈없이, 오류없이 글로 써낼 수 있는 사람은 몇사람 안될 것이라고 장담할 수 있다. 


둘째, 그 동안 과학이 밝혀낸 사실을 인간의 삶과 연결하여 사색하는 부분에서 내가 평소에 품고 있던 생각과 이 책에서 표현된 저자의 생각은 거의 100% 일치한다는 점에서 또다시 놀랐다. 저자와 내가 한통속으로^^ 잘못 생각하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적어도 내 입장에서는, 난해한 이 문제에 대해서 아주 똑같이 생각하는 사람이 한사람이라도 존재한다는 사실은 놀랍고 반가운 일이었다.


거의 100%라고 말한 이유는, 안락사에 대한 관점에서는 다소 다르기 때문이다. 


"피할 수 없는 죽음에 가까이 다가선 사람으로서 생명을 부지하는 노력과 투쟁 이외에 다른 활동이 불가능한 상태라 하더라도 그 사람의 삶의 존엄성과 가치가 없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이 세상에 단한번의 기회로 부여받은 인생은 마지막 순간이 다가올수록 그 본인에게는 한없이 가치로운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본인이 맑은 정신 상태에서 그런 삶(생명을 부지하는 노력과 투쟁 이외에 다른 활동이 불가능한 삶)을 원하지 않는다고 명백한 의사표시를 했을 때는 안락사를 선택할 수 있게 해줘야 한다는 것이 내 생각이다. 


저자가 쓰는 문장은 평이한 것 같지만 절대로 그렇지 않다. 그 어려운 내용을 그렇게 쉽게 정리하여 담아 내려면 많은 퇴고를 거듭했을 것 같다.


Big History 에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이 번 기회에 정리삼아 읽어볼 것을 권하고, 그 쪽에 지식이 없는 사람이라면 이 번 기회에 일단 맛을 한 번 보라는 마음으로 추천한다.


또한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하여 평소 생각이 많은 사람이라면 저자의 식견을 참고할 수 있을 것이다.


다음의 이야기는 오해의 소지가 있지만, 요즘 의사정원의 증원문제와 관련하여 생각하면 재미있기에 첨언한다.


유튜브에서 얼마 전에 '미미미누 수학챌린지'라는 동영상을 봤다. 길거리에 전자칠판을 갖다 놓고 수학문제를 푸는 사람에게 5만원 또는 10만원의 상품권을 주는 놀이다. 그 수학문제가 엄청 어렵다. 도전하는 사람은 대부분 전교 1등이거나 적어도 수학 과목은 전교 1등 짜리다. 그런데 지원하는 대학이 대부분 의과대학이었다. 의사도 머리 좋은 사람이 하면 아무래도 낫겠지만 정말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는 사람들은 과학자, 공학자들이다. 스마트폰이 있는 세상, 없는 세상을 상상속에서 비교해봐라. 뛰어난 학생들은 과학이나 공학을 전공해야 한다. 


내가 대학교 다니던 시절에는 그렇지 않았다. 그 때는 공부를 잘하면 적성이 이과라도 모두 법대를 갔다. 판사, 검사를 최고로 쳤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법시험 합격생의 숫자를 대폭 늘리고, 로스쿨 까지 생기면서 한 해에 수천명씩 법률가들이 배출되자 법률가의 가격이 헐값이 되었다. 그러자 법대에 엘리트들이 몰려가던 풍조는 저절로 사라졌다. 


저자는 본고사가 있던 시절에 서울대를 전체 수석으로 입학하였다. 물론 법대를 갔다. 어느날 저자에게 그렇게 압도적으로 성적이 좋았던 이유를 물어 보았다. 답이 쉽게 나왔다. 수학 성적이 다른 사람보다 탁월하게 좋았기 때문이었다. 경기고등학교에 천하의 수재가 몰려 있던 시절에 경남고등학교생이던 저자는 수학경시대회에서 그들을 눌렀다고 했다.


그렇다면 저자는 법대에 갈 것이 아니라 자연과학대에 갔어야 했다. 그렇게 했다면 나라를 위해서 보다 이로운 일을 많이 하셨을 것 같다.


따라서 의과대학에 엘리트가 몰리는 지금, 의대생들의 숫자를 옛날에 사법시헙 합격자를 300명 뽑다가 지금 수천명으로 늘렸듯이 10배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 


그러면 수학천재들이 의과대학으로 몰려 가고, 나라의 혜택을 입고 과학고를 다닌 후 의과대학으로 기수를 돌리는 이 개탄스러운 엘리트 낭비가 없어질 것이다. 물론 이런 내 생각을 정부가 의과대학 증원의 이유로 삼을 수는 없겠지만, 나는 지금 그런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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