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메모(876)
원제 : The Verge: Reformation, Renaissance, and Forty Years that Shook the World
저자 : 패트릭 와이먼(Patrick Wyman)
출판연도 : 원서 - 2021 / 번역서- 2022
"언제부터 서양이 동양을, 적어도 물질문명의 측면에서, 전반적으로 앞서기 시작했는가?", "그 이유는 무엇이었을까?"는 누구나 한번쯤은 품어봤을 의문이다.
그 점에 관한 설명이 있다고 하여 이 책을 샀다. 각종 언론매체에서는 이 책에 대한 호평을 늘어놓았다. 심지어 어느 유튜브 콘텐츠에서는 이 책을 죽기전에 꼭 읽어야 할 책이라고 목놓아 외치기도 하였다.
그러나 나에게는 이 책은 한없이 지루하였다.
저자는 빼어난 문장력을 가지고 있다. 진짜인지 내가 검증할 수는 없지만 15세기, 16세기에 대한 지식도 대단하다. 전거를 제시하기도 한다. 우리가 알고 있는 상식을 완전히 뒤엎는 진술을 자신있게 하기도 한다.
그런데도 재미없는 이유는, 그 빼어난 문장력으로 소설을 써대기 때문이다. 저자가 그 시대에 살아본 것도 아니면서 한없는 상상력을 아주 구체적으로 펼친다. 사실은 구라다.
차라리 주인공을 하나 정하여 소설을 썼다면 재미가 있을 수도 있다. 여러 인물을 등장시키면서 이야기도 만들어 내고 역사적 fact와 자기의 해석도 전달하려다 보니 뒤죽박죽이다.
다음과 같은 번역은 더욱 김빠지게 만든다. 다음의 문장을 읽고 원문이 무었이었는지 아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은 천재다.^^
"정부의 기구는 정의, 수입, 그리고 무엇보다도 무력의 독점적 사용에 관한 주장을 관철하는 데 성공한 사람 주위로 모여들었다."
"둘째로 소유에 대한 설득력이 떨어지는 권리 주장을 강요할 기회가 생기는 것이었다."
"자체적으로는 거의 의미 없는 직함이지만, 상비군, 재정적 역량, 그리고 왕조의 공격성이 버려진 주장을 대륙 전체에 걸친 전쟁을 벌일 근거로 삼을 수 있었다."
나는 안다. 매체에서 하는 서평이 사실은 기자들이 제대로 읽고 난 다음에 쓰는게 아니라는 것을. 하기야 그들이 어떻게 일주일에 몇 권씩 책을 읽을 수 있겠는가. 유튜브로 가면 더욱 코메디가 된다.
그렇다고 이 책이 누가 보더라도 즉 객관적으로 엉터리라는 뜻은 아니다. 내가 이 책을 소화할 능력이 부족해서 이렇게 푸념하는 것일 수도 있다.
우리나라의 살아있는 저자가 쓴 글이라면 이런 악평을 늘어놓을 수가 없다. 희한하게도 자기가 쓴 책에 대한 코멘트라면 조회수가 거의 없는 내 블로그에도 찾아와서 비밀댓글을 다는 분들이 의외로 있다. 네이버나 구글의 검색 기능이 그만큼 뛰어나기 때문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