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시에 일어났다. 아이들도 이젠 적응이 되어서 늦게 자거나 몸이 피곤하여도 7시에는 두말없이 일어난다. 호텔 2층에 있는 식당에서 self-service의 아침식사를 하였다. 7시에 일어나서 샤워와 아침식사를 끝내고, 차에 짐가방을 싣고 9시에는 떠나는 것이 rule이 되었다. 어제 이 호텔에 24시간 valet parking을 맡기면서 그 요금으로 38달러+tax를 주었다. 뉴욕이나 밴쿠버 같은 대도시의 도심에서는 주차공간을 확보하기 쉽지 않기 때문에 self-parking하는 주차장이 잘 없다. valet parking을 통하여 좁은 공간에 이중, 삼중으로 주차시켜 놓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는 오전에 check-out하는데 자동차는 오후 5시정도까지 valet parking을 시킬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호텔측에서는 투숙객에 한하여 parking service를 제공하는 것이므로 시간이 남았다고 하더라도 check-out하는 동시에 차를 가져가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고, 우리는 투숙과 별도로 valet parking service를 산 것이므로 check-out과는 무관하게 차를 맡긴 때로부터 24시간 동안 차를 맡길 수 있다고 주장할 수 있다. 석휘에게 이 임무를 맡겼다. 우리측 주장대로 되었다. 우리는 짐을 정리하여 일단 차에 다 싣고 난 다음에 대행기사보고 도로 주차장에 갖다 놓으라고 하였다. 오늘의 계획은 시카고 시내를 도는 trolley를 타는 것이다. 가이드가 안내를 하는 이층 버스다. 이층은 오픈되어 있다. 시내 곳곳에 12곳의 정거장이 있고, 우리는 아무 곳에서나 타고 내릴 수 있다. 우리 부부는 성인요금을 냈고 아이들은 학생요금을 냈는데 우리 부부의 쿠폰은 유효기간이 오늘 하루인데 반하여 아이들은 3일 동안이었다. 모두 92달러였다. 그 때부터 약 2시간 동안 그 이층 버스를 타고 가이드의 안내를 받으면서 시카고 시내를 구경하였다. 시카고 다운타운의 아름다움은, 뭐,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지 모르겠다. 뉴욕보다 규모는 작지만 매 건물은 모두 작품이다. 건축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아니 아름다움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에게는 꼭 시카고를 한 번 관광해보라고 권하고 싶다. 나는 미국에 오면 사람의 상상력은 끝이 없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한계가 없다. 시카고의 빌딩들도 상상을 초월한다. 예를 들어 피사의 사탑 같은 원통 기둥모양의 빌딩인데 구멍이 뽕뽕 뚫려있다. 자세히 보면 1층부터 20층 정도가 자동차 주차장이다. 차의 뒷꽁무니가 마치 건물 밖으로 튀어 나올 듯이 아찔하게 보인다. 그 위에는 콘도미니엄이다. 저 곳에 처음 주차시키는 사람은 간이 콩알만 해졌을 것이다. 시카고는 바다처럼 넓은 미시간 호수가 마치 해변가처럼 펼쳐져 있고, 도시 한 가운데에는 시카고 강이 흐르고 있다. 곳곳에 공원이 있고 자전거를 타고 다니는 사람들도 많이 눈에 뜨인다.
그 호수, 강, 공원 사이 사이에 갖가지 건축양식의 100층 높이의 고층 빌딩이 어우러져 있다. 스파이더맨이 방금이라도 튀어나와서 저 빌딩 숲속으로 타잔처럼 건너 뛰어 다닐 것 같았다. 도널드 트럼프는, 시카고 강을 내려다보는 곳에 엄청난 규모의 콘도미니엄을 짓고 있었고, 거의 완공단계에 있었다. 저층은 고급 백화점이고, 그 위에는 호텔이고, 그 위는 residence란다. 얼핏 봐도 60층은 넘어 보였다. 규모만 클 뿐만 아니라 외양이 매우 세련되었다. 저 콘도미니엄의 분양가는 얼마나 될까하고 생각해보았다. 정확하게 모르지만 우리나라 타워팰리스 큰 평수 정도면 하나 살 수 있지 않을까 추측해보았다. 단위면적당의 가격기준으로 타워팰리스와 트럼프의 콘도를 비교해본다면 우리나라 고급 아파트 값이 얼마나 과대평가되어 있는지 쉽게 짐작할 수 있다. 그 주변 환경이나 건물의 아름다움에 비추어 볼 때 타워팰리스는 이곳의 콘도미니엄에 명함도 내밀지 못할 것이다. 시카고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회사의 본사가 밀집되어 있다. 백화점으로 유명한 Sears도 있고, Prudential 생명보험 회사도 있다. 내가 사랑하는 네비게이터 Garmin의 본사도 여기에 있는 듯 하였다. Trolley 관광을 끝내고, 아내와 석윤이는 석윤이의 바지를 사러 갔다. 석윤이는 키가 쑥쑥 자라서 예전 바지들이 모두 맞지 않았다. 석휘는 우리 차에, 차의 스피커와 MP3를 바로 연결시키는 port가 있는 것을 어제 발견하고 그 연결잭을 사러 갔다. 그 동안 나는 Border라는, Barnes&Nobles와 더불어 대형 서점 franchies에 가서 시간을 보냈다. 서점 안에는 푹신한 소파를 갖다 놓아서 책을 읽기 좋았다. 영어로 읽기 제일 만만한 John Grisham의 paper back 신작 ‘The Innocent Man’ 을 샀다. 또한 노트북 컴퓨터를 무릎 위에 올려 놓고 사용할 때 그 받침대 용도로 만들어진 판을 하나 샀다. 판 밑에는 베개 같은 쿠션이 달려 있어서 무릎이 편안하고 노트북 밧데리의 열도 무릎에 전달이 되지 않아서 좋다. 나는 이 일기를 아내가 운전할 때 달리는 차 속에서 무릎 위에 노트북을 올려 놓고 쓰고 있다. 다른 때에는 시간을 내기 어렵다. 그러니 이 판을 발견하고서는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점심은 맥도날도 햄버거 집에 가서 먹었다. 우리가 가본 맥도널드 가게 중 가장 고급스러운 곳이었다. 입구 마당에는 조각들이 있고 내부는 카페처럼 편안하게 앉아서 먹을 수 있는 가죽 소파와 테이블이 있다. 물론, 맥도날드 값은 다른 곳과 똑같다. 과연 시카고 다운 발상이다. 이제 호텔로 돌아가서 차를 찾아서 Mount Rushmore로 떠나야 한다. 1,600킬로미터의 거리이다. 오후 3시쯤 되었다. 바로 시카고 도심을 빠져나가면 좋으련만 아이들은 들르는 도시에 야구팀이 있는 경우에 그 야구팀의 로고가 새겨져 있는 모자를 사서 그것을 기념으로 모으겠다고 하여 Foot & Locker를 찾아 갔다.
덕분에 시카고 다운타운의 교통체증을 경험하여야 하였다. 그러나 조금 후에 시작될 끔찍한 고생에 비하면 그것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우선 시카고를 빠져나가는데 무려 2시간 가까이 걸렸다. 휴가철에 경부고속도로 톨게이트로 몰려가는 차량행렬처럼 끝도 없이 이어진 차량 속에서 우리는 속절없이 시간을 죽여야 하였다. 미국에 올 때마다 느끼지만 미국 대도시의 교통체증은 갈수록 심해진다. 이 말은 미국도 인구가 자꾸 대도시에 집중된다는 의미이다. 반면, 며칠 전에 우리가 우연히 들른 ghost 마을처럼 변두리의 도시는 황폐화 되어가고 있다. 간신히 시카고를 완전히 벗어나서 90번 하이웨이 West를 타고 고속으로 달렸다. 시카고가 있는 일리노이주를 벗어나서 위스콘신 주에 이르렀다. 이렇게 여러 주를 걸쳐서 다닐 때에 주마다 다른 교통 시스템 때문에 골탕을 먹을 때가 많다. 예를들면 우리나라의 하이패스 시스템의 경우에도 주마다 이름이 다르다. EZ Pass라고 부르는 곳도 있고, 다르게 부르는 곳도 있다. 이름이 다른 것이야 무방하지만 빠져 나가는 방법이 주마다 달라서 자칫하면 돈을 내지 않고 하이패스 차량 출구의 톨게이트를 통과하게 된다. 그럴 경우에 감시 카메라에 찍혀 나중에 몇배의 요금을 징수당하게 된다. 우리 같은 경우에는 렌터카 회사로 연락이 올 것이고 렌터카 회사는 우리의 신용카드에서 그만큼 돈을 뺄 것이다. 우리는 잘 통과하다가 시카고를 빠져 나갈 때 그만 깜박 실수를 하고 말았다. 위스콘신 주의 어느 곳에서는 도로 공사 중이라서 도로 양쪽 갓길이 없어지고 비교적 도로폭이 좁았는데 제한 속도가 45마일이었고, minimum fine 375$이라고 적혀 있어서 우리는 완전히 공포분위기에 빠졌다. 전과자는 이래서 괴로운 법이다. 그렇다고 45마일의 속도로 가면 예의 그 악랄한 트레일러가 바짝 붙어서 겁을 주고. 간신히 공사가 끝나고 제한속도가 다시 65마일로 올라가서 우리는 신나게 달렸다. 위스콘신의 주도인 Madison 부근에 들어 섰을 때는 아늑한 주택가를 지나게 되었고 우리 가족은 예전 캐나다에 살 때의 동네와 비슷하다면서 옛추억을 되새겼다. 그러나 그 순간부터 우리의 끔찍한 괴로움은 시작되었다. 우리가 계속 진행하여야 할 90번 하이웨이가 도중에 closed 되었다고 sign이 나온 것이다. 어이가 없어진 우리는 우회로를 찾으려고 하였으나 90번 하이웨이가 closed된 것을 알 리 없는 네비게이터는 detour 기능을 이용하여도 끊임없이 우리를 90번 하이웨이의 진입로로 인도하였고 그 진입로는 예외없이 봉쇄되어 있었다. 알고 보니 위스콘신에 인접하고 있는 아이오와주에 tornado가 불어서 아이오와주의 도시들을 완전히 초토화시켰고, 위스콘신주의 위스콘신 강도 모두 범람하여 가장 중요한 하이웨이 중 하나인 90번 도로의 많은 부분이 침수되어 봉쇄가 되었던 것이다. 아내는 이 번 여행 때 이곳의 개울이나 작은 호수, 작은 강은 거의 도로 높이인데 넘치지 않는 것이 신통하다고 여러 번 말하였다. 정말 미국의 호수나 작은 강은 도로 높이와 거의 비슷하다. 둑을 만들어 놓지 않았다. 도로가 거의 연못가 같은 수준이다. 예수가 호수에서 걸어 나오면 둑을 힘들게 기어 오르지 않고 편안하게 바로 도로로 진입할 수 있을 것이다. 워낙 땅이 넓고 물이 곳곳에 있으니까 일일히 둑을 만들어 놓을 수 없었던 것 같다. 90번 도로의 침수도 둑을 안만들었기 때문인지 모른다. 하여튼 우리는 그 때 90번 도로가 그렇게 긴 강을 따라서 완전히 침수되었는지 몰랐다. 예를들면 중부 고속도로가 300km 정도 침수되어 있는데 우리는 그렇게 길게 침수되어 있는지 모르고 계속하여 다음 진입로를 찾아 진입을 시도 하였고, 그 때마다 입구에서 ‘road closed’라는 매정한 싸인을 보고 차를 돌려야 하였다. 그 동안 네비게이터에만 의존하다보니 지도를 준비해가지 않아서 주변의 도로 상황을 전혀 알 수 없었다. 우리 차에는 나침반이 달려 있어서 차가 어느 쪽으로 가고 있는지 계기판에서 알려주는데 일단은 아무 도로나 타고 무조건 서쪽으로 가기로 하였다. 그러나 말이 쉽지 그것은 좋은 방법이 아니었다. 서쪽으로 가면서 남쪽으로 가는 도로도 있고, 지방도로는 그렇게 길지도, 즉 계속하여 연결되어 있지도 않으므로. 벌써 해는 졌고 우리는 종잡을 수 없이 헤매고 있었다. 저녁 9시쯤에 주유를 하러 어느 시골 마을로 들어갔다. 한적한 주유소에는 인도 출신의 마음좋은 아저씨가 가게를 지키고 있었다. 여러분들도 알다시피 미국 주유소는 슈퍼마켓 같은 가게가 항상 딸려 있어서 그 안에서 음료수도 사고 과자도 사고 지도도 살 수 있다. 그 친절한 인도 아저씨는 우리를 도와주려고 하였으나 불행히도 별로 아는 것이 없었다. 손님으로 온 아주머니 한 사람이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서서 우리를 도와주려고 하였으나 역시 큰 도움은 되지 않았다. 그 주유소 가게 안에서 파는 지도는 이 주변 지역만 담당하므로 우리가 가야 하는 1000킬로미터 너머의 상황은 표시해주지 않았고, 90번 도로가 어디까지 봉쇄되어 있는지도 아무도 몰랐다. 아내는 아쉬운대로 그 일대의 지도만 사고서는, 일단 북쪽으로 계속 올라가서 - 우리는 서쪽으로 가야하였는데 서쪽은 위스콘신 강이 가로 막고 있었고, 그 위스콘신 강 주변의 90번 도로가 침수되어 있다는 추측을 하였다 - 거기서 다시 서쪽으로 갔다가 내려와서 90번 도로를 만나자고 하였다. 이미 밤은 깊었으나 그 동네에서 북쪽으로 가는 local 도로를 찾아서 무조건 북쪽으로 달렸다. 미국의 시골은 정말 시골이다. 1시간을 가도 인적이 전혀 없고 여러 시간을 가도 주유소 하나 없다. 길에 평소 차량이 다녀야지 주유소도 있을 것 아닌가. 그래서 장거리를 다닐 때는 반드시 하이웨이를 다녀야 한다. 우리는 1시간쯤 달리다가 조그만 모텔을 발견하였으나 귀곡산장 같은 분위기라서 그것을 포기하고 계속해서 달렸다. 결국 자정무렵에 이르러서야 우리가 신뢰하는 Comfort inn이 10여 마일 앞에 있다는 사인을 발견하고 다소 안도 할 수 있었다. Comfort inn이 있다는 exit을 발견하고 그리로 서둘러서 나갔다. 다행히 이동네는 비교적 괜찮았다. Comfort Inn을 쉽게 찾았다. 그곳에 여장을 풀었다. 지칠대로 지친 우리는 사발면 한 개씩을 저녁으로 먹고 모두 다 침대 위에서 쓰러졌다. 이곳이 어딘지도 모르고 내일 어디로 가야 90번 도로를 만날 수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2008-06-16 오전 12:12:27
박*연
지금 google에 들어가 google map을 치니, 미국 지도가 나옵니다. 그곳에서 시작점에 시카고를 도착점에 Mount Rushmore를 친다음에 지도를 확대하여 보니, 형님네가 90번 도로가 봉쇄되어 얼마나 고생하는지 짐작이 되네요. 설마 형님이 이 지도 시스템을 모를까... 하는 생각도 들지만, 제가 지금 지도를 보니, 돌아가는 길을 발견하기에 편할 것같은데....혹시 하여 서울땅에서 정보를 올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