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llowstone National Park(#03)

한 달간의 미국 자동차 여행(017)-6월 18일(수)

by N 변호사

2008-06-20 오전 11:29:57


어제 저녁 투숙하여 방을 확인한 후 우리는 원래 예정대로 이곳에서 사흘밤을 자기로 하였다.

오늘 옐로우스톤 공원의 Old Faithful만 보면 되므로, 내일 다음 목적지인 Colorado로 떠나도 된다.

그러나 모두 피곤에 절어 있어서 이곳에서 쉬면서 원기를 회복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또 세탁도 해야 하고 밀린 여행일기도 써야 한다.

나는 이 여행일기를 우리 가족이 먼훗날 이 시절을 회상하게 하기 위하여 1차적으로 쓴다. 그러나, 여러분들 중에 혹시 우리와 같은 여행을 떠날 사람이 있으면 참고하라는 취지로 쓰기도 한다.

우리처럼 장기간 여행을 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한국에서 반드시 숟가락, 젓가락을 챙겨 오길 바란다. 1회용 말고.

우리는 1회용 젓가락을 준비하여 왔는데, 금방 떨어져서 끼니 때마다 숟가락, 젓가락 확보하는 것이 전쟁이 되었다. 또, 1회용 식탁보 같은 것도 필요하다.

쉬기 위하여 하루 더 있자고 하였더니 아이들이 돈이 비싼 이 호텔에서 말고 다른 숙박장소에서 하루 쉬자고 하였다. 그러나 이곳에서 쉬어야 할 이유는 여러 개 있다. 그 중 하나가 이 Inn이 너무 마음에 든다는 점이다. 오늘과 내일 이틀을 이곳에서 더 자기로 하였고, 오늘 아침은 모두 늘어지게 자기로 하였다.

새벽에 일어나서 사무실 일을 좀 하였다. 그리고 혼자 우리가 묵고 있는 3층과 2층의 중간에 있는 식당으로 내려갔다. 검소하면서도 매우 아름다운 식당이다. 이 Inn을 설계한 사람은 누군지 모르나 매우 감각이 있는 사람이다. 식당 곳곳에 있는 그림들도 유명한 화가의 비싼 그림이 아니지만, 이 고장의 특색을 그린 그림들로서 매우 훌륭하다. 귀국하면 정말 주말에 한 달에 한 번이라도 그림을 보러 다닐 생각이다. 나이들수록 그림이 좋아진다.

이곳 식당에서도 식대에 토스트나 와플, 요구르트, 시리얼, 우유, 주스 등이 준비되어 있고, 각자 알아서 1회용 그릇에 담아서 1회용 숟가락, 포크, 나이프를 이용해서 먹는다. 우리는 이럴 때 수시로 여분의 1회용 숟가락을 챙긴다. 이 1회용 숟가락으로 밥을 먹기에는 매우 불편하다. 작고, 힘이 없기 때문이다.

아내와 아이들은 그 동안 많이 지쳤는지 깨우지 않았더니 10시가 되어도 세상 모르게 자고 있다.

결국 아내와 아이들은 9시 30분까지만 open하는 공짜 아침식사를 놓치고 사발면으로 아침 식사를 하여야만 했다.

오늘은 Old Faithful만 가기로 하였다. 그럴 경우 우리가 놓치는 관광 명소 중 하나가 Mammoth Hot Springs이지만 그곳은 North Entrance 쪽으로서 우리가 가려면 왕복 10시간은 운전하여야 하는데 그렇게까지 하면서 갈 가치는 없다고 판단하였다. 대충 뭔지 짐작이 가기 때문이었다.

Old Faithful도 어떤 곳인지 짐작이 갔으나 옐로우스톤 하면 Old Faithful이므로 이 번에 가지 않으면 나중에 후회할 것 같았고 우리 호텔에서 거리가 비교적 가까운 편에 속하므로 그곳만 가기로 하였다.

남은 시간에는 아이들이 각종 activity를 하기로 하였다. 먼저 오늘 저녁 5시부터 7시까지 하는 Horse Riding을 예약하였고, 내일 아침 10시부터 12시까지 하는 Fishing을 예약하였다. 내일 오후에는 실내에서 하는 rock climbing을 하기로 하였다. 모든 Jackson시 근처에서 하는 것으로 하였다. 다시는 그 먼 옐로우스톤까지 가는 것이 싫었기 때문이다.

12시쯤 Old Faithful을 향하여 출발하였다. 어제 저녁과는 다르게 새삼 Grand Teton 공원의 모습이 멋지게 보였다. 여행이 끝나면 이 경치를 못내 아쉬워하게 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Old Faithful로 가는 길은 지겨웠다. 162km의 거리로서 꼬박 2시간이 걸렸다. 그렇다면, 오늘 저녁 5시의 horse riding의 시간을 맞추기는 글렀다. 석휘가 전화를 걸어서 내일 5시 프로그램으로 변경하였다.

Old Faithful에 도착하여 그곳에 있는 식당에서 샌드위치 등을 사먹은 후에 Old Faithful을 구경하러 갔다.

이곳은 일정한 주기로 높이가 수십미터 되는 유황 온천수를 약4분간 쏘아 올린다고 해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곳이다.

약70분 간격으로 물을 쏘아 올린다고 하는데 재수 없으면 70분간을 꼬박 기다려야 하고, 재수가 좋으면 가자마자 볼 수 있다.

우리 가족은 Old Faithful로 가는 차속에서 여태까지 살아오면서 각자 요행수가 별로 없었다는 점에서 의견의 일치를 보았다. 우리가 가면 아주 오래 기다릴 것이라고 예상하였다.

부정적 사고방식은 부정적 결과를 불러온다고 하였던가. 그 뙤약볕에 무려 1시간을 기다려야 다음 쇼가 시작된단다.

우리가 여행을 필라델피아에서 뉴욕을 거쳐 보스톤을 여행할 때는 섭씨 온도가 39도 정도였다. (우리 차에는 외부 온도를 알 수 있는 온도계가 있는데 셋팅을 다시 하니까 섭씨로도 온도를 볼 수 있었다.)

시카고를 거치면서 온도가 점차 낮아지더니 이곳은 한낮에도 영상 20도 정도이다. 그런데도 최근에 이상 고온 현상이란다.

Mt. Rushmore까지는 양 사방으로 지평선만 보이는, 바다를 항해하는 기분이었는데 그 뒤로는 점차 산이 많아지더니 이곳은 만년설이 있는 험준한 산맥이 둘러싸고 있다.

옐로우스톤은 불가사의한 것이 온도는 별로 높지 않은데 햇볕을 쬐면 금방 목덜미가 뜨끈뜨끈 해질 정도로 햇볕이 강렬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저 높은 산봉우리가 아니라 바로 길옆의 산기슭의 눈이 두껍게 얼어 있는 채 녹지 않는 것이 얼마나 신기한가.

나는 종일 운전하면서 핸들을 잡고 있는 양손등과 양팔뚝이 까맣게 타고 나중에는 살갗까지 벗겨져서 요 며칠간은 선블록 크림을 발랐다. 선블록 크림을 바르니 좀 나아지는 것 같았다.

1시간을 기다린 끝에 마침내 자연이 선물하는 라이브 쑈를 관람할 수 있었다. 상수도 관이 터지면 그 터진 좁은 틈으로 물이 하늘로 갑자기 치솟듯이 뜨거운 온천수가 하늘로 뿜어지기 시작하였다. 계속 물줄기는 꿈틀거리면서 튀어 나오더니 점차 잦아지면서 마침내 끝이 났다.

일정한 주기로 오랜 세월 동안 저렇게 성실하게 같은 동작을 하고 있다니 - old faithful^^ - 신기하긴 하였지만 그렇다고 대단한 감동을 받을만한 장면은 아니었다.


우리는 옛조상이 뭘 해 놓으면 아니 그 옛날에 어떻게 이런 걸 발명해 낼 수 있을까하고 감탄한다.

그러나 이는 옛조상을 너무 가볍게 여기는 것이다. 2000년의 세월이라도 사실 지구 역사나 인류 진화의 역사에 비하면 불과 한순간과 같다. 그 때의 인간과 지금 우리는 전혀 다르지 않다. 2000년 전의 사람은, 1000년 전의 사람은, 침팬지와 가까운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와 똑같다.

과학기술이 발달되지 않았을 뿐이지, 언어 구사능력, 논리적 사고능력, 과학적 탐구능력은 우리와 똑같다. 따라서 옛조상이 한심한 일을 해 놓으면 아니 그 정도 밖에 만들지 못했다는 말이냐 해야 옛조상을 제대로 공경하는 일이 되는 것이다. 용도불명의 첨성대 가지고 우리 조상이 이렇게 훌륭한 일을 해냈다는 말인가하고 감탄하면 옛조상을 오히려 저능아로 능멸하는 일이 되는 것이 아닐까.

어쨌든 Old Faithful의 쑈도 인간이 조작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 그 이유 하나 때문에 유명한 것이지 그 장면 자체가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었다.

옐로우스톤 공원은 그런 간헐 온천 때문에 매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자연종합선물셋트처럼 높은 산, 큰 강, 대평원, 큰 호수, 샛강, 작은 호수, 맑은 개울, 폭포, 깊고 긴 계곡 등이 한꺼번에 다 갖추어져 있기 때문에 매력이 있다.

그 자연경관에 있어서도 굳이 내 취향을 밝히자면 캐나다 록키산맥이 더 위라고 하고 싶다. Banff에서 Jasper까지 이르는 그 길은 꼭 한 번 다시 가보고 싶다. 너무너무 아름다운 곳이다.

Old Faithful을 뒤로 하고 우리의 Trapper- Inn으로 향하였다.

가족끼리 여행이라고 마냥 편한 것은 아니다. 아내와 나와 의견다툼이 있을 때도 있고, 냉기류가 흐를 때도 있다. 그러나 아내와 나는 이미 오랫동안 같이 살아 왔으므로 그런 일이 자주 있지는 않다.

아이들과 24시간 같이 있으면, 더구나 이미 머리가 굵은 아이들과 있으면 감정적으로 충돌할 때가 종종 있다.

아이들은 나의 이야기는 만날 같은 결론에 이르는 지루한 잔소리라고 생각하고, 나는 이런 좋은 환경을 마련해 주었는데 그 환경을 활용하지 못하고 좀 더 큰 뜻을 가지지 못하는 것에 대해서 못마땅해질 때가 많다.

하지만 그런 것이 포함되는 것이 이 번 여행의 목적 중의 하나이다. 부자지간은 영원히 서로 이해하질 못한다. 30년이라는 세월은 각자 다른 세상을 살아오게 한 것이다. 심하게 말하면 서로 다른 언어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다.

서로 의견의 일치를 보기는 어렵지만 일단 서로 싸우면서 data를 모으는 것이다. 그러다가 시간이 흐르면 어느 순간 그 data가 서로에 대한 이해의 자료로써 활용될 것이다.

반면 아이들의 이야기가 재미있을 때가 훨씬 많다. 우리 부부만 이렇게 한달 동안 여행을 하라고 하면 재미가 없었을 것이다.

석윤이는 미국 소설을 번역해 놓은 책을 읽고 있다가 “Hot Girl을 ‘뜨거운 여자’라고 번역해 놓았네. 그 여자가 감기가 걸렸나, 뜨겁게.”하고 웃었다.

석휘는 욕을 할 때는 자기도 모르게 한국말이 나온다고 하였다. 한 번은 석휘가 저학년일 때 축구시합을 하는데 자기가 멋지게 센터링한 완벽한 공을 한국인 선배가 결정적 실수를 해서 골이 들어가지 않았단다. 석휘는 그 선배가 한국사람인 것을 순간적으로 깜박 잊고, 자기도 모르게 “에이, 저 병신”하였다가 그 선배에게 죽도록 혼났다고 하였다.

여행은 미운 정, 고운 정이 들게 하는 작업이다. 또한 여행은 당시에는 고생이고 나중에는 추억이 된다.

호텔로 돌아오면서 아이들은 전화로 indoor rock climbing 예약을 하였다. 9시까지 문을 열고 보통 2시간쯤 한단다.

호텔에 도착하니 벌써 6시 40분이었다. 아이들은 저녁도 먹지 않고 그리로 가서 운동을 하겠다고 하였다.

밀린 빨래를 해야 하므로 나는 지난 번에 약속한 대로 내가 빨래를 하겠다고 하였다. 아내는 아이들을 indoor rock climbing 하는 곳으로 데려가기로 하였다.

호텔 내 Guest Laundry로 갔을 때 나는 난관에 봉착하였다. 지난 번 나로 하여금 첫경험을 하게 해 주었던 사랑스런 Washer와 Dryer와 전혀 다르게 생긴 기계가 떡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예전 기계는 우리가 가정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세탁기처럼 옆으로 벌어졌었었는데 이것은 커피 자판기처럼 길다랗게 키가 훌쩍 컸다. 거기다 동전을 얼마나 넣어야 할 지도 모르겠고, 뭐가 세탁기이고, 뭐가 건조기인지도 잘 구별이 되지 않았다. 좌절한 나는 결국 아내에게 도움을 청했다.

원래의 계획은 세탁기를 돌려 놓고, 그 옆에서 향긋한 세제 냄새를 맡으면서 우아하게 죤 그리샴의 책을 읽으려고 하였으나 세탁은 아내에게 맡기고 나는 아이들과 함께 indoor rock climbing 하는 곳에 가서, 미끄러지지 않게 손바닥에 칠하는 더러운 chalk 냄새를 맡으면서 두시간이나 쭈그려 앉아 있어야 했다.

커다란 콘센트 막사 건물에 여러가지 난이도의 암벽을 만들어 놓고, 한사람은 supporting을 하고, 한사람은 그 암벽 꼭대기에 올라가는 것이었는데, 두 아이들은 모처럼 운동할 기회가 왔다고 의욕이 왕성하였다. 우리 아이들은 초보 수준이었고 그곳에서 운동하고 있는 이곳 젊은이들은 대단하였다.

우선 체격들이 군살이 없이 근육만 있는 것이 보기 좋았다. 암벽 등반은 자기 힘으로 자기 몸을 지탱하여야 하므로 기본적으로 체중이 많이 나가면 안된다. 우리 나이 때 무거운 Barbell은 들 수 있으나 턱걸이는 잘 하지 못하는 것도 그 이유이다.

이곳에서는 젊은 아이들이 남녀가 짝이 되어서 오는 경우가 많았다. 여자 아이들도 얼마나 체력이 좋고 강인하든지, 우리 아이들도 나중에 자기 여자친구들과 이런 곳에서 데이트를 했으면 좋을텐데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나는 배가 고픈채로 기다렸고 아이들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암벽에 매달리다가 9시 폐장 시간이 되어서야 마지막으로 끝냈다.

저녁을 먹으러 근처의 Dairy Queen으로 갔다. 벌써 9시 30분이다. 맨날 이렇게 늦게, 인스턴트를 먹고, 바로 잠들고, 하루 종일 운전석에 앉아 있고, 운동을 하지 않으니 얼굴은 피곤에 절어 피골이 상접하면서 배만 볼록 나오는 혐오스러운 체형으로 바뀌고 있다. 팔과 다리 근육에 힘도 하나도 없다. 5학년 짜리 아이와 팔씨름해도 질 것 같다.

호텔로 돌아와서 사무실 일로 직원과 통화를 하였다. 직원도 사무실에 혼자 있으면서 늘 혼자 점심식사를 하는 것이 힘든 일일 것이다.

박변호사는 오늘 내 대신 재판에 참석하고 소송진행상황보고서까지 만들어서 의뢰인에게 보내 줬단다.

이 자리를 빌어서 두 사람에게 고맙다는 인사말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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