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ellowstone National Park(#02)

한 달간의 미국 자동차 여행(016)-6월 17일(화)

by N 변호사

2008-06-20 오전 8:21:50


이 형편없는 반지하방 모텔에서 10시쯤 check-out을 하고, 막 공원으로 들어가려는 순간, 아내에게 현주씨로부터 전화가 왔다. 원래 현주씨 가족은 콜로라도에서 합류하여 일주일 정도 함께 여행하려 하였는데 현주씨 집에 우환이 생겨서 함께 하지 못하게 되었다. 아내와 아이들이 섭섭해 하였다.

옐로우스톤 공원의 지도를 펼치고 우리가 오늘 봐야 할 곳, 내일 봐야 할 곳을 정했다.

어제 석휘와 석윤이보고 연구를 한 번 해보라고 하였으나 나도 오늘 새벽에 공원에서 받은 지도와 구글에 들어가서 연구를 해 봤다.

지도를 보니 옐로우스톤 공원은 입구가 동서남북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북동쪽에도 있어서 모두 5개가 있었다.

워낙 광범위한 지역이라서 다 볼 수는 없었다. 오늘 우리는 가까운 지역을 우선 둘러보고 일찍 돌아와서 쉬기로 하였다. 사실 그 동안 피로가 누적이 되어서 좀 relax할 필요가 있었다.

대충 계획을 세웠는데 나중에 알고보니 그것은 무리한 계획이었다. 또 한 번 옐로우스톤 공원이 얼마나 큰 것인이 잊어버리고 단지 지도상으로만 봤기 때문에 생긴 실수였다.

호텔을 떠나서 south entrance를 향하여 갔다. 남쪽 입구까지 가는데만 벌써 100km 정도의 거리다. 그 사이에는 아무런 마을도 없어서 우리 호텔이 있는 Jackson 시가 그나마 옐로우스톤 공원에서 그나마 가장 가까운 마을이었다.

우리 호텔에서 옐로우스톤 공원 남쪽 입구까지 가는데 한 20km쯤 가니까 Gate가 있었다. 어제 받은 일주일 유효기간인 입장권을 보여 주었다. 그리고나서 또 80km쯤 가니까 옐로우스톤 남쪽 입구가 나타나서 또 그 입장권을 보여주었다.

아까의 gate는 뭐고 지금의 gate는 뭔지 헷갈렸다. 그러고 보니 어제도 공원의 남쪽 입구를 나온 후 똑같이 생긴 입구를 다시 한 번 더 통과한 것 같았다.

석윤이가 가장 빨리 그 이유를 알아냈다. Jackson 시에서 옐로우스톤 공원으로 가는 도중에 또 하나의 큰 공원인 Grand Teton National Park가 있었고, 우리는 그랜트 테턴의 공원입구를 통과하여 그랜트 테턴 공원지역을 지나간 후 다시 옐로우스톤 공원 남쪽 입구를 통과한 것이다.

왜 옐로우스톤 공원의 남쪽 입구에서 Jackson시까지 아무런 마을이 없었는지를 알았다. 그곳도 공원 지역 내였다.

이 번 여행을 통하여 아이들에 대해서 좀 더 많이 알았는데 특히 석윤이에 대해서 좀 더 많이 알게 되었다. 석윤이는 관찰력이 매우 뛰어났다. 또한 직관력이 뛰어 났다. 길을 잃거나 어떤 위기의 순간에 석윤이는 너무나 쉽게 정답을 내 놓았다. 만날 차안에서 음악 듣거나 자는 것 같은데 언제 지도를 보고 네비게이터의 용법을 익히고 있었는지 신기한 일이다.

옐로우스톤 공원에 들어와서 우리는 가장 가까운 곳, 즉, 공원 남쪽 입구에서 35km 정도 떨어져 있는 West Thumb에 갔다. 직경 4, 5 미터의 대야(basin) 같은 모양의 얕은 구덩이에서 온천수가 보글보글 끓고 있었고 그런 대야 모양의 얕은 웅덩이가 넓은 지역에 퍼져 있었다. 유황 냄새가 진동하였다.

웅덩이 사이사이로 나무판자로 길을 만들어 놓았고, 그 나무판자 길을 벗어나는 경우에는 위험하다는 경고판이 수시로 붙어 있었다. 그 나무판자 길을 벗어 나는 경우에 보기에는 땅 같아도 발을 들어서는 순간 푹 꺼져서 몸에 해로운 유황의 산(Acid) 맛을 볼 수 있게 된다는 뜻이다.

별로 나는 흥미를 느낄 수 없었다. 계란 썩는 냄새가 나는 것이 유쾌하지도 않았다.

대충 구경하고, 우리는 다음 목적지인 Canyon Village로 향하였다. 옐로우스톤 공원에는 빌리지라고 해서 통나무집 숙소(lodging), 식당, 기념품 가게, Visitor Center, 주유소, Auto Service Center 등을 모아 놓은 것이 있는데 아까 본 West Thump 근처에 Grant Village가 있었고, 우리가 가고 있는 Canyon Village로 가는 도중에 Lake Village도 있었다. 또한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에서 가장 널리 알려 진 Old faithful에도 lodge가 있다.

어제도 말했지만 혹시 옐로우스톤을 관광하시려는 분이 있다면, 이러한 Village 안에 있는 lodge 중 한 곳을 예약하는 것이 여러모로 편리할 것이다. 그렇지 않고 우리처럼 공원 남쪽에 치우친 South Entrance에서도 100km 거리에 있는 Jackson시에 있는 호텔에 묵어야 한다

West Thump에서 Canyon Village까지는 60km의 거리이다. 가는 도중에 관광책자에서 point of interest라고 소개해 놓은 Mud Volcano와 Sulphur Caldron에 들렀다. 역시 유황성분이 섞인 온천이 보글대는 모습이었다. 그것이 진흙 밑에서 보글거리면 Mud Volcano라고 멋지게 이름붙인 것이고, 대야모양의 웅덩이에서 보글거리면 Geyser Basin이고, 솥모양의 깊은 곳에서 보글거리면 Sulphur Caldron라고 이름붙였을 뿐이다.

미국인들은 이렇게 어떻게 보면 아무 것도 아닌 것을 이벤트화 시키는데 소질이 많다. 장사꾼 기질이 많은 것이다. 우리나라의 진도 앞바다는 주기적으로 갈라진다고 하는데 미국인들 같았으면 그곳도 멋지게 꾸미고 스토리를 만들어 내어 유명 관광지로 만들었을 것이다. 어떻게 보면 강대국이라서 관광객들이 몰리는 미국의 힘이기도 하다.

실제로 지난 번 Devil’s Tower에서도 그랬고 이곳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에서도 그렇듯이 이들은 설명 표지판을 기가 막히게 잘 만든다. 짧은 문장과 illustration으로 과학적 설명을 알기 쉽게 해 준다. 나중에 보는 폭포의 경우에도 어떻게 폭포가 생기는가에 대해서 너무나 잘 설명해주었다.

우리는 계속 북상하여 Canyon Village에 도착하였다. 그곳의 picnic area에서 밥을 먹었다. 오늘도 나는 꿀맛이었으나 아이들은 매일 계속되는 같은 반찬에 싫증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점심을 먹은 후 옐로우스톤의 Grand Canyon이라고 이름 붙인 곳을 관람하였다. 이 Grand Canyon은 두 개의 폭포(upper fall, lower fall)와 계곡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 중 가장 아름다운 경치를 잘 볼 수 있는 두 곳을 Artist Point와 Inspiration Point라고 이름 붙이고, 주차장을 만들어 놓았다.

그러나 폭포는 나이아가라 폭포와는 게임이 되지 않았고, Grand Canyon은 라스베가스에 있는 진짜 Grand Canyon과 상대가 되질 않았다.

Canyon Village에서 19km 가량 떨어져 있는 Norris로 이동하였다. 그 때쯤 우리는 이미 “또 유황 온천이겠네”하고 기대를 하지 않게 되었다. 아니나 다를까 Norris 역시 유황 온천이 솟는 곳이었다. 다만 그 지역이 넓게 퍼져 있을 뿐이었다.

유황 온천은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노인들이나 여자들이 좋아하는 Spa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아이들이 표현한대로 계란 썩는 것과 똑 같은 지독한 냄새를 풍기고 근처에 있으면 머리까지 아파 온다. 호흡기에도 이상이 생길 것 같은 느낌조차도 든다.

이제 Jackson시로 돌아 가기로 하였다. Norris에서 중간지점인 Old Faithful까지는 49km의 거리이고, 다시 아까 거쳤던 West Thump까지는 27km의 거리이며 그곳에서 South Gate까지는 35km이다. 그곳에서 Grand Teton 공원 지역을 통과하여 Jackson시까지는 다시 100km이다.

South Gate로 들어와서 West Thump까지 와서 Central Plateau를 끼고 왼쪽으로 돌아가서 Canyon Village를 갔다가 거기서 Central Plateau를 끼고 계속 왼쪽으로 돌아와서 Old Faithful을 거쳐서 다시 West Thump를 만나서 South Entrance로 내려오게 된 것이다. Central Plateau는 높은 고원지대인데 그 고원지대를 큰 호수라고 생각하면 호수를 시계 반대 방향으로 한바퀴 돌아서 West Thump에서 만난 후 왔던 길을 되돌아 가서 South Entrance로 가게 된다.

가장 유명한 Old Faithful은 내일 보기로 하였다. 서둘러서 Jackson City로 향하였다.

사실 옐로우스톤 공원의 관광 포인트는 위에서 열거한 West Thump나 Norris 등이 아니다. 그냥 공원 그 자체이다. 우거진 숲속으로 흐는 강물과 만년설(이상한 것이 바깥의 기온이 거의 18도에서 21도 사이인데도, 뜨거운 햇볕을 직접 받는 도로 가인데도 눈이 녹지 않는다.)로 뒤덮인 높다란 산봉우리로 둘러 쌓인 산길을 드라이브 한다는 것 자체가 관광이다.

“색계’라는 좋은 영화를 보면서 야한 장면에만 집착하며 색계라는 영화를 놓치고, 야한 장면은 별 것 아니더라 하면서 실망하듯이,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의 point of interest에 집착하면 옐로우스톤 공원의 진수를 놓치게 된다.

South Entrance를 나와서 Jackson시로 향하는 길은 정말 운전하기 싫었다. 아무리 절경이라도 하루에 9시간 가까이 산길 425km를 운전한다면 누가 좋겠는가. 이곳 옐로우스톤 국립공원의 speed limit는 45마일이다. 한 해 동안 과속으로 인하여 길을 건너는 곰, bison(버팔로와 비슷한 독특한 모양의 새까만 들소다), 사슴 등이 치어 죽는 경우가 꽤 많다고 한다. 과속을 radar로 감시한다고 하는데 어떻게 감시하는지는 모르나 여행 시작때부터 과속 티켓을 끊은 지라 그 속도에도 신경을 써야했다.

Jackson시로 향하는 마지막 100km는 마치 설악산이나 지리산처럼 높은 산의 정상을 등산하고 내려올 때의 기분과 같다. 높은 산은 내려 올 때도 끝이 없게 느껴지고 특히 마지막 하산길 1시간 거리는 정말 정말 지겹고 지친다.

오늘도 마지막 100km는 운전하기가 정말 힘들었다. 주변에서 펼쳐지는 경관도 눈에 들어오지 않고 어서 빨리 호텔에 들어가서 check in을 하고 침대로 기어 올라가고 싶은 생각 밖에 없었다. 나중에는 눈알까지 아파왔다.

마침내 내려왔다. 시간이 저녁 9시가 넘었다. 오늘은 일찍 내려와서 쉬자고 한 계획은 온데간데 없고 오늘도 우리 가족은 고생을 많이 하였다.

Jackson시를 돌아 다니다가 중국 음식점을 발견하고 그리로 향했다. 문을 9시 30분에 닫는단다. 천천히 먹어도 괜찮다고 하였으나 아무래도 서둘 수 밖에 없었다.

그 와중에 시원한 칭따오 맥주 한병을 시켜서 마셨다. 모두 식사를 마쳤다. 나는 저 멀리 주방 앞에서 가게 마감을 앞두고 열심히 바닥청소를 하고 있는 종업원인지, 이 식당 주인인지에게 ‘Bill, please.’하였다. 계산서를 갖다 달라고 한 것이다. 그는 “Sure!”하고 시원하게 대답하였다. 아이들은 동시에 “아빠, 맥주를 또 시켜?” 하였다. 내 발음이 ‘Beer, please.’라고 들렸다는 것이다.

정말 웨이터는 칭따오 맥주 한 병을 들고 저 홀 끝 주방에서 등장하였다. 그것을 보고 큰일났다는 생각이 들어 나는 다급하게 양손을 흔들면서 그러지 말라고 애원하였다. 그러나 그는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겠다는 듯이 빠른 걸음으로 걸어오면서 왼손으로 병목을 잡고 오른 손에 쥔 오프너로 병마개를 닭목 자르듯이 가볍게 따면서 활짝 웃었다. 나는 5분만에 한병 더 마셔야 하였다.

어제 예약하여 놓았던 ‘Trapper Inn & Suite’로 갔다. 내심 불안하였다. 하룻밤에 300달러 가까운 방이고 더구나 사흘씩 묵을 것인데 방이 그저 그러면, 인터넷도 잘 안되거나 더럽거나 하면 너무나 억울하지 않은가.

그래서 check-in 할 때, 우리가 일정이 바뀌어 혹시 이틀만 머물 수도 있는데 그 경우에 refund 해 줄 수 있는지 물어보는 등 약한 모습을 보였다.

아이들은 “이틀만 있을 거야?” 하면서 내 속을 모른 채 물어보았다.

그러나 방은 환상적이었다. 그 동안 우리가 묵었던 방 중에서 best였다. 모든 것이 완벽하였다. 기분 좋아서 아이스 박스에 들어 있던, 김치 냄새가 배어 있는 쿠어스 라이트 캔 맥주 하나를 따서 마셨다. 돈 생각 날 때는 술로 마취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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