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cky Mountain으로

한 달간의 미국 자동차 여행(019)-6월 20일(금)

by N 변호사

2008-06-23 오전 12:11:39


6시에 아이들을 깨웠다. 오늘은 moving day이다. moving day 때는 10분이라도 빨리 출발하는 것이 낫다.

지금까지 우리가 지나온 길을 되짚어 보고, 앞으로 갈 길을 간략하게 계획해본다.

우리는 6월 9일 월요일에 펜실바니아주의 필라델피아에서 랭카스터를 거쳐북쪽을 향하여 출발했다. 그리고, 형욱이의 집이 있는 뉴저지주를 거쳐서 코네티컷주의 뉴헤이븐에 있는 예일대학을 구경하였고, 매사츄세츠주에 있는 하버드와 MIT를 구경하고, 보스톤을 거쳤다.

그리고 약간 남서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다시 펜실베니아주로 들어가서 버팔로와 이리를 통과하여 오하이오주의 클리블랜드를 들렀다.

계속 남서쪽(주로 서쪽)으로 진행해서 인디아나주를 거쳐서 미국 중부의 핵심도시라고 할 수 있는 일리노이주의 시카고에 도착하였다.

시카고에서 북서쪽(주로 서쪽)으로 북상해서 위스콘신주의 매디슨을 거쳐 가던 중, 인접해 있는 아이오와주를 강타한 tornado로 인하여 미네소타주, 위스콘신주, 아이이오와주를 거쳐서 흐르는 미시시피강이 범람하여(나는 미시시피강이 미국 남부의 미시시피주에서만 흐르는 강인 줄 알았다.^^) 도로가 침수되는 바람에 고생을 좀 하였으나 우여곡절끝에 미네소타주로 북상하여 거기서 다시 서쪽으로, 서쪽으로 진행하여 사우스다코다주에 있는 마운트 러쉬모어산을 관광하였다.

사우스다코다주에서 남서쪽으로 진행하여 와이오밍주에 있는 옐로우스톤 공원(일부는 몬타나주에 걸쳐져 있다)에 도착하여 5일을 늘어지게 있다가 오늘은 남쪽으로 기수를 틀어서 콜로라도주에 있는 록키 마운틴 국립공원을 향한다.

지금 록키 마운틴 국립공원 근처의 호텔에 투숙하여 이 글을 쓰고 있는데 현재까지 우리가 달린 거리는 자동차 계기판에 나타나는 누적거리에 의할 때 총4762마일(약7619km)에 달한다. 그 중 얼마간의 거리는 석휘 졸업식에 참석하기 위하여 필라델피아에서 돌아다닌 것이므로 공제하여야 할 것이지만, 큰 부분은 아니므로 무시해도 좋을 것이다.

앞으로 우리는 록키 마운틴 국립공원을 구경한 후, 같은 콜로라도 주에 있는덴버 와 콜로라도 스프링스로 갈 것이고, 그 후 계속 남쪽으로 진행하여 뉴멕시코주의 산타페를 관광하고, 그 때부터는 동쪽으로 방향을 틀어서 텍사스주의 달라스와 휴스톤을 구경하고, 계속 동쪽으로 진행하여 루이지애나주의 뉴올리안스를 갈 것이고, 다시 동쪽으로 전진하여 플로리다 주로 진입한 후에 올란도와 마이애미, 데이토나 비치에서 즐겁게 논 다음에 북상을 하여 사우스캐롤라이나주의 머틀비치를 구경한 다음, 노스캐롤라이나주, 버지니아주를 관통하여 웨스트버지니아주의 쉐난도어 리버를 관광하고, 와싱턴 DC에 도착하여 며칠 머문 다음, 뉴욕과 강 하나 사이로 붙어 있는 뉴저지주의 형욱이의 집에 돌아가서 이 대장정을 끝낼 것이다.

옐로우스톤에서 록키마운틴까지는 평균 시속 90km로 달리는 것을 전제로 하였을 때 약8시간이 걸린다.

아이들은 이제 8시간 거리쯤은 아무렇게도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 부부도 적응이 되었다. 특히, 옐로우스톤에서 지긋지긋한 거리를 운전해 다녔기 때문에 8시간쯤이야로 되었다.

석윤이는 이 번에 뉴욕에서 인천으로 가는 비행기안에서의 시간이 지루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흔들리는 차 속에서도 버텼는데 영화를 몇 편씩이나 마음대로 골라볼 수 있는 비행기안에서 그 시간이 뭐가 지루하겠느냐는 취지다.

아이들이 미국의 학교에 있다가 방학 같은 때 한국으로 돌아오면 차멀미를 한다. 몇 달 동안 학교 내에서 걸어만 다니다가 갑자기 차를 타게 되면 멀미를 하게 되는 모양이다.

이 번에도 아이들은 차멀미를 하였다. 더구나, 바깥 온도는 뜨거운데 차속에서는 8시간 이상 계속하여 에어컨 바람을 쐬니 그것도 건강에 좋지 않을 것이다.

두통이라는 것이 뭔지 모르고 살아 온 나도 장시간 좁은 차속에서 에어컨 공기를 쐰 탓인지 머리가 가끔 아플 때가 있다.

이 장거리 여행에서 가장 고생하는 것은 무엇보다 자동차이다. 자동차가 건강해야 한다. 특히 몇시간을 가도 주변에 아무 것도 없는, 핸드폰도 불통이 되는 local 도로를 다닐 때 차가 고장난다면, 그것은 생각만해도 끔찍해지는 일이다.

오늘 아침에 운전을 시작할 때 또 타이어 공기 압력이 부족하다는 경고등이 켜졌다.

이것 참 어떡하나 하고 난감해 하다가 그냥 무시하고 출발해 버렸다. 다행히 1시간쯤 진행하니까 그 경고등이 꺼졌다. 차야, 고생이 많겠지만, 좀 버텨다오.

오늘 아침 옐로우스톤의 온도는 섭씨 9도로 떨어졌다. 섭씨 39도인 곳에서 이 여행을 시작하였는데 30도 가까이 떨어진 것이다. 대륙은 높은 산과 같다. 높은 산이 고도에 따라 생태계가 다르고 기온이 달라지듯이 대륙은 주거형태를 다르게 하고 계절을 바꿔버린다.

나아가 대륙은 시대를 공존케한다. 시카고에서는 내 수준의 상상력을 훌쩍 뛰어넘는 첨단 빌딩을 볼 수 있는가 하면 시골의 어떤 모텔은 '칼라 텔레비젼"이 비치되어 있다는 것을 자랑이라고 간판에 써붙여 놓을 정도이니까.

옐로우스톤에서 록키마운틴까지 가는 길은 주로 local 도로이다. 미국에는 ‘주와 주를 넘나드는’ 의미를 가진 Interstate 도로가 있다. 우리가 지겹게도 타고 온 90번 도로 같은 것이다.

이러한 간선도로에는 지난 번에도 이야기한 어마어마한 크기의 대형 트레일러 차량이 다닌다. 넓은 미국 땅의 동맥이 되는 도로이다. 낭비라고 생각될 때가 많은 미국인의 엄천난 소비생활에 필요한 각종 물량을 대형 트레일러 차량이 그 간선도로를 타고 다니면서 공급해주고 있다.

그 간선도로는 도로 환경이 좋다. 최소한 편도 2차선이며, 상당히 넓은 빈 땅을 가운데 두고 그것으로 하여금 중앙선 역할을 하게 하므로 일방통행식이다. 반대편 차량이 중앙선을 넘어서 돌진해 올 염려가 없고, 야간에 마주오는 차량의 불빛에 눈이 피곤할 일도 없다.

아내도 늘 이야기하는 바이지만 지금의 미국은 훌륭한 조상 덕분에 먹고 살고 있다. 참 시스템이 잘 짜여져있다.

동부에 정착하여 도로를 건설해 본 결과 나중에는 도로건설비보다 도로에 필요한 부지를 매입하는데 돈이 더 든다는 것을 안 미국 정부는 중부, 서부를 개척하면서부터는 땅값이 쌀 때 도로부지를 아주 넉넉하게 잡아 놓고 가운데를 비우고 양옆으로 도로를 만들었다. 필요하면 가운데 땅쪽으로 도로를 넓힐 수 있도록 준비한 것이다.

그외에도 지금까지 종종 이야기하였지만 도로 중간, 중간에 rest area를 설치해놓는다든가, 중급 호텔에서는 모두 얼음을 무료로 공급해주고 있다든가, 호텔내에서 Guest Laundry가 있어 몇천원의 저렴한 비용으로 세탁을 할 수 있게 되어 있다든가, 도로 표지판이 거의 완벽하게 설치되어 있다든가하여 장거리 여행객들이 편리하게 여행할 수 있도록 되어 있다.

그러나, local 도로로 들어서면 사정이 달라 진다. 중앙선을 사이에 두고 고속으로 달리기 때문에 신경이 쓰일 뿐만 아니라, rest area도 주유소도, fast food 식당, 숙박장소도 없는 경우가 많다.

오늘처럼 주로 local 도로로 달릴 때는 기회 있을 때마다 기름을 주유해서 만일을 대비하여야 한다. 또한, 차에 물도 떨어지지 말아야 한다. 사막지대 같은 곳에서 기름이 떨어지고 핸드폰도 되지 않을 때는 물이라도 있어야 장시간 버틸 수 있다. 높은 산에 올라갈 때는 기후가 어떻게 급변할 지 모르므로 가을에 등산을 가도 겨울산행 때나 쓰는 아이젠을 준비해가듯이 넓은 대륙땅을 여행할 때도 어떤 상황에 빠질 지 모르므로 비상시를 대비한 최소한의 준비는 하여야 한다.

요즘 점심이나 저녁을 먹을 때 SUBWAY를 주로 간다. 정식 식당은 값도 비쌀 뿐만 아니라 시간을 너무 잡아 먹는다. 맥도날드나 버거킹은 맛은 있는데 대표적인 인스턴트 식품이라 장기간 먹기에는 부작용이 겁난다.

즉석에서 샌드위치를 해주는 SUBWAY를 애용하고 있다. SUBWAY도 이 점을 겨냥해서인지 냅킨이나 음료수 종이컵에 맥도날드의 빅맥, 버거킹의 와퍼와 자기 샌드위치의 칼로리를 비교해 놓은 수치를 새겨 놓고 상대적으로 건강식품임을 자랑하고 있다. 빵의 길이에 따라 6인치와 12인치 짜리가 있는데 나와 아내는 6인치 짜리를 먹고 아이들은 경우에 따라 12인치 짜리를 먹기도 한다.

장기간 운전하고 다니다 보면 화장실에 가고 싶어진다. 남자는 급하면 갓길에 차를 세워 놓고 대강 길에서 실례할 수도 있지만 여자는 곤란하다. 더구나 아무 것도 없는 평원지역에서는 나무 숲이나 비탈길도 없으므로 몸을 감출 곳이 없다.

그래서 주유소에 들러서 그곳 화장실을 주로 이용할 수 밖에 없다. 간선도로 주변의 주유소는 화장실 인심이 박할 때가 많다. 문을 잠궈 놓고 개방을 하지 않는다. 그들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하루에도 수없이 하이웨이를 지나 다니는 사람들이 화장실을 이용한다면 그 관리비용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도 화장실을 이용하는 주유소의 경우에 조금이라도 기름을 팔아 준다.

마침내 저녁 6시쯤 록키 마운틴 국립공원에 도착하였다. 그런데 록키 마운틴 공원 지역에 들어가기 전부터 뭔가 이상하였다. 녹색을 띄어야 할 나무들이 온통 붉은 빛을 띤 채 앙상하게 죽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 상태가 매우 심각했다. 푸른 산이 아니라 붉은 산이 된 것이다. 우리는 그 이유가 궁금하였다.

록키 마운틴 국립공원의 입구는 남동쪽과 북서쪽 양쪽에 있다. 남동쪽은 Grand Lake라는 조그만 도시를 거쳐서 가게 되어 있고 북서쪽은 Estes Park라는 조그만 도시를 거쳐서 가게 되어 있다.

우리는 남동쪽인 Grand Lake쪽으로 접근하였다. Grand Lake는 아기자기하고 소박한 동네였다. 대부분 통나무집 스타일이었고 아름다운 호숫가 주변과 호수를 내려다 보는 언덕 위는 별장들로 가득하였다. 1년에 몇 번 밖에 오지 않는 곳에 저렇게 멋진 별장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이 부러웠다. 뭐를 해서 돈을 벌었을까?

일단 공원 입구에 가서 일주일간 유효한 입장권을 끊고, 공원 지도를 받았다. 그리고 다시 Grand Lake 타운으로 돌아와서 잘 곳을 찾았다. 옐로우스톤 때 인터넷으로 예약을 했다가 낭패를 한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이 번에는 우리가 직접 보고 고르기로 하였던 것이다.

6시경에 Grand Lake에 도착하였기 때문에 호텔에서 아내가 해주는 밥을 먹고 느긋하게 쉬려고 하였다. 석윤이가 오늘은 웬일로 이렇게 일찍 도착하였느냐면서 신기해 할 정도였다. 난 아이들에게 "봐라, 아침에 한시간만 일찍 일어나고, 부지런하게 오니까 얼마나 좋냐. 부지런 한 것이 좋지?"하고 아이들이 수신거부하는 설교를 하면서 폼을 잡았다.

아, 그런 말을 하지 말았어야 했다. 그 때부터 잘곳을 찾아 Grand Lake의 모든 lodge를 다 돌아다녀 봤으나 모두 no vacancy였다. 이럴 수가 있는가. 추측컨대 오늘이 금요일이므로 인근의 사람들이 주말을 이곳에서 쉬려고 왕창 온 것 같았다. Grand Lake는 온통 관광객으로 가득 차 있었느니까.

딱 한군데 vacancy라고 붙여 놓은 곳이 있었다. Sunset Motel이란 곳이다. 그러나 그곳은 옐로우스톤 때 우리가 1박 하였던 모텔보다 외양으로만 봐도 더 끔찍하였다. 하룻밤에 45달러 밖에 안된다고 밖에 크게 써 붙여 놓았는데, 그곳에 잘 바에는 차라리 차에서 자는 것이 나을 것 같았다.

우리는 Grand Lake 안에서는 숙박장소를 찾을 수 없다고 판단하고 외곽으로 나가면서 찾기 시작하였다.

결국 60km 밖으로까지 나갔다. 그곳은 Winter Park란 동네로 스키 리조트 같았다. 그곳의 Best Western에 간신히 여장을 풀었다. 시계를 보니 거의 9시가 다 되어 있었다.

아이들이 “그럴 줄 알았어, 오늘은 어째 일찍 들어가는 것 같더라”하고 웃어댔다.

서둘러 체크인을 하였다. 1시 무렵 SUBWAY에서 샌드위치 한 개를 먹은 것이 전부였기 때문에 배가 등짝에 붙었다.

아내는 전기밥솥으로 밥을 하고, 아직 남아 있는 김치와 김, 그리고 한국 반찬을 구할 수 없기 때문에 미국 슈퍼에서 구한 스튜용 소고기로 소고기 찜 비슷한 것을 반찬으로 만들어 내 놓았다.

“The hunger is the best sauce.”란 말이 있듯이 정말 맛있게 먹었다. 디저트로 아이스 박스에 보관되어 있던 캔맥주 2캔을 마셨다. 밤10시에 밥과 쇠고기를 배터지게 먹고 약간 남아 있는 공간을 캔맥주 2개로 마저 빵빵하게 채운 다음, 너무나 졸려 바로 침대로 올라가면서 여행이 끝났을 때 내 배는 과연 몇 입방킬로미터만큼 부풀어 있을까하는 고민을 조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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