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rlando(#04)

한 달간의 미국 자동차 여행(028)-7월 1일(화)

by N 변호사

2008-07-30 오후 3:10:35


이 번 여행 동안 우리는 단칸방 생활을 하고 있다. 또한 우리 가족은 24시간 내내 붙어 다니고 있다. 그러다 보니 서로에 대해서 새삼 많이 알게 된다. 장점에 대해서도, 단점에 대해서도 그리고 서로의 차이점에 대해서도.

예를 들어 아이들은 이 번에 나와 한방에 자면서 자기 엄마의 인내심에 깜짝 놀랐다고 하였다. 내가 많이 피곤하거나 술을 마시면 코를 고는데 그 소리가 거의 코끼리 수준이라는 것이다. 그런 소음 속에서 어떻게 엄마는 20년의 세월을 견딜 수 있었느냐고 물었다. 아이들이 표현을 자제해서 그렇지 막말로 바꾸면 ‘아니, 저런 사람과 어떻게 이십년 동안 한 침대에서?”라는 분위기이다.

아이들끼리도 한 침대에서 자면서 종종 다툰다. 우리는 더블베드가 두 개 있는 방을 예약하는데 우리가 묵는 호텔 수준에서 킹 사이즈는 커녕 퀸 사이즈도 잘 없기에 그 더블베드라는 것이 말만한 덩치의 두 아이가 함께 자기에는 많이 좁다.

잠든 석휘가 모로 누우면서 자기도 모르게 석윤이 배에 다리를 올리면 석윤이가 짜증을 내며 그 발을 밀어내고 그 밀어내는 과정이 거칠어서 석휘가 잠을 깨면 이 번에는 석휘가 신경질을 낸다. 반대의 경우도 생긴다.

둘이 다투다가 하루는 자기들끼리 가위, 바위, 보를 하여 이긴 사람이 잠자는 태도가 얌전하고 사이즈가 작은 지들 엄마하고 자기로 하였다.

석휘가 져서 나와 한 침대에서 자게 되었다. 그런데 평소 집에서 잘 때 아내의 불만은 내가 일어날 때나 잠자리에서 뒤척일 때 그 반동으로 침대 매트리스가 흔들려서 자기가 잠을 깬다는 것이었다.

나는 그 정도로 잠을 깨는 것이 말이 되느냐면서 그것은 당신이 운동부족이라서 잠을 깊게 못자서 그런 것이므로 운동을 열심히 해라고 말하곤 했다.

석휘와 함께 자면서 내가 그 고충을 이해하게 되었다. 석휘가 몸을 뒤척일 때마다 침대가 바닷물처럼 출렁거려서 잠을 깨게 됐다. 운동하고 안하고의 문제가 아니었던 것이다.

그 날 이후로 나는 아이들과 함께 자지 않겠다고 선언하였고 석휘, 석윤이도 아빠와 자는 날은 지옥이 되므로 자기들도 아쉬운대로 자기들끼리 자는 것이 낫다고 정리되었다.

그렇게 서로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었는데 나는 이 번에 특히 석윤이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었다.

내가 알기로 석윤이는 동작이 느리고 집요한 면이 덜하다. 인간도 동물의 일종이라고 볼 때 목표물을 끝까지 쫓는 킬러의 본성이 때로는 필요한데 석윤이는 그런 면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러나 오해였다. 자기가 좋아하는 것에 대해서는 의외로 치밀하고, 집요한 면이 있었다.

메이저 리그 야구팀이 있는 도시에 들를 때마다 Lids라는 모자 체인점에 들러서 모자를 사는데 그 도시에 가기도 전에 Lids의 위치를 완벽하게 search를 해 놓았다가 그리로 유도하는가 하면, Lids의 membership 카드에 문제가 있어서 할인을 제대로 못받을 뻔 한 일이 생겼는데 그 회사 홈페이지를 찾아 들어가더니 그 문제를 가볍게 해결하였다.

아이들이 인터넷을 사용하는 기술은 우리보다 훨씬 뛰어나므로 석윤이가 그런 능력에 있어서 남다르다는 의미는 아니다. 그냥 내가 평소 생각했던 석윤이는 어떤 것을 꼭 가지기 위해서 악착을 떨지 않았는데 그렇지 않더라는 것이다.

오늘 가기로 한 Universal Orlando Resort에 관해서도 그랬다. 아침에 일어나더니 내게 유니버셜에는 Express Card 제도가 있는 것을 아는지 물어보았다. 그 카드를 사면 regular lane에 서지 않고 fast lane에 서므로 금방 금방 놀이기구를 탈 수 있다는 것이었다.

나도 인터넷에서 얼핏 그것을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 정말 그럴까 싶어 반신반의하였다. 돈을 좀 더 준다고 그런 특전을 준다는 것은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부모들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일이기 때문이었다. 또한 어제, 그제 간 Disney World나 Sea World에서는 그런 system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우리는 이미 Orlando에 오기 전에 Universal 티켓을 샀기 때문에 Express ticket이 있다고 하더라도 이미 소용이 없는 짓이라고 생각하였다.

그렇게 말했더니 석윤이는 우리가 묵고 있는 호텔 1층에서 express card를 팔고 있고, 우리가 산 티켓은 유니버셜의 입장권이고, express card는 그 안에 들어가서 놀이기구 탈 때마다 제시하는 것이므로 별개라고 설명하였다. 그러면서 1인당 60달러라고 가격까지 파악한 상태였다

언제 그런 조사를 하였는지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었다. 석휘는 옆에서 초조한 표정으로 그렇게 추가로 돈을 쓰게 되면 우리는 좋지만 아빠에게 너무 미안하잖아 하면서 마음에 없는 소리로 바람을 잡고 있었다.

석윤이를 데리고 호텔 1층으로 갔다. Concierge Desk에서 과연 express card를 팔고 있었다.

나는 망설였다. 1인당 60달러가 물론 작은 돈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주 큰 돈도 아니므로 멀리서 이곳까지 온 관광객들 모두가 express card를 살 것 같았고 그렇다면 express lane도 사람이 많을 것이므로 시간단축이라는 효과가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결국 샀다.

우리가 묵고 있는 Double-Tree 호텔에서 Universal Orlando Resort까지는 차로 불과 5분 정도의 거리이다.

LA의 Universal Studio와 마찬가지로 이곳도 지하 주차장 시스템이었다. 그리고 에스칼레이터를 타고 1층으로 올라와서 한없이 긴 moving walk를 계속하여 갈아타면서 입구까지 이동하게 되어 있었다.

Universal Orlando Resort는 두개의 테마 공원으로 나뉘어 있다. 하나는 Islands of Adventure이고 나머지 하나는 Universal Studios Florida이다.

이 두 곳을 오늘 하루 동안에 다 돌기로 하였다. 먼저 Islands of Adventure로 향하였다. 화끈한 roller-coaster 등 놀이기구도 있고 영화 속의 주인공이 되어 보는 체험도 하는 곳이다.

아침 일찍부터 서둘렀기 때문에 9시경에 Islands of Adventure의 정문을 통과할 수 있었다. 그 이른 시간에도 인기 있는 놀이기구 내지 체험관 앞에는 사람들이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Express card가 제대로 작동되는 것인지 궁금하였다. 길게 늘어서 있는 줄 옆에는 과연 express lane이라는 팻말이 보이고, 거기에 사람이 하나 서 있었다.

그 친구에게 express card를 보여주었더니 총 같은 것으로 express card에 레이저를 쏴서 scan을 하였다. 같은 놀이기구에 대해서 두 번 express card를 쓰는 것을 막기 위해서 그러는 것 같았다.

사람들의 줄이 길게 늘어진 regular lane과 달리 express lane에는 사람들이 아무도 없었다.

그 이후로 오늘 하룻동안 우리는 express card 덕을 톡톡히 보았다. 오후로 갈수록 regular lane의 행렬은 더욱 길어져서 1시간 30분 이상을 기다려야 하는 곳에서도 우리는 길어봐야 10분 정도 기다려서 놀이기구를 타거나 체험관에 입장할 수 있었다.

그러나 다른 사람들은 길게 줄을 서 있는데 우리만 빨리 들어간다는 것에 대해서 우리 가족 모두 약간의 죄책감을 느꼈다.

나는 지금까지 목욕탕에 가서 때밀이 아저씨에게 때를 밀어 달라고 한 적이 없다. 때밀이 아저씨들은 자기들에게 일을 시켜서 돈을 벌게 해 주는 것이 더 좋은 일이 되겠으나 사지 멀쩡한 내가 가만히 누워 있고 다른 사람이 땀을 뻘뻘 흘리며 내 몸의 때를 밀게 하는 것은 뭔가 인간으로서 할 도리가 아닌 것처럼 생각되어서이다. 내가 전업주부라면 나는 파출부를 절대로 쓰지 않았을 것 같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에버랜드 같은 곳에서 이런 express card 제도를 시행하였다면 네티즌이나 PD 수첩의 좋은 사냥감이 되었을 것이다. 제목도 상상이 된다. “상혼에 멍들은 동심”, 뭐 이런 것이 되지 않겠는가.

Disney World에서도 뭔가 부당하다고 생각해서 Express Card 제도를 시행하지 않고 있을 것이다. 그들에게는 아이들에게 꿈의 세계를 선물한다는 회사의 정신이 있으니까. 공짜로 아이들을 입장시킬 수는 없겠으나 일단 입장한 아이들을 차별한다는 것은 창업자인 월트 디즈니도 반대하였을 것이다.

Universal은 철저한 자본주의의 원리로 움직이다. 그래서 Disney World처럼 부지를 넓게 잡지도 않는다. 비교적 좁은 공간(그래도 엄청 크다.)에 빡빡하게 놀이기구를 설치해 놓았고 자동차는 지하 주차장에 세우게 하고 escalator와 moving walk을 설치하여 사람들이 편리하게 입장하게끔 해 놓았다. 그리고 express card system을 이용하여 1사람당 60불을 더 뽑아낸다.

Disney World가 앞으로도 express card system을 채택하지 않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나는 Islands of Adventure에서는 The Amazing Adventure of Spider-Man이 제일 재미있었다.

이곳은 3D 안경을 쓰고 자동차 모양의 롤러 코스터를 타게 되어 있다. 롤러 코스터는 빠른 속도로 움직이면서 마치 빌딩과 빌딩 사이의 벽을 타고 움직이고 있는 듯한 느낌이 들게 한다.

잠시 멈추는 순간 어디선가 스파이더-맨이 날라와서 눈앞의 본넷트에 털썩 앉으면서 뭐라고 떠든다. 그 순간 갑자기 악당이 뒤에서 나타나 스파이더-맨을 공격하고 둘이서 치열한 격투를 벌인다. 악당이 쓰는 무기인 창의 끝이 3D 안경의 효과를 통해서 우리의 눈을 찔러 오는 듯 하여 우리는 움찔움찔한다.

그것 외에도 재미있는 놀이기구나 체험관이 많았다. 오후 1시경쯤에는 Islands of Adventure의 각종 놀이기구나 체험관 경험을 모두 다하였다. 이른 아침부터 서두른데다가 express card의 위력 덕택이었다.

Islands of Adventure를 나와서 500미터 정도 떨어진 곳에 있는 Universal Studio에 갔다.

LA에 있는 Universal Studio의 쌍둥이이다. 그 동안 Universal Studio 영화회사가 만든 영화들을 소재로 각종 놀이를 만들었다.

나는 그 중 Twister 체험관이 재미 있었다. 어떤 마을이 만들어져 있다. 우리는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그 마을을 지켜보고 있다. 마을에 서서히 바람이 불기 시작한다. 바람은 점점 세진다. 공포의 Twister다.

바람은 더욱 세져서 집이 흔들리기 시작한다. 길에 세워져 있는 트럭은 움찔 움찔하더니 네 바퀴가 약간 지상에서 떨어지는 듯 하다.

더욱 바람은 세진다. 집은 흔들리다 못해서 무너지기 시작한다. 트럭은 드디어 공중으로 날라가서 저 옆의 주유소 주유기와 부딪히면서 떨어진다. 주유기에서 불이 난다. 순식간에 불이 번진다.

Twister의 위력을 눈 앞에서 체험하니 정말 대단하였다. 이 인공 마을은 실제로 Twister가 덮쳤던 마을을 모델로 해서 만들어진 것이란다.

저녁 7시 30분쯤 드디어 Universal Studio를 다 해치웠다. 지난 번에 디즈니에 갔을 때처럼 양쪽 다리가 끊어지듯이 아팠다.

Universal Studio를 나서면서 보니까 그 오른쪽으로 Lowe Hotel, Hard Rock Hotel 등 여러 개 호텔들이 모여서 지어져 있었다.

Disney World가 자체적으로 Village를 건설하여 투숙객들을 받는 반면에 Universal 은 일류 호텔 체인과 제휴하여 이곳에 호텔을 짓게 해준 모양이다.

그 앞으로는 인공 운하가 있고, 아름다운 다리가 있었다. 자연미 보다는 인공미에 눈이 더 가는 나로서는 그 호텔 주변의 경치가 매우 아름답게 느껴졌다.

문득, 석휘, 석윤이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에 그들의 여자친구들과 이곳에 와서 놀면 얼마나 재미있겠는가.

주차장으로 돌아가는 moving walk는 체력이 떨어져서 그런지 아침보다도 더 길게 느껴졌다. 끝도 없이, moving walk를 갈아 타면서 지하 주차장까지 갔다.

저녁 식사는 호텔 근처의 철판구이 식당에 갔다. 이름하여 Japanese Steak House이다.

모처럼 호화판 식사를 하였다. 철판에서 고기를 굽던 일본인 요리사는 실수로 불이 자기 옷에 붙자 “oh, my god!!”하면서 수선을 피워 아이들을 즐겁게 하였다.

Orlando의 일정은 이것으로 끝났다. 내일은 Miami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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