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를 꿈꾸는 자에 대한 안내서

자전거

by N 변호사

[이 글에서 말하는 자전거]

자전거를 여러 종류로 나눌 수 있지만 이 글에서 말하는 자전거는 그 중에서 싸이클과 MTB를 말한다.


싸이클(Cycle)은 로드 바이크(Road Bike)와 같은 말이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싸이클은 도로(Road)에서 타는 자전거고, MTB(Mountain Bike)는 산에서 타는 자전거다.


[싸이클]

싸이클은 빠른 속도로 달리기 위해서 만들어진 자전거다. 맞바람의 저항을 이기기 위하여는 몸을 작게 만들어야 한다. 싸이클의 핸들을 잡으면 웅크린 자세가 만들어진다.


단단한 골프공은 헐렁한 축구공보다 더 빠르게 굴러간다. 잘 달리는 개들의 다리는 가늘고 길다. 싸이클의 타이어 폭은 가늘고 공기를 가득 채워서 단단하다. 마찰저항을 최소화하기 위하여 타이어는 매끈하다.


포르쉐 브랜드 차는 승용차라도 딱딱하다. 부드러우면 질주하지 못한다. 완충장치는 속도를 저해한다. 싸이클은 충격을 흡수하는 완충장치(shock-absorber)가 없다. 완충장치가 없으므로 얕은 과속방지턱만 넘어가도 엉덩이에 충격이 온다.


싸이클은 흙길 같은 비포장도로에서는 맥을 못춘다. 조그만 돌도 이겨내지 못하고 비틀거린다. 싸이클은 산 길에서는 주행이 불가능이다.


[MTB]

MTB는 산악자전거다. 사람이 올라갈 수 있는 곳이라면 설사 그곳이 바위 꼭대기라도 MTB를 타고 올라갈 수 있다.


MTB를 보면 사람의 기술은 도대체 끝이 없구나 하고 감탄할 수밖에 없다. 그 높은 곳에서 이리 튀고 저리 튀면서 빠른 속도로 내려오는데도, 때로는 엄청난 높이로 점프를 하였다가 착지하는데도 어디 하나 고장나는 곳도 없이 멀쩡하다. 아무리 생각해도 인간은 별종이다. 깊은 산 속을 자전거로 다니겠다는 발상을 하고 그것을 실천에 옮기다니.


자갈길을 달리게 되어 있는 자전거에 완충장치가 없으면 엉덩이, 손목 등은 살아남지 못할 것이다. MTB는 완충장치가 있다.


앞바퀴, 뒷바퀴 모두에 완충장치((shock-absorber)가 있는 MTB를 풀샥(Full Shock)이라고 부른다. 앞바퀴에만 완충장치가 있는 MTB를 하드테일(Hard Tail)이라고 부른다. 뒷바퀴 부분(tail)에는 완충장치가 없으므로 딱딱하다(hard)는 뜻이다.


핸들은 좌우 일자다. 싸이클의 핸들이 양 머리처럼 밑으로 처져 있어서 팔을 몸에 가까이 붙이고 웅크린 자세를 만드는 것과 달리 MTB는 허리를 펴고 앉을 수 있게 되어 있다.


핸들이 양옆으로 펼쳐져 비교적 길다. 산 길에서 만나는 큰 자갈, 나무 뿌리 등의 다양한 장애물을 피하기 위해서는 허리를 펴고 앉아 전방, 좌우를 살피면서 양팔을 크게 벌리고 핸들을 바쁘게 이쪽, 저쪽으로 조종할 수 있어야 한다.


험로를 다녀야 하므로 타이어 폭이 넓다. 타이어에는 요철이 달려 있어서 흙길에서도 미끄러지지 않는다.


[싸이클과 MTB의 차이]

위에서 이미 여러가지 차이점을 알 수 있겠지만 추가하여 차이점을 설명하면 다음과 같다.


싸이클은 가볍다. MTB와 달리 부가장치가 없기 때문이다. 속도를 내기 위해서도 가벼울 필요가 있다.


MTB는 shock-absorber등 부가 장치가 달리므로 무겁다. 험로를 다녀야 하므로 바퀴가 넓고 타이어도 크다. 점프 등의 충격을 견뎌내야 하므로 frame(뼈대)도 튼튼해야 한다. 결과적으로 싸이클보다 무게가 많이 나간다.


슈즈 밑에 클릿(cleat)을 달고, 이것을 페달의 클립과 연결하여 발과 페달이 결착(結着)되게 한다. 평페달은 발로 내리 누르는 힘만 쓸 수 있는데 클릿페달은 발바닥으로 끌어 올리는 힘도 쓸 수 있다. 페달을 원운동시키는데 있어서 당연히 평페달보다 유리하다.


항상 일정한 발바닥 위치에서 페달을 밟을 수 있고, 빠르게 페달을 저을 때 발바닥이 페달에서 미끄러지지 않게 한다는 것도 클릿 페달의 또 다른 장점이다.


클릿 페달이 좋냐, 평페달이 좋냐에 관하여 장단점을 비교하는 유튜브 동영상이 여럿 있는데 아무 의미없다. 무조건 클릿 페달이 좋기 때문이다. 클릿 페달을 써본 사람이 평페달로 돌아가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는 점에서 입증이 된다.


평페달을 고수하는 사람은 첫째 비용이 들어서이다. 자전거를 구매할 때는 평페달이 기본이므로 클릿페달로 교체하는데 돈이 든다. 클릿이 박혀 있는 클릿 슈즈도 사야한다. 수십만원이 든다. 둘째 클릿페달을 쓰면 자전거를 정차할 때 미처 발을 페달에서 분리하지 못하여 넘어질 수 있다.


클릿페달로 쉽게 교체하지 못하는 이유는 대부분 두번째의 이유다. 익숙해질 때까지 몇 번 세게 넘어질 수밖에 없는데(클릿페달로 바꿨는데 한 번도 넘어지지 않았다고 주장하는 사람은, 매일 4시간씩만 자고 일했다고 주장하는 사람과 똑같은 거짓말장이다) 그게 두려운 것이다. 즉 겁장이다.


싸이클의 클릿과 MTB 의 클릿은 다르다. 싸이클 클릿은 페달과 단단히 결착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다. 결착력을 강하게 만들기 위하여 클릿이 크다. 클릿이 밑창 밑으로 툭 튀어 나온 형태로 달려 있기 때문에 클릿슈즈를 신고서는 걷기 힘들다. 싸이클은 자전거에서 내려서 걸어다닐 이유가 없다는 원칙에서 출발했다.


MTB 클릿은 싸이클 클릿에 비하여 결착력이 약하다. 여러가지 비상상황이 발생할 수 있므로 발을 페달에서 쉽게 분리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또한 클릿을 작게 만들어서 신발 밑바닥 안에 매몰되게 하여 놓아서 클릿 슈즈를 신은 상태로도 걷기 편하게 해준다. MTB는 산에서 자전거를 끌고 가거나 들고 다녀야 할 일이 자주 있기 때문에 이렇게 만들어 놓았다.


자전거는 사람이 근육으로 페달을 돌려서 에너지를 공급한다. 페달은 체인링(chaing ring)이 물려 있는 크랭크(crank)를 회전시키고 체인을 통하여 뒷바퀴의 스프라켓(sprocket)에 동력을 전달하고 스프라켓의 회전에 의하여 뒷바퀴가 굴러간다. 즉 자전거는 후륜구동이다.


싸이클의 경우 일반적으로 크랭크에 물려 있는 체인링(앞기어)은 2장이고, 뒷바퀴에 있는 스프라켓(뒷기어)은 11장이다. 모두 톱니바퀴 형태다. 앞기어 중 큰 톱니바퀴의 이빨 숫자는 52개, 작은 톱니바퀴의 이빨 숫자는 36개다. 뒷기어의 제일 큰 톱니바퀴의 이빨 숫자는 30개이고 제일 작은 톱니바퀴의 숫자는 11개이다.


앞기어의 작은 톱니바퀴는 자전거 몸체를 기준으로 안쪽(inner), 큰 톱니바퀴는 바깥쪽(outer)에 있다. 뒷기어는 반대로 큰 톱니바퀴부터 시작하여 바깥쪽으로 점차 작은 톱니바퀴가 붙어 있다.


핸들에 달려 있는 기어변속기로 앞기어의 톱니바퀴와 뒷기어의 톱니바퀴를 체인으로 연결한다. 앞기어의 큰 톱니바퀴(outer gear)와 뒷기어의 제일 바깥쪽 톱니바퀴(11단)를 연결시키면 앞기어의 톱니바퀴의 이빨숫자는 52개, 뒷기어의 톱니바퀴의 이빨숫자는 11개이므로 페달을 밟아서 크랭크를 한 번 돌리면(52/11=4.7272...) 뒷기어에 연결된 뒷바퀴는 약 4.7바퀴 회전한다.


앞기어의 작은 톱니바퀴(inner gear)와 뒷바퀴의 제일 안쪽 톱니바퀴(1단)을 연결시키면 앞기어의 톱니바퀴의 이빨 숫자는 36개이고 뒷기어의 톱니바퀴의 이빨 숫자는 30개이므로 페달을 밟아서 크랭크를 한 번 돌리면(36/30=1.2) 뒷기어에 연결된 뒷바퀴는 약 1.2 바퀴 회전한다.


전자의 경우는 가장 고속으로 달릴 때의 기어비(기어 비율)이다. 가장 고속으로 달릴 수 있는 반면에, 세상에 공짜는 없으므로, 페달을 한 번 돌릴 때 아주 많은 힘이 필요하다.


후자의 경우는 오르막을 오를 때의 기어비율이다.헛바퀴 돌아가는 느낌이 들 정도로 페달을 돌리는 것이 가볍다. 그렇지만, 역시 세상에 공짜는 없으므로, 속도가 나지 않는다.


MTB는 고속으로 달리는 것은 크게 의미가 없고 경사도가 급한 산길을 비교적 편안하게 올라가는 것에 주안점을 둔다. 따라서 앞기어의 톱니바퀴는 작고 뒷바퀴의 톱니바퀴는 크게 만든다. 예를 들어 내가 처음에 샀던 MTB의 경우에 Chainring(앞기어)은 3장이었는데 22/30/40T였고, Sprocket(뒷기어)은 40/35/31/27/24/21/19/17/15/13/11T였다.


그 후에 나온 MTB들의 앞기어는 3장에서 2장으로 줄었다가 최근에는 1장으로 장착되는 추세다. 체인링의 숫자를 줄이면 변속장치도 단순화되므로 무게가 가벼워지고, 또한 종전의 앞기어 3장, 뒷기어 11장의 조합 중에는 겹치는 기어비가 많기 때문에 앞기어를 1장으로 줄여도 큰 문제가 없다는 발상을 하게 된 것이다. (자전거는 무게 줄이기 싸움이다. 1kg 더 가볍게 되면 가격은 100만원이 비싸진다는 말이 있다)


나는 MTB의 이름을 '루니'라고 지었고, 싸이클의 이름을 '원더보이'라고 지었는데 루니와 원더보이의 기어비를 비교하면 다음과 같다.


뒷바퀴에 최고 토크(Torque)를 줄 수 있는 기어, 즉 페달이 가장 가벼워지는 기어는 앞의 제일 안쪽(inner), 뒤의 제일 안쪽(1단)이고 이를 Full Inner라고 하는데 원더보이의 기어비는 1.2 (36÷30)이지만 루니의 기어비는 불과 0.55(22÷40) 밖에 안된다. 그래서 루니는 원더보이보다 높은 경사도의 길을 수월하게 올라갈 수 있다.


됫바퀴에 최고 속도를 줄 수 있는 기어, 즉 페달이 가장 무거워지는 기어는 앞의 기어는 가장 바깥쪽, 뒤의 기어도 가장 바깥쪽(11단)이고 이를 Full Outer라고 하는데 원더보이의 기어비는 4.28 (52÷11)이고, 루니의 기어비는 3.64 (40÷11) 밖에 되지 않는다. 그래서 같은 힘으로 페달을 밟는다고 가정할 때 원더보이가 루니보다 훨씬 빠르게 달릴 수 있는 것이다. 더구나 원더보이는 루니보다 무게도 가벼우니 더옥 빠를 수밖에 없다.


나는 원더보이의 체인링을 원래 달려 있던 36/52T(Teeth)에서 30/46T로 바꿨다. 뒤의 스프라은 원래 달려 있던 11-12-13-14-15-17-19-21-24-27-30T를 11-13-15-17-19-21-23-25-27-30-34T로 바꿨다.


아주 빠른 고속은 포기하고 그 대신 언덕(uphill)을 올라가기 좋게 기어비를 만든 것이다.


또한 처음에는 원더보이에 MTB 클릿 페달을 달았었다. MTB 클릿 슈즈가 걷기 편하기 때문이다. 그러다가 최근에 싸이클 클릿 페달로 바꿨다. 싸이클은 역시 고속으로 달릴 때 쾌감이 있고(경주마는 달리도록 태어났다) 싸이클 클릿이 페달을 빠른 속도로 회전시킬 수 있다. 그러나 고속 기어를 쓸 정도로 허벅지 근육이 강하지는 않으므로 기어 장치는 앞으로도 바꾼 그대로 쓸 생각이다.


[몇살 때까지 자전거를 탈 수 있을까]

몇 살까지 자전거를 탈 수 있을까? 바꿔 말하면 자전거를 시작하기에 너무 늦은 나이는 몇 살일까? 여기에서 말하는 자전거는 시골의 동네 이장님이 논에 물 보러 어슬렁 어슬렁 타고 다니는 이른바 생활자전거가 아니다. 질주하는 싸이클이나 험난한 산에 오르락 내리락 하는 MTB를 말한다.


나는 60세에 시작했다. 그렇지만 국토완주를 하였고(국토완주가 무엇인지에 대하여는 나중에 설명하겠다) 지리산의 가파르고 긴 고개도 무정차로 올라갔다. 66세인 지금도 무리없이 제법 빠른 속도를 내면서 타고 있다. 즉 건강하기만 하다면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자전거를 시작할 수 있다.


[싸이클로 시작할까, MTB로 시작할까]

나이가 들었다고 하면 사람들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MTB를 타라고 권한다.


첫째 MTB는 산 길도 갈 수 있고 자전거 도로도 탈 수 있는 전천후다. 반면에 싸이클은 비포장도로에서는 탈 수 없다. 둘째 싸이클은 등과 허리를 굽힌 자세로 타야 하므로 몸에 무리가 온다. 셋째 싸이클은 빠른 속도로 달리므로 위험하다.


나도 MTB로 시작했다. 자전거에 익숙해지자 몇 달 동안 분당의 집에서 서초동의 사무실까지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였다. 왕복 60km의 거리다. 그렇게 자전거 출퇴근을 하던 중 문득 싸이클을 타면 좀 더 빠르게 다닐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에게 싸이클을 빌려서 시험 주행을 하였다. 역시 빨랐다.


싸이클을 샀다. 그 후 전국의 자전거길을 돌아다녔다. 나중에는 그래블 바이크(Gravel Bike)도 샀다. 그래블 바이크는 싸이클과 MTB의 장점을 골고루 섞어 놓은 것이다.(그렇게 주장한다. 그러나 사실은 단점만 섞여 있다.)


내 생각은 이렇다. 산에서 자전거 타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MTB를 타야 한다. 싸이클은 산 길을 다닐 수 없기 때문이다.


국토종주처럼 몇박며칠의 일정으로 장거리 자전거 여행을 하기 좋아하는 사람도 MTB로 타는 것이 싸이클보다 편하다. 장거리 여행을 하면 아무래도 짐이 많아지는데 주로 카본 소재인 싸이클에는 짐가방을 달 수 있는 rack을 설치하기 어렵다. rack 을 달기 위하여 카본에 나사못을 박으면 crack이 생긴다.


산에 가서 자전거를 탈 일이 없고, 장거리 자전거 여행은 1년에 한, 두 번 할까, 말까 하면 나이가 들었어도 싸이클을 타야 한다.


산에서 자전거를 타면 등산할 때의 즐거움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다. 꽃도 보고, 나무냄새, 흙냄새... 그렇지만 자동차에 자전거를 싣고 산 길 코스를 찾아 다녀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 집 근처에 그런 멋진 산 길 라이딩 코스가 있으면 모를까, 그렇지 않다면 산 길에서 자주 자전거를 탈 수 없다.


싸이클은 운동화를 싣고 나가서 조깅하듯이, 본인의 의지만 있으면 매일도 탈 수 있다. 주변에 온통 자전거 길이 사방팔방으로 뻗쳐 있기 때문이다.


MTB로도 도로에서 자전거를 탈 수 있다. 그렇지만 MTB를 도로에서 타는 것은 짐을 가득 실은 화물트럭으로 도로를 주행하는 것처럼 비효율적이다. MTB를 타다가 싸이클을 타보면 그 경쾌함이 바로 비교된다.


또한 싸이클은 가벼우므로 한 손으로도 들고 다닐 수 있다. 이것은 큰 장점이다. 집에서 자전거를 들고 나와 엘레베이터를 타고 도로로 나갈 때, 국토종주 등 자전거 여행을 할 때 중간에 숙박하게 되는 비좁은 모텔의 엘레베이터에 자전거를 싣고 방에 들어가고 나올 때, 자동차나 시외버스의 화물칸에 자전거를 싣고 내릴 때 가벼운 싸이클을 다루는 것과 무거운 MTB를 다루는 것은 하늘과 땅 차이다.


1년 내내 산에 갈 일 한 번 없고 자전거 여행을 아주 어쩌다가 떠나는데 무겁고 거추장스러운 MTB를 타야할 이유는 없다고 본다.


싸이클은 질주하는 맛에 탄다. 자세를 낮추고 페달을 1분에 90회 이상 돌리면서 바람을 가르며 달린다. 그 맛을, 본인이 부지런하기만 하다면, 장마철이나 추운 겨울이 아니라면 매일같이 집 근처에 있는 자전거 도로에서 느낄 수 있다.


그래블 바이크는 핸들은 싸이클 모양이고 뼈대와 타이어는 MTB와 유사하다. 한마디로 말하면 싸이클의 단점과 MTB의 단점을 합쳐 놓은 것이다. 도로에서는 속도가 잘 나지 않고 산에서는 무능하다. 미국처럼 다양한 지형이 있는 곳에서 Cross Country를 할 때나 적당하다. 아니 그 경우에도 MTB가 차라리 낫다.


자전거를 여러 대를 구매하고 보유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럴 때 여러가지 문제가 생긴다. 예비용으로 쓸 타이어 튜브도 싸이클용과 MTB용을 별도로 구입해야 하고, 속도 센서나 케이던스(Cadence) 센서도 각각 별도로 구매해야 한다. 센서의 경우에 싸이클용과 MTB용이 별도로 있는 것 아니지만 자전거가 2 대 았으면 그 2대에 각각 부착해야 해야 하기 때문이다.


비싼 자전거 속도계(cycling computer)의 경우에 2개를 사서 각각의 자전거에 별도로 부착할만큼 돈이 남아 도는 사람이 아니면 싸이클 탈 때는 싸이클에, MTB를 타고 나갈 경우에는 MTB에 옮겨 달아야 하는데 이것도 귀찮은 일이다.


그래서 나는 1대로 줄이고 나머지를 모두 처분했다. 잘한 일이었다.


사진에 있는 자전거가 나의 애마(자전거를 말에 비유하는 것은 아주 타당하다)인 '원더보이'다. 저 때의 페달은 MTB 클릿 페달이었다. 이후에 싸이클 클릿 페달로 교체하였다.


원더보이.jpg


[얼마짜리 자전거를 사야할까]

6년전 쯤 자전거를 시작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전거 고수인 친구는 MTB를 권하면서 최소한 150만원짜리는 사야한다고 했다. 그 때 든 생각은 터무니없이 비싸다는 것이었다. 무슨 자전거 선수도 아닌데 그런 비싼 자전거를?...


그 이후 코로나를 거치면서 자전거값이 말도 안되게 올랐다. 돈이 많이 풀리면서 모든 물가가 올랐지만 지난 5년간 가장 많이 값이 뛴 것 중 하나가 자전거다. 코로나라는 특수 상황에서 마스크를 끼지 않고 할 수 있는 운동으로 자전거 타기가 급부상했고 수요폭증은 자전거값을 천정부지로 만든 것이다.


한 번 오른 가격은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다. 전문용어를 빌리면 물가의 하방 경직성(下方 硬直性)이다.


어쨌든 내게 얼마짜리 자전거를 사야 하느냐고 누가 물어본다면 500만원짜리는 사야 한다고 말하겠다. 자전거를 타지 않는 사람에게는 말도 안되는 가격으로 들릴 것이고, 자전거를 타는 사람에게는 충분히 수긍할만한 가격으로 들릴 것이다.


다만 자전거를 처음 시작하는 사람이 500만원 짜리를 살 필요는 전혀 없다. 저렴한 중고 자전거를 사면 된다. 왜냐하면 다른 모든 일과 마찬가지로 자전거 타기를 결심했다가 진짜로 취미가 되는 사람은 10%도 안되기 때문이다. 또한 자기체질이 싸이클일지, MTB일지도 아직 모르므로 더욱 중고자전거로 시작할 필요가 있다.


그렇게 해서 정말 평생 취미가 될 것 같으면 500만원 정도는 투자해야 제대로 된 자전거를 살 수 있다.


장비충(裝備蟲)이라는 말이 있다. 골프든, 뭐든, 끊임없이 장비를 연구하고(유튜버들에게 현혹되고) 새로운 장비를 사들이는 사람이다.


오디오광(狂)은 음악이 아니라 소리를 좋아하는 사람이다. 더 솔직하게 말하면 오디오 사는 재미로 사는 사람이다. 물건 사는 행위는 도파민을 분출시킨다.


내 생각에는 프로페셔날이 아닌 다음에야 500만원 짜리 자전거로 충분하다. 그 이상 비싼 것은 큰 의미가 없다. 돈이 남아 돌거나 돈 쓰는 것외에는 별다른 취미가 없을 때는 계속 더 비싼 자전거로 갈아타도 된다. 누가 말리겠는가.


진정 자전거 초고수가 되고, 자전거가 강렬하고 지속적인 취미로 확실하게 굳었다면, 그리고 빚을 내서 자전거를 사는 것이 아니라면 고가의 자전거를 사는 것도 의미있을 것이다. 다만 너무 비싼 자전거를 사면 자전거가 상전(上典)이 된다는 사실은 잊지말아야 한다. 시외버스의 화물칸에 실을 때 혹시 기스가 나지 않을까 신경이 곤두서게 되고, 잠깐 바깥에 세워두고 편의점 들어갈 때 누가 들고 튀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게 된다.


[어디를 타고 다녀야 할까]

지인이 시골로 이사갔다. 한적한 곳이기에 개를 풀어서 키우기로 했다. 개는 혼자서 마실을 다녔다. 처음에는 나갔다가 금방 들어오더니 점점 귀가 시간이 늦어졌다. 멀리까지 나갔다가 돌아오기 때문이었다.


자전거를 타면 그 시골 개와 마찬가지가 된다. 점점 더 멀리 나가보고 싶어진다. 그러다가 결국 국토종주까지 나서게 된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 4대강(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정비사업을 하였다. 그러면서 강의 양안에 자전거 길을 만들었다.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에게는 정말 환상적인 일이 일어난 것이다. 4대강 유역 뿐만 아니라 동해안에도 바다를 따라서 자전거길을 만들었고 제주도의 테두리를 한바퀴 도는 고리 모양(環狀)의 자전거 길도 만들었다. 그리고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가 그 자전거 길을 통합관리하고 있다. 그 자전거 길은 다음과 같다.


아라뱃길 자전거길(21km), 한강(서울구간) 자전거길(56km), 남한강 자전거길(132km), 북한강 자전거길(70km), 새재 자전거길(100km), 오천 자전거길(105km), 낙동강 자전거길(389km), 금강 자전거길(146km), 영산강 자전거길(133km), 동해안(강원) 자전거길(242km), 동해안(경북) 자전거길(76km), 섬진강 자전거길(149km), 제주 자전거길(234km)


이 중에서 아라뱃길 자전거길의 출발지점(인천에 있는 정서진)에서 시작하여 한강 자전거길, 남한강 자전거길, 새재 자전거길, 낙동강 자전거길(안동댐 구간 제외)을 거쳐서 부산의 을숙도 도착지점까지 가는 것을 '국토종주'라고 한다. 633km의 거리다.


위 모든 자전거길을 합하면 1,853km에 달한다. 모든 자전거길의 도중에는 20~30 km 의 간격으로 옛날 공중전화 부스(Booth) 처럼 생긴 인증센터가 있다. 여기에 들러서 미리 구매하여 놓은 인증수첩의 해당 칸에, 인증센터 안에 비치되어 있는 스탬프로 인증스탬프를 찍는다. 이 재미가 쏠쏠하다. 성취감을 주기 때문이다. 성취감은 부작용이 없는 고급 도파민이다. 물건 살 때 나오는 싸구려 도파민과 다르다.


나는 2021년에 모든 자전거길을 완주했다. 이것을 '국토완주'라고 부른다. 전국 인증센터(85개)의 스탬프를 빠짐없이 찍은 인증수첩을 자전거길을 관리하는 통합인증센터에 보내면 '그랜드 슬램 인증서'를 보내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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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가본 선진국들에서는 대부분 자동차 도로의 갓길을 자전거도로로 정해 놓았다. 우리나라만 강 옆을 따라 달리는 자전거 전용 도로, 즉 자동차의 위험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있는 자전거 도로를 만들어 놓았다. 이것은 크게 자랑할만한 일이다.


자전거를 타면 누구나 한 번쯤은 국토종주 또는 국토완주를 꿈꾸게 된다. 자전거길이 워낙 잘 되어 있고 비교적 평탄하므로 체력적으로 크게 어려움은 없다. 다만 시간을 내야 하는데 그것이 쉽지 않다.


[자전거의 3대 적(敵)]

어차피 지어낸 이야기이므로 자전거의 3대 적은 제각각이다. 나는 첫째 자동차, 둘째 의사, 셋째 초기화라고 말하고 싶다.


자전거를 타면 항상 사고의 가능성이 있다. 타박상, 찰과상은 기본이고 쇄골뼈 등 뼈가 부러지는 일도 흔하다. 나는 산 길에서 앞으로 한바퀴 구른 적이 있었고(부드러운 흙길이라서 다행히 다치지 않았다), 자전거 도로의 커브 길에서 중앙선을 넘어 오는 자전거 초심자와의 충돌을 피하려다가 넘어져서 몸의 한쪽 면이 피투성이가 된 사고를 당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이것은 회복가능한 부상이다.


무서운 것은 자동차와의 충돌이다. 중상 아니면 사망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될 수 있으면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 자전거도로로 다니는 것이 좋다. 그렇지만 이것이 쉽지 않다. 멀리 다니다보면 불가피하게 자동차 도로를 통과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오로지 신의 가호를 빌 뿐이다.


둘째의 적은 의사다. 어디 아파서 가면 의사들은 무조건 자전거를 타지 말라고 한다. 예를 들어 나는 치질 수술을 받았다. 수술 후에 의사가 세심한 척 하느라 사실은 궁금하지도 않으면서 이것저것 물었는데 내가 자전거를 탄다고 하자 앞으로 자전거를 타면 치질이 재발할 수 있으니 타지 말라고 하였다. 이유는 설명하지 않았다.


나의 자전거 싸부(師父)는 대학병원 정형외과 교수였다. 그 분에게 이 날벼락 같은 소식을 전했다. 그 분은 대장항문 전공 교수들에게 물어보겠다고 하였다. 결론은 치질의 재발에 더 영향을 주는 것은 자전거가 아니라 푸쉬업이라고 하였다. 복압(腹壓)이 치질의 원인 중 하나인데 푸쉬업이 더 복압을 증가시킨다는 이유였다.


나는 의사 선생님들의 전문지식을 존중하고 감사하게 여긴다. 의사들이 없다고 상상해봐라. 치킨을 먹지 않고 살 수는 있지만 의사들이 없는 세상은 상상만 해도 끔찍하다. 그렇지만 그들이 모든 것을 다 아는 것은 아니다. 도대체 아침에 삶은 달걀을 몇 개 먹어야 하는지에 대하여 끊임없이 그들의 주장은 달라지고 있다. 달리기 하면 무릎에 좋지 않다고 입을 모아 떠들더니 요즘에는 달리기 하면 오히려 좋다는 의사도 있다.


코로나 백신을 처음 맞으러 갔을 때 내 앞의 노인네가 끊임없이 코로나 주사의 부작용에 대하여 이것저것 의사에게 묻고 있었다. 아니, 그 의사라고 알겠느냐고. 코로나 백신은 신상품인데.


자전거를 처음 타면 엉덩이가 아프고 허리도 아프고 등도 아프고 손목도 아프다. 의사들은 타지 말라고 한다. 그래도 무시하고 타야 한다.


세번째의 적은 초기화다. 우와 이것이 정말 무섭다. 추운 겨울 동안 자전거를 타지 않다가 마침내 날이 풀리면 자전거를 타고 싶을까, 안타고 싶을까? 정확하게 말하면 자전거를 타야한다는 생각은 드는데 자전거를 타는 것이 끔찍하게 귀찮아서 안타게 된다. 그리고 순식간에 1년 내내 자전거를 놓게 된다.


원래 사람은 운동하기를 싫어하게끔 만들어졌을 뿐 아니라(먹이사냥 할 때 외에는 빈둥거리는 사자를 봐라!), 자전거 타는 일은 여러가지 준비를 해야 하므로 더욱 번거롭다. 체인에 오일 쳐야지, 타이어에 바람 넣어야지, 속도계 충전해야지, 헬멧, 장갑, 계절과 기온에 맞는 자전거 복장 갖춰야지 등등...


나는 국토완주 후에 무려 2년 가까이 자전거를 타지 않았다. 이렇게 해서는 안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겨울에 자전거 샾에 가서 비싼 돈 주고 분해정비를 맡겼다. 자전거를 완전히 분해하여 깨끗하게 닦고, 조이고, 기름치는 작업이다. 그 해 겨울은 혹독하게 추웠다. 봄을 기다렸다. 봄이 왔는데 탔을까, 안탔을까. 안 탔다. 그렇게 또 1년을 보냈다. 게으른 너에게만 적용되는 것 아니냐고? 아니다. 자전거 유튜브로 먹고 사는 유튜버들조차도 겨울이 지나면서 초기화가 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을 피하기 위하여 올해 겨울에는 자전거 로라방에 등록할 생각이다. 자전거 로라(정확하게 발음하면 롤러, roller)는 실내에서 자전거를 탈 수 있는 기구다. 로라방은 그런 기구들을 모아놓은 일종의 피트니스 센터다. 요즘은 쯔위프트라고 하여 가상의 자전거 레이스를 하는 장치가 있는 모양이다.


[마무리]

자전거 운동이 다른 운동보다 더 좋으냐 라는 점에서는 특별히 할 말이 없다. 당연히 다른 종류의 운동에 비해서 장점(예를 들어 달리기보다 무릎에 부담을 주지 않는다는 것 등)도 있을 것이고 단점(예를 들어 위험하다는 것)도 있을 것이다.


나는 자전거 운동의 가장 큰 장점은 '재미'라고 주장한다. 실내에서 트레드밀에 올라가서 걷거나 뛰는 운동은 정말 지루하다. 진짜 재미없다. 그러나 바깥에서 걷는 일은 1시간도 금방 간다.


자전거는 걷거나 뛰는 것보다 10배는 더 재미있다. 속도가 있기 때문이고 빠르게 이동하면서 보는 경치의 다채로운 변화는 매력적이다. 대한민국처럼 4계절이 골고루 있는 나라에서는 더욱.


또한 멀리 다닐 수 있다. 자전거를 잘 타는 젊은이들은 633km의 국토종주 코스를 1박 2일의 일정으로 완주하기도 한다.


동갑내기인 절친 Y는 추석연휴를 맞이하여 반포에 있는 자기 집에서 출발하여 지금 5박 6일의 일정으로 약 600km의 자전거 길을 따라 부산으로 가고 있다. 자전거를 타고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는 일, 재미있을 것 같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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