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해안 종주 3일차 및 자전거길 국토완주 그랜드슬램

자전거 여행

by N 변호사

허리를 체크했다. 앞으로 몸을 굽혀도, 뒤로 몸을 젖혀도 통증이나 불편함이 느껴지지 않았다. 완전하게 회복된 것이 확실했다.


정동진에 대하여 위키피디아는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정동진(正東津)은 강원도 강릉시 강동면 정동진리에 있는 동해 바닷가로, 해돋이의 명소이다. 조선시대 한양의 광화문 기준으로 정동(正東)쪽에 있다 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그 후 측량기술과 GPS시스템이 발전하면서, 실제로는 서울 도봉산의 동쪽으로 밝혀졌다>


재식이는 바깥에 나가서 해돋이 사진을 찍었다.



정동진 일출.jpg


모텔 로비 구석의 키친에서는 셀프로 토스트와 커피를 먹을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늘 뭐라도 먹고 싶은 재식이와 나는 토스트 네 쪽을 먹었고 새색시처럼 적게 먹는 웅태형은 한 쪽만 먹었다. 커피는 맛이 없어서 마시다 말았다.


어제 온 길이 오르막이 많아서 난코스였다. 지도에 의할 때 남은 구간에도 오르막이 있기는 하지만 어제에 비하면 평탄한 코스 같아서 우리는 마음이 가벼웠다. 모텔에서 7시 30분쯤 출발했다. 다음 목적지는 26km 거리에 있는 강릉의 중심지, 경포해변 인증센터이다.


어제보다 쉬운 것은 분명하지만 그래도 강원도다. 여전히 오르막, 내리막이 반복되고 있었다. 그렇지만 우리 팀은 첫날 우중 행군으로, 어제 강도 높은 업힐 행군으로 단단해졌으므로 이 정도 오르막쯤이야. 다만 주말이 되고 날씨가 좋으니 차들이 급격하게 많아졌다는 문제가 있었다. 동해안 종주길은 자전거길이 따로 만들어져 있는 것이 아니라 대부분 차도 옆으로 줄 하나 긋고 자전거길이라고 지정해 놓았다. 바로 옆에서 차들이 빠르게 줄지어 달릴 때는 위험하다. 제주도 자전거길도 이와 비슷하였다. 자전거 사고가 치명적이 되는 경우는 자동차와의 충돌이다. 혼자 넘어질 때는 뼈가 부러지는 정도에 그치지만 차와 부딪힐 때는 목숨이 위험해진다. 이틀 전에 음주운전자가 자전거 라이더를 치는 사고가 뉴스에 보도됐다. 아내는 걱정이 되어서 문자를 보내왔다.


또 하나의 복병이 있다. 바람이다. 역풍을 맞으면 오르막을 오를 때처럼 속도가 안나고 페달링에 에너지 소모가 많아진다. 천문지리에 관심이 많은 재식이는 계절상 남동풍이 불 것이라고 했고 정말 남동풍이 불어서인지 그동안 역풍을 맞지는 않았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바람 자체가 별로 없었다. 그런데 경포 해변으로 가는 길 도중에 있는 군부대 때문에 서쪽으로 빙 둘러가야 했고 좌우 아무 것도 없는 벌판 한 가운데의 비포장 농로에서 돌풍 수준인 서풍을 만났다. 서쪽으로 가는데 서쪽에서 동쪽으로 불어오는 강한 바람을 맞으니 자전거는 제자리에서 맴맴 헛도는 것처럼 느껴졌다. 어떨 때는 자전거를 쓰러뜨릴 듯이 바람이 강했다. 별별 일을 다 겪는구나 싶었다. 먼지 바람을 뚫고 가까스로 군부대를 우회하여 북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경포해변 인증센터에 도착했다. 오늘은 라이더들이 많아서 인증센터가 북적였다. 강릉에 여행 온 사람들은 강릉에 살고 싶어한다고 들었다. 평화로운 곳이었다. 소나무 숲이 인상적이었다. 경포해변 인근에는 세련된 카페들이 많았다. 제주도도 마찬가지지만 근사한 바다는 근사한 카페를 만들어낸다. 바다를 보면서 커피를 마시고 노트북을 두드리고 음악을 듣고 가끔은 책을 읽는 젊은이들이 고객이 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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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문진에 있는 지경공원 인증센터를 거쳐 양양에 있는 동호해변 인증센터까지 대부분 바다 옆을 달렸다. 오르막이 없는 평이한 길이었다. 평일이고 피서철이 아니었다면 드라이브 하는 기분으로 편안하게 달릴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주말에, 피서철에, 양양 일대는 서핑의 메카가 되어 있어서 해안도로 옆에 만들어 놓은 자전거도로는 자동차들이 주차를 위해 점거하고 있었고, 차도에는 사람들과 자동차가 엉켜 있어 제대로 달릴 수가 없었다. 우리나라에 이렇게 많은 서핑족이 있는 줄 미처 몰랐었다. 상어 모양으로 생긴 서핑 보드를 든 수많은 서핑족들이 백사장을 꽉 메우고 있었다. 양양 앞바다의 파도가 하와이의 와이키키처럼 서핑하기에 좋은 모양이다. 몇 년 전에 와이키키에 갔었는데 생각보다 조그만 해변이었다. 그리고 서핑족도 그리 많지 않아 한가하게 보였다. 땅이 좁고 인구가 많은 우리나라는 어떤 이유로든 hot place 가 되는 순간 북새통이 된다. 인구가 계속 줄고 있으므로 훗날에는 오히려 지금이 좋은 시절이었다고 회고하게 될 지도 모른다.


요즘 내가 푹 빠져 있는 미드 '빌리언스(Billions)'에서는 억만장자가 계속 돈을 더 벌고 싶어하는 이유를, 돈이 불어나는 그 자체가 기분을 좋게 만들어 주기 때문(You make money because it feels good)이라고 설명한다. 정확하다. 원래 돈은 수단이지만 돈 자체가 중독을 일으킨다. 그 다음 대사가 더 멋지다. "끝도없이 모으려고 하는 것은 폭식과 같고. 그것은 병이다. (Accumlation with no end in sight is gluttony. That's the disease.)" 우리는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먹어야 하는데 먹는 것 그 자체의 재미에 빠져서 과식을 하고 폭식을 한다. 때로는 그 폭식이 오히려 건강에 치명적인 해를 주기도 한다. 돈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그것은 극소수의 억만장자에게만 해당되는 이야기이고 대다수의 사람은 돈이 있기만 하면 쓸 곳은 무궁무진하다. 꼭 써야 하는데 돈이 없어서 고통을 받는 경우도 허다하다. 위 대사에서 우리가 위로받을 수 있는 이유는 '부자라고 꼭 행복하지는 않다'는 사실을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소심한 복수 같은 것이다.^^


난데없이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인구가 많든, 적든, 어차피 문제는 있기 마련이라는 점을 상기(想起)하기 위해서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늘 문제가 없기를 바라고, 그것이 정상적인 상태라고 믿고 있다. 문제가 없는 상태가 비정상적인 상태고, 문제가 있는 상태가 정상적인 상태다. 그것이 진실이다.


경포해변에서부터 50km 남짓을 거의 쉬지 않고 갔다. 시속 30km 가까운 고속으로 달린 적도 있었지만 해안도로 내내 사람들과 차량들이 북적여서 차 매연을 맡아가면서 느린 속도로 차 꽁무니를 따라갈 수 밖에 없을 때가 더 많았다. (피서철 주말에는 이 쪽으로 자전거 타고 오지 말기를 권고한다.)


속초에 진입하기 전, 해변의 카페에 자리 잡았다. 바다를 정면으로 볼 수 있는 야외테이블에 앉았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고된 자전거 종주를 할 때 최고의 refreshment 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는 대체할 수가 없다. 즉 필수품목이다. 알뜰하지만 주의력이 부족한 총무 재식이는 어제 내가 팥빙수를 먹겠다고 하자 팥빙수만 주문하는 큰 실수를 범하였다. 오늘은 수박스무디를 먹겠다고 하자 빈틈없이 아이스 아메리카노에 추가하여 수박스무디를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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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초로 진입했다. 젊은 시절에 휴가를 얻으면 100% 속초를 갔다. 그만큼 나는 속초를 사랑했다. 속초는 지금 많이 복잡해졌지만 그래도 나는 속초를 사랑한다. 그렇게 사랑하는 속초였건만, 많이 변한 속초 때문에 제대로 길을 잃어서 고생했다.


속초에서의 인증센터는 영금정에 있다. 늘 마음이 바쁜 웅태형은 먼저 갔다. 재식이는 허벅지 근육이 약한 편인데다가 무거운 MTB를 타고 있어 속도를 빨리 내지 못한다. 또한 네비게이션을 쓸 줄 모른다. 어느 도시든 시내를 통과할 때는 길이 복잡해진다. 그래서 나는 재식이가 길을 잃어서 한참을 헤멜까봐 내 딴에는 재식이를 보호한다고 재식이 뒤를 따라갔다.


어느 순간 네비게이션에서 경로를 이탈했다는 표시가 나왔고 네비게이션 화면의 조그만 나침반은 남쪽을 가리키고 있었다. 나는 재식이를 불러 세우고 우리가 지금 북쪽으로 가고 있는 것이 맞는지 물어보았다. 재식이가 "바보야, 물이 오른쪽에 있잖아"라고 일갈하였다. 과연 물, 즉 바다가 오른쪽에 있었다. 나는 네비게이션의 나침반보다 재식이를 믿었다. 아니 바다가 오른쪽에 있다는 사실을 믿었다. 우리는 한참을 직진했다. 재식이는 아무래도 이상했는지 자전거를 세웠다. 길 옆의 건물 그늘에 가서 핸드폰으로 네이버 지도를 봤다. 앗, 그 물은 바다가 아니었다. 청초호였다.


방향을 180도 틀어서 북쪽으로 향했다. 시련은 여기서 끝나는 것이 아니었다. 우리가 제대로 가려면 청초호와 바다로 연결되어 있는 물을 건너게 하는 다리인 설악대교+금강대교를 타고 건너 넘어가야 한다. 그러나 우리는 설악대교로 넘어가서 계속 금강대교로 진행하지 못하고 오른쪽의 섬같은 곳으로 내려갔다. 지금 지도를 보면서 글을 쓰니까 이렇게 섬이니 뭐니 표현하고 있지만 그 때는 화면이 작은 스마트폰으로 영금정으로 가는 방법을 찾으려고 하니 이곳이 어딘지 도무지 알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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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에서 스마트폰을 보면서 어떻게 가야 하지? 하고 고민하고 있는데 웬 차가 옆에 섰다. 창문이 열리더니 운전자가 투박한 강원도 사투리로 뭐라고 소리를 질러댔다. 가까이 가서 들었다. 이 사람은 척보고 우리가 영금정 인증센터로 가려고 하는 라이더인 것을 알고 길 안내를 해 주는 것이었다. 영금정이 어느 쪽에 있는지 손으로 방향을 가리키면서 다시 다리를 타고 올라가라고 했다. 길에 관하여 나보다는 말귀를 빨리 알아듣는 재식이가 오케이를 하였다. 우리는 다시 다리를 타고 올라 갔다. 차들이 엄청난 속도로 달리고 있는 다리지만 그 옆에 조그만 보행도가 있어서 우리는 그곳으로 조심스럽게 갔다. 금강대교는 영종대교 축소판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이 만들어졌고 차선도 많은 다리다.


금강대교를 타고 반대편 육지에 도착했다. 이제 영금정을 쉽게 찾을 수 있겠지 하였으나 거기서부터도 우리는 한참을 헤매야했다. 먼저 도착한 웅태형은, 기다리는 것을 잘 하는 분인데도 두 번이나 우리에게 전화를 했다. 나와 재식이는 거의 40분 이상을 길에서 헤매다가 가까스로 영금정에 도착했다.


아래 [그림 1]은 원래 갔어야 하는 경로이고, [그림 2]는 그 때 우리가 실제로 헤매고 다녔던 경로다. '스트라바'라는 앱은 내가 다니는 궤적을 GPS를 통하여 정확하게 선으로 표시해준다.(What a wonderful world!)


[그림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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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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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금정에서 한참을 기다린 웅태형은 우리가 도착하자 고생했다면서 근처의 카페에 가서 아이스 아메리카노 두 잔을 얼른 사오셨다. 길을 잃어 한참을 헤매다 보면 시간과 체력 뿐 아니라 정신도 소진된다. 한마디로 진이 빠지는 것이다. 영금정 인증센터 주변에는 앉을 때도 없었으므로 우리는 길바닥에 주저 앉아서 한참 동안 쉬었다.


그 다음 인증센터는 7km 정도의 짧은 거리에 있었다. 순식간에 인증을 해치우고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인 북천철교로 향했다. 북천철교까지는 26km 정도의 거리다. 중간에 자전거 도로가 폐쇄된 곳도 있었고 도로상태가 지극히 좋지 않은 곳도 여러 군데 있었다. 자전거를 들고 계단을 오르고 내리고 모래밭을 걸어가야 하는 곳도 있었다. 그렇지만 바다풍경은 그 모든 것을 보상해줬다.


북천철교 인증센터에 도착했다. 북천이 바다를 만나는 곳이다. 아주 예쁜 곳이었다. 한참을 머물고 싶었지만 숙박할 곳도 찾아야 하고 저녁도 먹어야 하기에 아쉬움을 뒤로 하고 자전거에 올라 탔다.


힘이 남아 돌고 있었으므로 최종 목적지인 통일전망대까지 갈 수도 있었지만 어차피 오늘 이곳에서 자기로 한만큼 무리하지 않기로 하고 가는 길목에 있는 거진 시내로 갔다. 조용하고 노후한 동네였다. 모텔이 즐비했지만 하나같이 우중충해서 좀 더 나은 곳이 있을까하고 자전거를 타고 시내 일주를 하였다. 결국 다 똑같다는 판단이 들어서 처음에 봐 놓았던 모텔에서 여장을 풀었다.


주변에 유명한 막국수 집이 있다고 하여 얼른 샤워를 하고 다시 나오기로 하였다. 더운물이 나오지 않았다. 주인에게 물어볼까 하다가 귀찮아서 찬 물로 샤워를 했다.


콜택시를 불렀다. 그런데 기사분이 멋졌다. 재식이가 약간 늦게 나왔는데 기다리는 동안에도 전혀 불평하지도 않았다. 재식이는 서두느라 마스크를 깜박 잊고 나왔다. 기사분은 글로브 박스에서 1회용 마스크 새것을 하나 꺼내 주었다. 기골이 장대하고 목소리도 좋았다. 재식이가 연세가 어떻게 되시느냐고 물었다. 여든살이라고 했다. 나는 자전거를 너무 나이 들어 시작한 것이 억울했는데 이 분을 보니까 여든살에도 싸이클을 탈 수 있겠다는, 근거있는, 또는 희미한 근거 밖에 없는 자신감이 생겼다. 6천원 정도 택시비가 나왔고 총무 재식이가 지불했다. 나는 현금 5천원을 꺼내서 친절하신 데에 대한 감사의 표시라고 하면서 드렸다.


막국수와 수육을 먹었다. 웅태형과 재식이는 맛있다고 했고, 나는 그저 그랬다. 그러나 주인 아주머니, 써빙하는 아주머니 모두 정이 넘쳐서 맛에 대한 불만은 상쇄되었다. 다시 아까 그 기사분의 택시를 전화로 불러서 모텔로 돌아왔다. 목이 말라 물을 마시려고 냉장고를 찾았으나 냉장고가 보이지 않았다. 보통의 모텔에는 냉장고에 생수 두 병 정도는 비치해 놓고 있었는데 말이다. 더운 물도 안 나오는 곳이니 냉장고도 없겠지 하고 포기했다. 그래도 목이 말라서 1층 구석에 있는 자전거를 찾아가 자전거에 달려 있는 물통에 조금 남아 있는 미지근한 물이라도 먹을까 하다가 졸음이 갈증을 이겨서 바로 잠들었다.


오늘은 130km를 달렸고 누적상승고도는 760미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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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날 아침. 2020-06-06]


아침 7시 조금 넘어 상쾌한 기분으로 모텔 로비에서 만났다. 웅태형, 재식이 모두 물을 들고 있었다. 냉장고에 있던 물을 가지고 왔단다. "어, 냉장고가 있었어요?" 두사람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냉장고가 없는 모텔도 있나?" 나는 더운 물도 안 나오는 모텔이라서 냉장고도 없겠거니 하고 지레 포기하였는데 사실은 냉장고를 찾지 못한 것이었다. 선입관과 성급한 presumption은 이런 일을 만든다.


아침을 먹지 않고 약 13km 거리에 있는 통일전망대로 출발했다. 사람들이 없어서 좋았다. 가는 길에 있는 화진포 호수의 정경은 캐나다나 미국에서 가끔 볼 수 있는 호수처럼 차분하고 정돈되어 있었다. 이유는 간단하다. 이곳이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서 아무 것도 못짓게 하기 때문이다. 개발이 되는 순간 횟집, 민박, 보기싫은 대형간판 들이 들어서서 호수의 정갈한 아름다움은 퇴색될 것이다. 그렇다고 내가 무조건 개발에 반대하는 것도 아니다. 어쩌다 놀러 오는 사람들의 눈요기를 위해서 이곳에 사는 사람들의 경제적 성장의 기회를 봉쇄하는 것도 억지다. 400 km에 이르는 동해 해안을 개발하지 못하게 한다면 더 없는 절경이 될 것이지만 경치를 위해서 이곳에서 사는 사람들의 생업을 빼앗을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다만 개발을 하더라도 건물이나 간판들을 예쁘게 만들면 좋겠지만 그것도 공허한 이상(理想)일 수 있다.


통일전망대 인증센터에 도착하였다. 비무장지대 직전이다. 대한민국 사람이 갈 수 있는 최고 북쪽이다. 국토종주수첩의 해당 페이지에 스탬프를 쾅!! 하고 찍었다. 시계를 보니 오전 8시 정각이었다. 종주기간 동안 면도를 하지 않아 덥수룩한 몰골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뿌듯한 감정이 몰려 왔다.


옥박사님은 사자성어를 보내 주었다. <樂生於憂 : 즐거움은 고생에서 나온다> 이 때의 즐거움은 성취감의 다른 표현이리라.


재식이와 나는 이 번 동해안 종주 완성으로 국토교통부가 만들어 놓고 관리하는 자전거길인 아라 자전거길, 한강(서울구간) 자전거길, 남한강 자전거길, 북한강 자전거길, 새재 자전거길, 오천 자전거길, 낙동강 자전거길, 금강 자전거길, 영산강 자전거길, 동해안(강원) 자전거길, 동해안(경북) 자전거길, 섬진강 자전거길, 제주 자전거길, 도합 1,850km를 완주했다. 국토교통부와 행정안전부의 통합인증센터에서는 우리같은 사람에게 그랜드 슬램 인증서를 보내 준다.


잔나비가 부른 '주저하는 연인들을 위해'의 가사 중에 이런 대목이 있다. <그러다 밤이 찾아오면 우리 둘만의 비밀을 새겨요. 추억할 그 밤 위에 갈피를 꽂고선 남몰래 펼쳐보아요.>


웅태형, 재식이와 함께 한 이 동해안 자전거길 종주 여행은, 갈피를 꽂아 가끔씩 나 혼자 꺼내 볼, 소중한 추억으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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