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직원의 입장에서
1. 계약서 작성은 누구의 업무일까요
계약서 작성은 회사 내의 법무팀이나 자문변호사의 업무가 아닙니다. 계약을 성사시킨, 바로 그 담당자의 업무입니다. 계약의 내용을 가장 잘 알기 때문입니다.
신혼부부가 침대정리, 식사, 설거지, 청소 등의 가사를 나누기로 하고 그것을 문서로 남기기로 한 경우에 그 문서가 계약서입니다. 그 계약서는 신혼부부가 작성해야 하는 것이지 변호사가 신혼부부의 가사분담 내용을 자기 임의로 정할 수는 없습니다.
계약 당사자들과 변호사가 함께 모여서 변호사에게 계약의 주요내용을 일일이 설명하고 변호사가 그 계약내용을 완전하게 파악한 후 계약서 작성을 처음부터 시작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수백억원, 수천억원 짜리 M&A Deal이라면 모를까 보통의 계약에서는 그런 여건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계약을 성사시킨 것으로 임무를 다 했고 나머지는 법무팀이나 변호사가 알아서 계약서를 잘 만들겠지”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법무팀이나 자문변호사는 계약 당사자가 만든 계약서 초안에 대하여 법률상 문제가 있는지 검토하고, 법률의 관점에서 보완하는 역할을 할 뿐입니다.
결론적으로 계약서는 여러분 업무의 시작이며 과정이면서 결과입니다. 여러분의 역량을 드러내 주고 경력을 입증해 주며, 업무의 성과를 보여주는 도구로서 평가의 근거이기도 합니다.
2. 계약서를 작성하는 이유가 무엇일까요
우리나라 법률에서는 유언 등 극히 일부의 법률행위를 제외하고는 구두계약과 서면계약을 동등하게 취급하고 있습니다. 달리 말하면 몇십억원 짜리 집을 사고 파는데도 계약서 없이 말만으로 매매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구두계약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습니다. 말은 공기 중에 흩어져서 저장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문서로 계약서를 만드는 이유는, 계약의 내용을 저장하기 위해서입니다. 왜 계약의 내용을 저장하여야 할까요? 나중에 당사자 간에 분쟁이 생겼을 때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판사가 계약서를 근거로 판단하기 때문입니다.
계약을 체결할 때는 앞으로 분쟁의 불씨가 될 수 있는 모든 경우의 수를 상상해야 합니다. 그리고 그 경우의 수를 모두 담아서 계약서를 만들어야 합니다.
친구들끼리 술 마시다가 의기투합해서 제대로 된 계약서 없이 동업을 시작하면 십중팔구 처절한 비극으로 동업관계가 종말을 맞게 됩니다. 반면에 아주 치밀하게 동업계약서를 작성하고 시작한다면 동업관계가 깨질 위험도 적고 설사 깨진다고 해도 법원에 가지 않고 깨끗하게 동업관계가 정리됩니다.
동업이 깨지는 이유는 서로 셈법이 다르기 때문이거나(내가 기여한 바가 더 많다), 한 쪽이 억지를 부리기 때문인데 동업계약서가 완벽하면 그 두가지가 모두 해결됩니다.
3. 계약서는 어떻게 작성해야 할까요
계약서 초안을 만들 때 회사에 보관되어 있는 예전의 계약서를 참고하거나 인터넷 검색을 하거나 요즘 같으면 인공지능의 도움을 받으실 것 같습니다.
재미있는 점은 이미 관계법률이 오래 전에 변경되었거나 폐지되어 지금은 무의미한 조항들, 실무상 거의 발생하지 않는 희귀한 경우를 상정한 조항들이 요즘에도 여전히 계약서에 있다는 점입니다. 업무 담당자가 별다른 생각없이 ‘복붙’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계약서 문구는 결국 당사자들이 스스로 만들어야 합니다. 모든 계약의 내용이 다 다르기 때문입니다.
계약서 작성의 요령을 알려 드리겠습니다.
첫째 법률용어를 쓰려고 하지 말고 우리가 일상적으로 쓰는 말을 계약서에도 그대로 쓰십시오.
홍길동이 김철수에게1억원을 빌려달라고 하였습니다. 한 달 후에 갚겠고 100만원을 이자로 주겠다고 하였습니다. 철수는 꼼꼼한 성격이기에 길동이에게 차용증을 작성해 달라고 하였습니다. 길동은 불과 1달만 쓸 것이고 친구 사이인데 번거롭게 차용증을 왜 쓰느냐고 반문하였습니다.
그러나 차용증은 써야 합니다. 길동과 철수가 그 이후로 어떤 계기로 사이가 안 좋아질 수도 있을 뿐만 아니라 만에 하나 길동이 불의의 사고로 사망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길동이 사망을 하면 철수는 길동의 상속인들에게 변제를 받아야 하는데 차용증이 없다면 자기의 채권을 증명할 방법이 없게 됩니다..
이 때 차용증을 예시하면 다음과 같이 쓰면 됩니다.
차용증
갑 : 김철수
을 : 홍길동
갑은 을에게 1억원을 2026. 3. 1.에 을의 계좌(대한은행 111-222-333-444)로 송금하는 방법으로 빌려 주었다. 을은 2026. 4. 1.까지 갚기로 하였고 그 때 이자 100만원도 지급하기로 하였다. 만일 4. 1.까지 을이 원금과 이자를 다 갚지 못하면 그 때부터는 연12%의 이율로 연체이자가 붙기로 하였다.
내용이 아주 이해하기 쉽지 않습니까.
계약서도 그렇게 만들면 됩니다. 법률용어를 쓰려고 할 필요가 없습니다. ‘전화’라고 하면 될 것을 굳이 ‘유선’이라고 쓰거나 ‘팩스’ 라고 쓰면 될 것을 굳이 ‘모사전송’이라는 말을 뜻도 잘 모르면서 베껴서 쓸 필요가 없습니다. 그냥 일상적인 용어를 쓰면 됩니다.
분쟁이 생겨서 재판으로 가게 되었을 때 판사는 알기 쉬운 일상용어로 작성된 계약서를 좋아합니다.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법률전문가가 아닌 사람이 어설프게 법률용어를 써서 작성하면 판사가 오히려 헷갈려 합니다.
둘째, 용어가 통일되어야 합니다. ‘본 계약’이라고 했다면 끝까지 본 계약이라고 써야 합니다. 그런데 계약서 중간에 ‘위탁계약’이라는 말이 갑자기 등장합니다. 전후 사정에 비추어 볼 때 위탁계약은 본 계약을 지칭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해도 그렇게 하면 안됩니다.
‘A’는 끝까지 ‘A’라고 표시해야지 중간에 ‘a’라고 바뀌면 안됩니다. ‘제품’이라고 썼으면 끝까지 제품이라고 써야지 중간에 ‘상품’으로 용어가 바뀌면 안됩니다.
셋째, 당사자들끼리만 아는 업계 용어를 쓰면 안됩니다. 만일 그런 업계 용어를 써야 한다면 정의 규정을 두어서 그 용어에 대한 설명을 해놓아야 합니다. 국어사전에 없거나 인터넷 검색을 해도 그 뜻이 나오지 않는 단어를 쓸 때는 그 용어에 대한 설명을 계약서에 삽입하여야 한다는 뜻입니다.
영어 약자를 쓴다면 본디말을 써야 합니다. 예를 들어 SKU라고만 쓰지 말고 SKU(Stock Keeping Unit)라고 써야 합니다.
계약을 체결한 당사자는 회사를 떠날 수도 있습니다. 나중에는 계약서만 달랑 남습니다. 그 때 무슨 뜻으로 저 단어를 썼는지 계약 당사자가 법정에 나와서 증언을 해야만 판사가 계약서 내용을 이해할 수 있게 하면 안됩니다.
넷째, 계약내용에 ‘추후 협의하기로 한다’라는 말이 될 수 있으면 들어가지 말아야 합니다. 추후협의할 내용을 본 계약을 체결하기 전에 모두 협의하는 것을 원칙으로 해야 합니다. 상황에 따라 본 계약부터 체결하고 나중에 추후 협의할 수밖에 없는 사항이 분명히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그렇지도 않은데 당장 귀찮다고 해서 계약서 내용을 추후 협의하기로 한다 라는 식으로 채우면 안됩니다.
또한 별도의 문서를 인용할 때는 그 별도의 문서까지 완전하게 작성하고 계약서에 별첨하여야 합니다.
예를 들어 “을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구체적인 내용은 본 계약외 별도의 문서(이하 “광고게재신청서”라 한다)를 통해서 확정한다”라고 하였으면 광고게재신청서를 먼저 작성하고 계약서에 첨부한 후 계약서에 서명하여야 하는 것입니다. 서비스의 구체적인 내용은 광고게재신청서에 있다고 해놓고 광고게재신청서가 작성되지 않은 상태로 계약이 체결된다는 것은 넌센스입니다.
4. 업무 담당자는 계약서의 모든 조항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아야 합니다
예전의 계약서를 참고해서 작성하든, 인공지능이 제공해 준 계약서 샘플을 적용해서 작성하든, 상대방이 보내 준 계약서 문안을 검토하는 것이든, 경우를 막론하고 업무 담당자는 계약서 모든 조항의 의미를 정확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만일 계약서에 법률용어가 있다면 그 용어의 뜻을 인터넷 검색을 통하여 확인하거나 법무팀이나 자문 변호사에게 물어봐야 합니다. 특히 계약의 핵심 내용일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A회사는 B회사에게3월 1일부터3월 31일까지 한 달 동안 소속 인플루언서를 통하여 A회사의 제품을 홍보해달라고 위탁계약을 체결하였습니다. 그 한 달 동안에 발생한 매출액의 20%에 해당하는 현금을 위탁대금으로 지급하기로 하는 조건이었습니다.
계약서에는 다음과 같은 조항이 있었습니다.
갑은 을에게 익월 5일까지 판매데이터 및 인보이스를 발행하고, 익월 10일까지 을이 지정한 계좌로 위탁대금을 지급한다.
그러나 위와 같은 조항은 단 한 달에 그치는 계약이 아니라1년 정도로 계약이 계속될 때 사용되는 것이었습니다. 3월 한 달 동안만의 매출액에 대하여 위탁대금을 지급하는 것이었으므로 위 조항은 다음과 같이 수정하는 것이 맞습니다.
갑은 을에게 4월 5일까지 거래명세서 등 판매데이터를 제공하고, 5월 10일까지 을이 지정한 계좌로 위탁대금을 지급한다.
또한 이런 경우에 ‘인보이스를 발행한다’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인보이스는 거래명세서 같은 것입니다. 즉 업무 담당자가 인보이스의 의미를 정확하게 알고 있었는지 모르겠습니다..
3월 한 달 동안 상품이 판매되었지만 그 중 일부가 반품되거나 기타의 이유로 판매가 취소된 경우에는 어떻게 하겠다는 계약조항이 없습니다. A회사는 판매되었던 물량 중에 나중에 반품이 되어도 그 부분을 위탁대금에서 공제하지 않겠다는 마음이라면 상관없지만 그 점에 대하여 미처 생각하지 못하였던 것이라면 위 계약조항은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5. 계약 당사자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아야 합니다(법인과 자연인의 구별)
권리, 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는 것은 법인과 자연인입니다. 법인의 종류로는 주식회사, 유한회사 등이 있습니다.
계약 당사자는 법인이지 법인의 대표이사가 아닙니다. 대표이사는 법인을 대표하여, 즉 법인을 대리하여 계약서 체결권한이 있는 것이지, 계약 내용을 이행할 책임은 없습니다. 서울역 앞에 있는 100층 짜리 건물의 등기부상 소유자는 법인인 ‘주식회사 대한’이지 주식회사 대한의 대표이사인 ‘김갑수’ 개인의 소유가 아닌 것과 마찬가지입니다. 그런데 의외로 이 점을 혼동하여 계약 당사자가 대표이사인지, 법인인지 헷갈리게 계약서 문안을 작성하는 일이 종종 있습니다.
또한, 회사와 계약을 하는 것이지 회사 소속 인플루언서와 계약을 하는 것이 아닌데도 인플루언서가 계약 당사자가 되는 것으로 혼동하는 경우도 종종 있습니다. 인플루언서가 계약의 당사자로 서명, 날인을 하지 않으면 그 인플루언서에게 계약상의 책임을 물을 수가 없습니다. 그 인플루언서에게 직접 대금을 지급해도 안됩니다.
예를 들어서 계약 당사자인 갑은 A주식회사이고, 을은 B주식회사인 경우에 을 소속 인플루언서 C는 계약 당사자가 아니므로 C는 계약상 의무도 없고, 계약상 권리도 전혀 없습니다. 실제로 일은C혼자서 다 해도 마찬가지입니다.
잘못 만들어진 조항의 예시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을은 저작권의 2차 활용 시 자신의 초상, 음성, 영상 등이 포함된 경우에도 이에 대한 별도의 사용 허락을 제공한다.>
이 때의 ‘자신’은 B주식회사(을)를 뜻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인플루언서C를 의미하는 것일까요. 법인체이므로 무생물인 B주식회사가 초상, 음성, 영상을 가질리는 만무합니다. 즉 계약을 B주식회사와 체결하는 것인데도 업무 담당자는 무심코 C와 계약을 체결하고 있는 것으로 착각하였던 것으로 보입니다. 위 계약문안을 제대로 바꾸면 다음과 같습니다.
<을은 저작권의 2차 활용 시 을 소속 인플루언서의 초상, 음성, 영상 등이 포함된 경우에도 이에 대한 별도의 사용 허락을 제공한다.>
6. 이전에 그 거래처와의 거래가 문제가 없었다고 하여 앞으로도 문제가 없다는 보장은 없습니다.
거래를 몇 년 동안 해왔던 거래처와의 계약갱신이라고 하여 계약서 검토를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상대방이 보내 온 계약서에 새로운 내용이 몰래 들어가 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A주식회사는 화장품 판매회사이고 B주식회사는 화장품제조회사입니다. A와B는 몇 년 동안 계속 거래를 해왔고 제품공급계약도 매년 갱신되어 왔습니다.
어느 날B(을)의 담당자는A(갑)의 담당자에게 갱신된 계약이라면서 이메일을 보냈습니다. A의 담당자는 별 생각없이 대충 계약서 내용을 훑어 보았는데 바뀐 것이 없었습니다.
그러나 사실은 조항 하나가 슬쩍 삽입된 것이 있었습니다.
[제11조(기밀유지의무)]
①갑과 을은 본 계약에 의거 취득한 일체의 기술 정보 및 상대방의 업무상 비밀을 계약 중이나 종료 후에도 상대방의 서면동의 없이 제3자에게 제공 또는 누설 할 수 없으며, 본 계약 목적 이외의 용도로 사용 할 수 없다. ②양사가 협의한 제품, 제조 등 당사간 거래를 통해 인지된 모든 정보와 기술에 대하여 어떠한 경우라도 누설되지 않도록 대외비로 취급하여야 하며, 고의적으로 이를 누설했음이 판명될 경우 이로 인한 거래 상대방의 모든 손해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가진다. ③관공서 자료 제출 또는 공개가 부득이한 경우 공개 이전에 갑과 을의 상호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④이는 계약기간 중은 물론 계약종료 및 해지 이후에도 유효하다.
제11조 (기밀유지의무)
①갑은 본 계약을 통해 취득한 을의 일체의 기술 정보를 제3자에게 제공 또는 누설할 수 없으며, 본계약 목적 이외의 용도로 사용할 수 없다. ②갑은 을로부터 공급받은 제품과 유사한 제품을 제3자에게 제작의뢰 할 수 없다. ③갑은 양사가 협의한 제품, 제조 등 당사간 거래를 통해 인지된 모든 정보와 기술에 대하여 어떠한 경우라도 누설되지 않도록 대외비로 취급하여야 하며, 고의적으로 이를 누설했음이 판명될 경우 이로 인한 거래 상대방의 모든 손해에 대하여 배상책임을 진다. ④관공서 자료 제출 또는 공개가 부득이한 경우 공개 이전에 갑과 을의 상호 합의가 전제되어야 한다. ⑤이는 계약기간 중은 물론 계약종료 및 해지 이후에도 유효하다.
새로 삽입된 제11조 제2항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독소조항인 것인지 여러분은 짐작하시겠습니까.
2항만 보면 얼핏 그대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계약기간 중에 갑은 을에게만 화장품 제작을 의뢰한다는 것이니까요. 그런데 5항과 연결하면 계약기간이 종료된 후에도 갑은 그 동안 을에게 위탁하여 제조시킨 갑의 상품을 을(B주식회사) 외의 다른 화장품 제조업자에게 제조위탁을 못한다는 것이 됩니다. 이 화장품은 갑(A주식회사)의 아이디어로 탄생됐고 B는 A가 시키는대로 제조만 했을 뿐인데 말입니다.
기밀유지 조항에는 흔히 “이는 계약기간 중은 물론 계약종료 및 해지 이후에도 유효하다”라는 문구가 들어갑니다. 거래하면서 취득하게 된 상대방의 영업 또는 기술 기밀은 계약기간이 종료해도 비밀유지를 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것을 교묘하게 이용하였던 것입니다.
다음 수순은 뭐가 되겠습니다. B는 갖은 방법을 동원하여 A와의 계약을 종료시킵니다. 그 방법 중 하나는 아무 이유없이A에 대한 납품을 지체하거나 거부함으로써A가 계약해지통보를 하게끔 유도하는 것입니다.
실제로 A는 계약해지를 하였습니다. B의 납품거부로 당시 엄청낫 히트 상품이었던 해당 화장품의 판매를 못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B는 계약해지통보를 받자마자 그 즉시 A에게, “제11조 제2항과 제5항에 의할 때 앞으로 A는 그 히트상품을 어떤 화장품 제조업자에게도 제조위탁을 하지 못한다”고 통보하였습니다. 그리고B는 그 히트상품의 제조자라고 홍보하면서 그 히트상품과 똑 같은 컨셉으로 화장품을 제조하고 판매회사까지 만들어서 유통을 하였습니다.
블랙스완(Black Swan)이라는 말을 아시나요? 만일 모르신다면 한 번 검색해보십시오.
검은 백조가 나타날 확률은 극히 희귀하지만 나타나는 순간 엄청난 재앙을 가져온다는 의미입니다.
뜨겁게 사랑하던 사이인 연인도 배신을 합니다. 하물며 돈이 목적인 상거래에서의 배신은 발생빈도가 더욱 높을 수밖에 없습니다. 계약서가 철저하면 배신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따라서 예전부터 거래해왔던 관계이기 때문에 갱신되는 계약서 조항을 대충 봐도 되는 것은 아닙니다. 나아가 예전에 자문 변호사가 검토했던 것이므로 이 번에는 검토받을 필요가 없다는 발상도 안됩니다. 예전에 검토했을 때 자문 변호사가 실수했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7. 업무 담당자가 계약서 작성의 최종 책임자입니다
자문 변호사가 계약서 검토를 하면서 여러가지 코멘트를 합니다. 업무 담당자는 코멘트 내용을 그대로 상대방에게 보냅니다. 상대방은 그 코멘트 내용 중 일부는 받아들이고, 일부는 거부하고 업무 담당자에게 보냅니다.
업무 담당자는 상대방의 수정내용을 자문 변호사에게 보냅니다. 자문 변호사는 상대방의 수정 내용을 또다시 수정해 달라고 요청합니다.
업무 담당자는 자문 변호사의 코멘트를 상대방에게 전달하였으나 상대방은 더 이상 수정할 수 없다고 버티고 업무 담당자는 그 내용 그대로 자문 변호사에게 전달합니다. 이런 핑퐁식 전달이 실제로 일어납니다.
계약서 초안의 작성 책임은 업무 담당자에게 있다고 서두에서 말씀드렸는데 계약서의 완성도 역시 업무 담당자에게 있습니다.
계약 당사자가 완전히 100% 동등한 협상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보다는 항상 한 쪽이 우세한 협상력을 가지는 경우가 훨씬 많습니다. 세상에서 말하는 갑과 을이 실제로도 존재하는 거지요.
갑인지, 을인지, 아주 센 갑인지, 아주 약한 을인지에 따라서 계약 수정 요구 권한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자문 변호사가 위약금 조항을 넣는 것이 좋겠다고 코멘트를 해도 업무 담당자는 “지금 상대방이 계약을 해주는 것만 해도 고마운 일인데…” 라는 판단을 들면 그냥 자문 변호사의 의견을 묵살하고 원안대로 하면 됩니다.
자문 변호사가 business의 현실을 모르는 코멘트를 한다면 그것 역시 묵살하고 원안대로 하면 됩니다.
그리고 자문 변호사의 코멘트가 이해되지 않는다면 이메일이나 전화로 질문을 해야 합니다.
그렇지 않고 자문 변호사의 의견을 그대로 맹종하거나 상대방에게 그대로 토스하는 것은 어떻게 보면 임무 유기에 해당합니다.
업무 담당자는 자문 변호사의 코멘트를 판단할 수 있는 권한도 있고 business의 관점에서 무시할 권한도 있습니다. 자문 변호사의 의견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고 판단하여 원안대로 하였는데 그 부분이 나중에 문제가 되었을 때는 그에 대한 책임을 지면 됩니다.
그런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서 자문 변호사의 코멘트를 그대로 상대방에게 전달하고 상대방의 의견을 다시 그대로 자문 변호사에게 전달하는, 영혼없는 중간자 역할을 하는 것이야말로 오히려 무책임한 업무태도라고 비난받을 수 있을 것입니다.
장시간 동안 교육받으시느라 수고 많으셨습니다. 경청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