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몸의 데이터

by N 변호사

A는 1946년 생이시다. 대한민국이 가난했을 때인데다가 A가 태어나고 자라난 고장은 그 중에서도 더욱 가난했던 곳이라 정규교육을 받을 수가 없었다. 그러나 머리가 좋았을 뿐더러 의지의 화신이기도 하였으므로 평생 동안 많은 재산을 모았다.


월남전에 파병되었을 때의 고엽제의 영향 때문인지 A는 파킨슨병에 걸렸다. 60세 이후부터 증상이 심해졌다. 끊임없이 몸을 심하게 떨었다. 자신 때문에 덩달아 제대로 자지 못하는 부인에게 침실을 따로 쓰자고 하였다.


의사는 진단을 하고 약처방을 하였다. A는 의사의 말을 무시하지도 않았지만 그렇다고 의사의 말만 전적으로 믿지도 않았다. 파킨슨병은 불치병이고 그 뜻은 의사도 파킨슨병에 대하여 100% 모른다는 것이었으므로.


자기 나름대로 문헌을 뒤적여가면서 많은 연구를 하였다. 그 중의 하나는 전문 마사지사로부터 마사지를 받는 것이었다.


그리고 매일 몸상태를 기록하였다. 제일 고통스러울 때를 10으로 하고 제일 편안할 때를 1로 정하였놓고 전날에 했던 각종 행위가 다음 날에 어떻게 몸상태로 나타나게 되는지를 일지로 작성하였다.


술을 마셨을 때, 술을 많이 마셨을 때, 골프를 쳤을 때, 찜질방에서 시간을 보냈을 때, 마사지를 1시간 받았을 때, 마사지를 3시간 받았을 때, 저녁식사를 많이 하였을 때 또는 저녁식사를 걸렀을 때 등등...


그렇게 몇 년 동안 일지를 기록하면서 몸상태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추적하였다. 처음에는 양팔이 너무 떨려서 운전을 하지 못하였는데 점차 좋아져서 운전도 할 수 있게 되었다. 담당의사는 자기의 약처방이 그런 효과를 가져온 것으로 생각하고 뿌듯해하면서 유튜브에 "중증 파킨슨 환자가 운전을 하다"라는 제목으로 동영상을 올리자고 하였다.


A의 파킨슨병은 완치되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처음보다는 호전된 상태로 지내고 있다. 아직도 A는 매일 일지를 적는다.


유튜브에는 건강정보가 넘친다. 의사들이 출연하거나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도 많다. 신문이나 방송에서도 건강뉴스가 종종 나온다.


커피를 마시면 좋다, 나쁘다. 와인을 마시면 좋다, 나쁘다. 아침식사를 꼭 해야 한다, 아니다, 간헐적 단식이 건강에 좋다, 노른자를 뺀 달걀을 먹어야 한다, 아니다 같이 먹는 것이 좋다. 달리는 것은 무릎에 부담을 줘서 좋지 않다. 아니다, 러닝이 오히려 무릎 주변 근육을 발달시켜서 좋다.


진도 앞바다가 갈라지는 시간은 미리 정해져 있다. 정확하게 알면 두가지 의견이 나올 수가 없다. 저런 부분에 대하여 의사들이나 연구기관이 연구한 방법을 보면 어처구니 없게도 설문조사다. 신진대사 등, 신체의 전체적인 기능 같은 점에 대하여 정확한 메커니즘은 아직 알 수 없는 것이다.


나는 A의 방법이 좋다고 생각한다. A처럼 매일 일지를 적으면서 살 수는 없겠지만, 내가 전 날에 어떤 짓을 했는지에 따라 그 다음날 내 몸의 상태가 어떻게 되는지에 대해서는 대충 안다.


일주일에 한 번씩 24시간 단식을 했을 때 내 몸 상태가 어땠는지, 매일 16시간 단식했을 때 내 몸 상태가 어땠는지, 술은 어느 정도 먹었을 때 그 다음날 숙취가 심했는지, 아침 시작을 어떻게 했을 때 그 날 하루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재미있는 넷플릭스 드라마, 그것도 시즌 5까지 있는 것을 보기 시작했을 때 내가 드라마 폐인이 되는 경향이 있는지, 없는지 등등


내가 내 몸에 대해서, 나의 성향에 대해서, 뭘 잘하고, 뭘 못하는지에 대해서 이 세상 누구보다도 잘 안다. 실천하는 능력도, 자기를 이기는 능력이 어느정도인지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 거기에 맞춰서 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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