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여행
삼천리 자전거의 고급 브랜드가 '첼로'다. 현대차의 고급 브랜드가 '제네시스'인 것 처럼.
첼로에서는 52개 코스를 설정하고 가장 빨리 그 52개 코스를 완주하는 사람에게 첼로 자전거를 선물한다는 이벤트를 했다.
52개 코스는 다음과 같다.
https://www.bikem.co.kr/crcmap/
나는 국토완주(1,850km)를 했다. 국토완주 코스 중 겹치는 곳, 그리고 국토완주 코스는 아니지만 내가 이미 가봤던 곳을 체크해보니 다음과 같이 18개 코스였다.
2번(한강써클70), 4번(북한강길), 5번(남한강길), 6번(하트코스), 14번(금강종주), 29번(동해강원-상), 30번(동해강원-하), 31번(동해경북), 32번(제주일주-서), 33번(제주일주-동), 38번(문경안동), 44번(영산강종주), 45번(섬진강종주), 48번~52번(국토종주 1~5)
갔던 곳을 또 갈 필요는 없다.
따라서 52개 코스 중 이미 갔던 곳 18개 코스를 빼면 34개 코스가 남는다.
1번(남산북악), 3번(평화누리), 7번(동부 5고개), 8번(화악도마치), 9번(호명산투어), 10번(우이도선사), 11번(강화도투어), 12번(신시모드), 13번(청풍명월), 15번(속리산투어), 16번(대청호투어), 17번(월악저수령), 18번(소백산한바퀴), 19번(용문속초), 20번(설악메디오), 21번(설악미니), 22번(설악그란폰도), 23번(별마로투어), 24번(화천DMZ), 25번(안반데기), 26번(태백만항재), 27번(고성건봉사), 28번(어라운드삼척), 34번(제주한라산), 35번(울릉도일주), 36번(경주투어), 37번(영남알프스), 39번(안동호투어), 40번(지리산투어), 41번(대구헐티재), 42번(남해섬일주), 43번(무주3령), 46번(고군산분도), 47번(땅끝완도)
국토완주 코스는 하루에 100km 정도 갈 수 있는 체력만 있는 라이더라면, 그리고 시간만 낼 수 있다면 누구나 할 수 있을만큼 비교적 평이한 코스다.
그러나 첼로 챌린지 코스(5,000km)는 그렇지 않다.
첫째 고도가 높은 곳이 많다. 자동차를 탈 때는 크게 못 느끼지만 자전거를 탈 때 오르막을 만나면 가슴이 철렁해 질 때가 있다. 더구나 급오르막에 계속 오르막이 될 때면... 예를 들면 미시령 고개를 자전거를 타고 넘어야 하는 코스도 있다.
둘째 위험한 코스가 많다. 국토완주 코스는 대부분 자전거 전용길이다. 그러나 첼로 챌린지 코스는 자동차 길이 많다. 자전거의 주적은 자동차다. 자전거를 타다가 넘어지면 찰과상, 타박상 정도이고 심하면 골절이다. 그러나 자동차에 부딪히면 중상 또는 사망이다.
오르막이 심한 장애는 극복할 수 있다. 한편으로는 재미도 있다. 성취감과 보람도 준다.
자동차가 쌩쌩 달리는 자동차 길의 한쪽 옆으로 옹색하게 붙어가는 것은 아무 의미도 없이 위험할 뿐이다.
그렇지만 첼로 챌린지 코스는, 자전거를 타면서 다음에 어디를 가볼까 하는 고민을 없애준다는 점에서 매력이 있다.
더구나 gps 파일까지 제공해준다. 이것은 나같은 길치에게는 정말 큰 장점이다. 물론 그 gps 파일이 얼마나 유용할지는 실제 타보면서 점검해봐야 한다.
첼로 챌린지 코스를 하면서 반드시 기록을 남길 것, 그리고 사진을 많이 찍을 것을 결심해본다. 국토완주를 할 때 비교적 상세한 여행기를 남긴 코스도 있고, 대충 메모식으로 적은 코스도 있고, 아예 기록을 하지 않은 코스도 있다. 기록이 없거나 부실한 코스는 추억으로 되새길 수가 없다. 상세한 기록을 남긴 코스는 읽을 때마다 그 때의 즐거움을 소환할 수 있다. 자꾸 우려먹을 수 있는 신비한 찻잎과 같다.
계획을 짤 때는 신난다. 그러나 막상 실천은 어렵다. 자전거 코스 완주는 출발점까지 자전거를 옮기는 과정, 종점에서 집으로 자전거를 가져오는 과정이 어렵다. 조력자가 있어서 자동차로 출발점까지 데려다주고 종점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다시 태우고 집에까지 데려다주면 제일 좋겠지만 그런 조력자를 구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시외버스를 많이 이용한다. 하지만 벽지에는 바로 가는 시외버스가 없거나 있다고 하더라도 하루에 몇 번 없으므로 시간 loss가 크다. 불친절한 시외버스 기사를 만나거나 휴일 같은 경우에 같은 코스를 가는 라이더가 많으면 버스 밑바닥 화물칸에 자전거를 싣는 것 자체도 어려울 수 있다.
춥거나 비오거나 땡볕에서 하루 종일 자전거 페달을 젓는 것도 고역이 될 수 있다.
그렇지만 알짜배기만 쏙 빼먹을 수는 없다. 그런 불편함도 완주 과정의 일부라고 받아들여야 한다.
스티븐 킹은 계획과 실천과의 관계를 그의 소설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주석 : 조너선 프랜즌은 주지하다시피 대단한 소설가다. 스티븐 킹은 그의 소설에서 조너선 프랜즌의 이름을 빌렸으나 지어낸 이야기다. 조너선 프랜즌은 스티븐 킹이 소설에서 자기 이름을 언급했을 때 기분이 어땠을까? 영광으로 생각했을까, 아니면 대중소설가가 자기 이름을 함부로 썼다고 기분 나빠했을까. 나는 전자라고 생각한다. 스티븐 킹은 노벨문학상을 받을 수 있는 정통파 소설을 쓰는 사람이 아니라 장르 소설가이지만 정말 훌륭한 작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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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자 5년인가 6년 전에 영문학과에서 후원한 강연이 생각났다. 조너선 프랜즌이 소설의 기법과 기교에 대해 얘기한 강연이었다. 그는 아직 시작하기 전, 모든 게 아직 상상에 머물러 있을 때가 소설 창작 과정의 정점이라고 했다. “머릿속에서 그렸을 때는 가장 선명했던 것들조차 글로 옮기면 빛이 바래거든요.” 프랜즌은 이렇게 말했다. 드류는 자기 경험을 일반화하다니 자기중심적인 거 아닌가 생각했던 기억이 났다.
그는 소설 집필이 실제로 시작되기 전의 시간에 대해 운운한 프랜즌의 말에 일리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보이고 들리는 모든 것이 유용한 소재라 행복한 시간이었다. 모든 걸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었다. 샤워를 하거나 면도를 하거나 볼일을 보는 동안 상상으로 도시 하나를 건설했다가 개조했다가 완전히 무너뜨릴 수 있었다. 하지만 일단 시작되면 달라졌다. 한 장면을 쓸 때마다, 한 단어를 쓸 때마다 선택지가 조금씩 줄어들었다. 결국에는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좁은 홈통을 종종걸음으로 이동하는 소와 비슷해지는데, 그 홈통의 끝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