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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 변호사 Jan 08. 2023

이혼과 재산분할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사건 판결을 보고...

1. 노소영 관장의 인터뷰 내용

2022. 12. 6.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소송에 대한 1심 판결이 선고됐다. 노관장은 2023. 1. 2. 법률신문과 인터뷰를 하면서 “1심 판결의 논리대로 한다면, 사업체를 남편이 운영하는 부부의 경우, 외도를 한 남편이 수십년 동안 가정을 지키고 안팎으로 내조해 온 아내를 거의 재산상의 손실 없이 내쫓을 수 있다는 것이 된다.”고 말했다. 과연 그런가?


2. 고유재산, 특유재산, 공유재산

부부가 되기 전에 남자와 여자는 각자의 재산이 있었을 것이다. 운이 좋은 극소수의 사람은 부모에게 증여받은 부동산이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자신이 저축한 예금 정도는 있을 것이다.


결혼을 했다고 하여 결혼 전부터 가지고 있던 부동산이나 예금이 부부 공동소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결혼 전부터 가지고 있었던 재산을 민법에서는 고유재산(固有財産)이라고 부른다.


부부가 되었다고 하여 재산이 섞이지는 않는다. 부인이 산 명품 핸드백은 부인 것이 되는 것이지 남편과 공동소유가 되는 것이 아니고, 남편이 자기 명의로 등기한 아파트는 남편 소유가 된다. 또한 남편이 진 빚은 부인이 갚을 의무가 없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런 것을 부부별산제(夫婦別産制)라고 한다.


내친 김에 말하면 부모에게 재산상속을 받는 경우에 자식은 재산(적극재산)과 빚(소극재산)을 모두 물려받는다. 빚이 많을 경우에 자식은 상속을 포기하면 간단히 부모의 빚에서 벗어난다. 대한민국의 드라마나 영화에서는 아직도 부모의 빚을 떠안아 사채업자에게 쫓기는 불행한 주인공들이 많이 등장한다. 이런 영화나 드라마 때문에 부모의 빚은 자식이 갚아야 한다고 믿고 있는 사람들이 의외로 많다.


[결혼 전부터 가지고 있던 고유재산 + 결혼 후에 남편 또는 부인이 자기 명의로 취득하는 재산]을 민법에서는 특유재산(特有財産)이라고 부른다. 특유재산은 부부 공동소유가 아니라 엄연히 자기 것이다.


끝으로 공유재산(公有財産)이 있다. 아파트를 매입하면서 공동소유로 등기한 경우도 공유재산이고, 남편이나 부인 중 누구 재산인지가 확실하지 않은 경우도 공유재산으로 추정된다. 집에 있는 텔레비전이나 가구가 공유재산이다.


이상과 같은 내용을, 민법 제830조는 “①부부의 일방이 혼인전부터 가진 고유재산과 혼인 중 자기의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그 특유재산으로 한다. ②부부의 누구에게 속한 것인지 분명하지 아니한 재산은 부부의 공유로 추정한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3. 재산분할 제도가 생긴 배경

요즘에는 그렇지 않지만 30년 전만 해도 결혼 후에 취득하는 부동산의 경우에 대부분 남자 앞으로 등기를 하였다. 처갓집이 부자라서 딸을 위해 집을 사주는 경우에도 사위 이름으로 등기하는 것을 그 시대 때는 당연하게 여겼다.


또한 그 시대에는 전업주부가 대부분이었으므로 남자만이 직장에 다니거나 자영업을 하면서 돈을 벌었다. 돈이 모여 집을 살 때는 역시 당연하게 남자 명의로 등기하였다. ‘내가 번 돈으로 내가 산 것’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이혼을 해서 갈라설 때는 남편 명의로 되어 있는 집은 남편의 특유재산이 되는 것이므로 부인은 그 집에 대하여 아무런 권리도 주장할 수 없었다.


부부가 20년 동안 식당을 경영하면서 똑같이 고생했는데 남편 명의로 집을 샀다는 이유로 이혼할 때 부인은 그 집에 대하여 아무런 권리도 주장할 수 없다면, 그것이 옳은 일일까? 그 경우에 명의신탁을 주장할 수는 있겠지만, 즉 그 집은 사실은 공동소유인데 등기명의만 남편 단독으로 해 놓은 것이었다라는 주장을 할 수도 있겠지만 그 입증은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다른 경우를 들어보자. 똑같이 명문대학 경영학과를 나왔는데 아이들을 키우느라 부인은 전업주부가 되었고 남편은 회사에 취직하였다. 남편은 월급의 일부를 저축하여 아파트를 샀고 그 아파트 값은 해를 거듭할수록 치솟았다. 이혼을 하게 되었다. 이 경우에 부인은 명의신탁 주장을 할 여지도 없다. 아파트 매입자금에 부인의 돈이 보태진 것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아이들을 키우기 위하여 직장에 다니지 않았는데 그래서 돈을 벌지 못한 것 뿐이었는데 큰 재산이 되어 있는 아파트에 대하여 아무런 권리를 주장할 수 없다면 억울하지 않을까?


법률가들이 즐겨 쓰는 표현에 의하면 위 두가지 경우 모두 정의관념에 부합하지 않는다.


그래서 1990. 1. 13.에 민법 제839조의 2가 추가되었다. 840조가 아니라 839조의2가 된 이유는 기존의 제839조와 제840조 사이에 끼워 넣었기 때문이다.


제839조의 2 제2항은 “재산분할에 관하여 협의가 되지 아니하거나 협의할 수 없는 때에는 가정법원은 당사자의 청구에 의하여 당사자 쌍방의 협력으로 이룩한 재산의 액수 기타 사정을 참작하여 분할의 액수와 방법을 정한다.”라고 되어 있다.


이제 단지 명의가 남편 명의로 되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이혼할 때 부인이 빈손으로 떠나야 하는 일은 없게 된 것이다.


4.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는 재산 : 특유재산과 공동재산

위에서 말했지만 특유재산, 즉 결혼 전부터 보유하고 있었던 자기 재산과 결혼 후에 자기 명의로 취득한 재산은 원칙적으로 자기 재산인 것이지 부부의 공재산이 아니다.


따라서 남편의 특유재산에 대하여 부인의 채권자가 강제집행할 수 없고 부인의 특유재산에 대하여 남편의 채권자가 강제집행할 수 없다. 부인이 빚 보증을 섰다고 하여 남편이 부인 대신 빚을 갚아 줄 의무도 없다.


그러나 민법 제839조의 2에서 규정한 재산분할은 남편 명의의 재산이지만 이혼할 때 부인은 그 재산을 나누어 달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고, 반대로 부인 명의의 재산이지만 이혼할 때 남편이 재산을 나누어 달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상대방 명의의 재산 축적에 내가 기여한 바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 전제가 된다.


결혼 전에 부인은 부자 아빠에게서 건물을 증여받아 보유하고 있는 경우에 이혼하게 되었다고 남편이 그 건물의 일부 지분을 나누어 달라고 할 수 없다는 말이다. 남편이 자기 돈으로 그 건물을 구성하는 벽돌 한 장도 산 적이 없기 때문이다.


결혼 전에 부인이 아파트 1채를 보유하고 있었는데 결혼 후에 전업주부로 20년 살았다. 이혼하게 된 경우에 남편은 그 아파트에 대하여 재산분할을 청구할 수 있게 된다. 부인이 그 아파트를 20년 동안 계속 보유할 수 있었던 이유가 남편이 생활비를 계속 벌어다 주었기 때문이라면, 부인 혼자서 살았다면 그 생활비를 감당하지 못하여 아파트를 처분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점이 고려되기 때문이다.


지난 30년간 쌓여온 판결에서는 “부부의 일방이 증여, 상속 등을 원인으로 취득한 재산은 그의 특유재산에 해당하여 원칙적으로 분할대상이 되지 아니하나, 특유재산일지라도 다른 일방이 적극적으로 그 특유재산의 유지에 협력하여 그 감소를 방지하였거나 증식에 협력하였다고 인정되는 경우에는 분할의 대상이 될 수 있다”라고 판단하고 있다.


정리하면 특유재산은 원칙적으로 재산분할 대상이 되지 않지만 그 특유재산의 유지, 감소방지, 증식에 다른 일방이 도움을 주었다고 볼 수 있다면 재산분할 대상이 되는 공동재산의 목록에 포함된다.


5. 재산분할의 방법과 비율

재산분할을 청구하면 재판부는 공동재산 목록을 만든다. 누구의 명의인지는 따지지 않고 부부가 공동의 노력으로 형성, 유지한 재산이 공동재산이다. 반면에 특유재산이고 그 재산의 형성이나 유지에 상대방이 기여한 바가 없다고 판단되는 것들은 공동재산 목록에 포함하지 않는다.


공동재산은 적극재산과 소극재산으로 구분된다. 소극재산은 빚이다. 10억원 짜리 건물이 남편 명의이지만 부인도 그 건물을 취득, 유지하는데 기여했다고 판단된다면 공동재산 중 적극재산은 10억원이 된다. 그 건물을 담보로 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출금이 7억원이라면 소극재산은 7억원이 된다. 따라서 순재산(적극재산-소극재산)은 3억원이 되고 이 3억원을 나누는 문제가 남게 된다.


결혼생활 기간이 장기간이 되는 경우에 재산분할비율은 대체로 50:50이 된다. 그렇다면 1억 5천씩 나누게 되는데, 남편 명의로 건물이 되어 있는 경우에 남편이 그 건물을 그대로 소유하고 아내에게 현금으로 1억 5천원만원을 지급하라는 식으로 재산분할이 되는 것이 재판 실무다.


6. 최태원 회장과 노소영 관장의 이혼사건 제1심 판결에 대한 분석


가.위자료와 재산분할은 별개

부부 중 일방이 상대방에게 나쁜 짓을 한 것에 대해서는 위자료 지급으로 해결한다. 상대방에게 입힌 정신적 충격(배신감, 모욕감 등)을 돈으로 배상해주라는 것이 위자료의 취지인데 적절한 위자료 지급금액이 얼마인지에 대하여 과학적 기준은 없다. 가해자의 자력, 위법행위의 악성, 피해자의 충격 정도 등 여러가지 사정을 따져야 하지만 가해자가 아주 부자라는 이유로 위자료 액수를 일반적인 기준보다 너무 다르게 책정할 수는 없다.


따라서 최회장이 다른 여자가 생겼고 아이까지 가졌고 그것을 언론을 통하여 일방적으로 만천하에 공개하는 등, 보통사람들로서는 행하기 어려운 행위를 한 것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또한 최회장의 재산이 수조원에 이른다고 할지라도 위자료 금액을 100억원, 뭐, 이렇게 정할 수는 없다.


이 것을 알기에 노관장은 위자료를 3억원 청구하였고 1심 재판부는 최회장에게  위자료로 1억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한편 부부 중 일방이 상대방에게 아무리 나쁜 짓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 점은 재산분할에 반영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재산분할은 누가 더 도덕적으로 또는 법률적으로 나쁜 짓을 했는가를 묻지 않는다. 그 재산의 형성이나 보유, 증식에 기여한 바가 있는지 여부만을 따질 뿐이다.


나.재산분할이 적절했는지 여부

판결의 원문을 입수하지 못했기 때문에 언론에 보도된 내용으로만 분석할 수밖에 없음을 전제로 한다.


최회장의 가장 큰 재산은 (주)SK의 주식이다. 노관장은 최회장이 보유하고 있는 (주)SK의 주식 약 1,300만주가 재산분할 대상이 된다고 주장하면서 그 중 50%를 달라고 청구하였다.


그러나 제1심 재판부는 해당주식은 최회장이 부친으로부터 증여받은 현금 3억원이 종잣돈이 되어서 형성된 것이므로 최회장의 특유재산이고, 그 주식의 가치가 지금처럼 불어나게 된 증식과정에서도 노관장이 기여한 바가 없으므로 해당주식은 재산분할의 대상, 즉 공동재산이 될 수 없다고 판단하였다.


그 대신 제1심 재판부는 최회장이 보유한 일부 계열사 주식, 부동산, 퇴직금, 예금 등과 노관장의 재산만을 분할대상인 공동재산으로 파악하였다.


위에서도 말한 바와 같이 판결문의 원문 전체를 입수하지 못하고 언론의 보도내용만을 자료로 하여 비판한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조심스럽게 내 의견을 피력해본다.


① (주)SK 주식이 최회장의 특유재산이고 (주)SK의 주식가치가 증식되는 과정에서 노관정이 기여한 것이 없으므로 (주)SK 주식은 공동재산의 목록에서 제외하였다면 공동재산의 목록에 포함된 다른 계열사 주식은 왜 포함되었는지 궁금하다. (주)SK의 주식과 다른 계열사 주식의 취득이나 증식과정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고 그 차이가 입증되었어야 할 것이다.


② 노관장에게 분할하라는 재산의 금액이 665억원이었다. 분할비율은 언론에 보도된 바가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만일 50%라면 공동재산의 합계액이 1,330억원에 이르게 될 것이다. 그 1,330억원을 구성하는 재산(부동산, 예금 등) 중에도 특유재산이 상당 부분 포함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렇다면 그 특유재산에서는 노관장의 간접기여를 인정하여 공동재산에 포함시키고 (주)SK의 주식은 공동재산에서 제외시키는 이유가 판결문에 설시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③ 판결문에서는 (주)SK의 주식을 공동재산에서 제외시킨 이유 중 하나로 “회사의 존립과 운영이 부부간의 내밀하고 사적인 이혼 소송에 의해 좌우될 위험성이 있고 다른 이해관계인에게도 경제적 영향을 크게 미칠 수 있으므로 주식과 같은 사업용 재산은 가사노동에 의한 간접적 기여만을 이유로 재산분할의 대상으로 삼을 수 없다”는 것을 들었다고 하는데 이 점은 이해하기 힘들다.


부동산이 남편 명의로 되어 있으면 남편이 그 부동산을 그대로 보유하고 재산분할비율만큼 현금으로 지급하게 하는 것이 재판실무상 관행이므로 주식 재산분할도 그렇게 처리하면 회사의 존립과 운영이 흔들리거나 다른 이해관계인에게도 경제적 영향을 반드시 미친다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나눠 줄 주식을 환산하여 현금으로 대신 줄 수 없을만큼 주식이 엄청나게 비싼 경우라면 주식을 현물로 나눠줘야 되는 상황도 있을 수 있지만 그 점까지 고려하여 (주)SK의 주식을 공동재산에 포함시킬 수 없는 특유재산으로 판단하였다면 그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할 수 밖에 없다.


다.결어

위에서 본 것과 같은 이유로 “제1심 판결의 논리에 따르면 대기업 오너들 뿐만 아니라 그 규모를 불문하고 사업체를 남편이 운영하는 부부의 경우, 외도를 한 남편이 수십년 동안 가정을 지키고 안팎으로 내조해 온 아내를 거의 재산상의 손실 없이 내쫓을 수 있다는 것이다.”라는 노관장의 인터뷰 내용은 일리가 있다.


시가 5,000억원의 대형건물을 개인명의로 보유하고 있는 남편은 그 건물이 특유재산이지만 공동재산으로 분류되어서 이혼할 때 재산분할로 부인에게 일정 지분을 빼앗길 수 있고, 똑같은 건물을 주식회사를 설립하여 주식회사 명의로 소유하게 되면 그 주식회사의 주식은 사업용 재산이므로 재산분할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논리도 성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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