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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N 변호사 Jan 09. 2024

은퇴의 이유

한달의 자유

20년 전에 로펌에서 나와 1인 변호사 개업을 하면서 하루의 자유를 얻었다. 출근시간도 내 마음대로 정할 수 있고 퇴근시간도 내 마음대로 정할 수 있고, 대낮에 영화를 보러 가도 된다. 


그러나 한 달의 자유는 얻을 수 없었다. 스페인에서 한 달 살기 같은 것은 한 달의 자유가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은퇴를 하지 못하는 이유는 죽을 때까지 강박적으로 벗어나지 못하는 '돈' 때문이다.


회사에서는 강퇴를 당하니까 은퇴가 가능하다. 그러나 자영업자의 경우에는 한 달에 얼마라도 벌 수 있으면 은퇴를 못하게 된다. 그렇기 때문에 은퇴를 가장 적극적으로 말리는 사람은 와이프다.


자영업자의 은퇴는 결단이 필요하다. 회사에서 쫓겨 나듯이 그렇게 자기를 내던져야 한다. 


은퇴를 한다고 해서 놀겠다는 것은 아니다. 생산활동을 해야 시간이 잘 가기 때문이다. 가장 큰 재미는 보람이다. 생산활동만이 보람을 느끼게 해준다. 


생산활동은 돈을 만들어 주면 좋지만 돈을 만들어주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창작활동은 다 포함된다. 목공을 하여 의자를 만드는 것과 같은 것이다. 잘 만든 의자는 돈까지 벌게 해주지만 그런 수준까지 못간다고 하더라도 스스로 의자를 만드는 과정에서 만족을 느낄 수 있다. 


돈을 벌기 위해서 해야 하는 일은 세상에 어떤 일도 재미있을 수 없다. 


아무 할 일이 없는 것은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권태를 불러 온다. 


은퇴는 한 달의 자유를 얻기 위한 것에 목적이 있다. 물에 떠내려가는 권태로운 편안함을 누리기 위해서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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