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이남경 Mar 22. 2021

당연한 기준치에 대하여

내 사람에 대한 기준이 있다.

내 사람이 되기까지의 과정은 무척이나 길지만 한번 선을 넘어오면 '이 정도는 당연히'라는 위선적인 마음이 드는 것이다. 나에게만 박한 줄 알았던 기준이 내 사람에게도 적용되는 모양이다.

당연한 기준치는 상대방이 나를 향해 보여준 어떠한 노력도, 진심도, 쓰여진 마음도 아무것도 아닌 게 되게 만든다. 그 당연한 기준치는 당연하다는 이유로 세상 밖으로 나온 모든 마음을 헤집어놓았다.
내 사람에게 자연스레 생기는 당연한 기준치 때문에 사람을 함부로 들이지 못하던 내게 요즘 들어 조금씩 내 마음속에 스며드는 사람이 생겼다. 스며오는 그 사람 덕분에 웃을 일도 많고 힘든 날들을 견뎌낼 힘이 생겼지만 동시에 생겨나는 당연한 기준치가 또다시 나를 힘들게 한다. 서로의 많은 부분을 존중하는 것이 사랑이라고 생각하는 그 사람은 어제 친구와 시간을 보내느라 자기 전에 인사를 못했다며 나에게 미안하다는 말을 건넸다. 그 사람에게는 그것이 노력이고 나를 지극히 생각한 행동이란 걸 알았지만 '배려해줘서 고마워'라는 말이 어려워 한참을 자신과 싸웠다. 당신의 노력이, 내겐 당연한 기준치였던 것이다. 나는 이겨낼 수 있을까?

매거진의 이전글 스스러운 글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