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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남경 Jul 13. 2020

스스러운 글

오늘 당신이 울었다. 견딜 만큼의 시련, 누구에게나 오는 시련이라며 자꾸만 억눌렀던 감정이 울컥울컥 당신 밖으로 넘쳐흘렀다. 나 잘 살고 있다가 왜 그러냐는 말, 당신은 잘 살고 있는 게 아니었다.


마음 둘 곳은 없이 자꾸만 욕심나는 마음을 감당하기 위해서 당신은 항상 자신을 억눌러야 했을 것이다. 감히 상상해본다면 생각보다 별로인 나를, 생각보다 뛰어나지 않은 나를 마주하면서. 이상 속의 나와 비교하면서. 떨어지는 자존감을 챙기고 계속해서 높은 곳을 바라보면서 가야 했을 것이다. 그냥 높은 곳을 보지 않으면 되는 거 아니냐, 욕심을 내려놓으면 되는 거 아니냐고 쉽게 말할 수 없다. 그게 쉬운 사람이었으면 진작에 이렇게 감정을 억누를 일이 없었을 테니까.

당신은 크고 있다. 감정을 컨트롤하는 방법을 몸소 배워가고 있다. 그 과정은 누구의 힘도 아니라 오로지 자신만이 견디고 이겨낼 수 있는 시간이라는 것을 안다. 당신이 내게 말했던 것처럼, 나 이겨낼 수 있게 도와달라고, 옆에서 강한 나로 있을 수 있게 도와달라고. 그 말처럼 나는 당신이 그 시간을 혼자 견디고 견디다 결국엔 자신을 내려놓는 법을 깨달을 때까지, 곁에서 묵묵히 있어주는 사람이고 싶다.

아주 길고 넓게 닦여진 길 위에서 나는 내 속도로 걸으며 네가 잠시 멈추겠다면 속도를 맞추겠다. 너를 기다렸다가 다시 함께 걷겠다. 그렇게 오르막이라면 같이 오르고 내리막이라면 같이 내려가고 평탄한 길이라면 가쁘게 몰아왔던 숨을 고르고 주변을 돌아보면서 같이 걷고 싶다. 혹여나 네가 자신에 대한 고민으로 힘들어한다면 나는 너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겠다. 그저 옆에 있어주겠다. 내 곁에 있다면 손을 꼭 잡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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