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대구에 왔다. 4개월 만이다. 날씨가 많이 더워졌다. 약속까지 시간이 남아서 약속 장소 근처를 걷다가 저 멀리에 십자가가 박혀있는 갈색의 건물을 발견했다. 언뜻 봐도 규모가 큰 성당 같았다. 왠지 그곳에는 내가 앉을 만한 공간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오르막 길을 올랐다. 계단을 밟고 가장 높은 곳에 도착하니 눈 앞에 연둣빛 잔디밭과 갈색 벽돌로 지어진 건물이 펼쳐졌다.
이어서 뛰어노는 아이들이 보였다. 평화롭다는 단어가 어울리는 곳이었다. 지금 나는 평화로운 곳의 나무벤치에 자리를 잡고 노트북 가방을 베개 삼아 누워있다. 뜨거운 햇살을 피할 수 있는 그늘이다.
"근데 세연아~ 너 술래라며" 아이를 부르는 듯한 엄마 목소리가 크게 들린다. '어쩐지 애들이 안 오더라' 그리고는 작게 다른 엄마의 목소리가 들린다. 웃음소리가 섞여있다.
이어서 윅윅 하는 기계음이 들리길래 잔디밭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잔디밭에 한 아이가 앉아있다. 아이의 근처에는 방울들을 둥둥 떠다니고 있다. 움직이는 곳으로 시선을 옮기니 아이는 자동으로 비눗방울을 만들어주는 기계를 잡고 있다. 방글방글 웃으면서 비눗방울 물총의 손잡이를 누를 때마다 윅윅 소리가 났다.
세연이는 비눗방울 놀이가 너무 재밌어서 술래인데도 잡으러 가지 않고 잔디밭에서 놀고 있었나 보다.
곧이어 친구들이 세연이에게로 뛰어왔다. 잡히지 않는 숨바꼭질이 재미없었는지 금방 돌아와서는 비눗방울 기계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다.
잔디밭, 그 위의 아이들, 아이들의 웃음소리, 타일이 박혀있는 길을 지나며 드륵드륵하는 킥보드 소리, 콩콩이 소리, 윅윅거리는 비눗방울 기계 소리, 나의 시야에 들어오는 비눗방울 서너 개, 갈색 벽돌에 고딕 양식의 건물, 연하늘색 하늘, 조금 보이는 잔디밭의 색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