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왕자의 먼나라 이웃나라 여행

Chapter.21

어린왕자는 어린왕자네 별에서 가장 큰 신문사에서 운영하는 시사 잡지 『주간조선』에 무려 13년 동안이나 시사 교양 만화를 연재하게 된다. 그리고 그 연재물을 엮어 다섯 권의 단행본으로 출간한 작품이 바로 『현대문명진단』이다.


보수적이기로 유명한 제일 큰 신문사에서 만화 연재를 제안받았을 때, 어린왕자는 솔직히 놀라기도 하고 걱정도 앞섰다. 그의 만화가 과연 성인 독자들에게도 통할 수 있을까? 게다가 보수 언론의 특성상 여러 가지 간섭이 따르지는 않을까 하는 우려도 있었다. 하지만 의외로, 신문사에서는 주제는 마음껏 정하라며 “젊은 사람들의 감각에 맞는 작품을 그리고 싶다”는 거의 백지수표에 가까운 제안이 왔고, 어린왕자는 기쁜 마음으로 연재를 시작하게 되었다.


어린왕자에 따르면 이 작품을 연재하던 시기는, 인류 역사에서 좀처럼 찾아보기 힘든 거대한 변혁의 시기였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어떤 정보가 가치 있는지를 선별하는 능력이 점점 중요해지던 시절이었다. 그는 국제화가 절실한 자신의 별에서, 해외 언론을 통해 세계의 흐름을 단편적이나마 입수해 독자들과 나눌 수 있었던 것에 큰 보람을 느꼈다고 말한다.


나는 『현대문명진단』이 어린왕자의 작품 중에서도 단연 걸작이라 생각한다. 어린왕자 스스로도 “내가 그린 작품들 중에 가장 많은 정성과 열정을 쏟은 것이 바로 『현대문명진단』이었다”고 고백했다. 사실 그는 이 만화의 제목이 너무 거창하다며 쑥스러워했지만, 새로운 시대의 흐름을 전 세계와 함께 호흡하며 ‘글로벌 마인드’를 만화를 통해 펼쳐 보이고자 한 열망은 분명했다. 그의 별 사람들에게 신선한 충격을 안겨 줄 수 있는 이야기를 찾기 위해 그는 언제나 최선을 다했다.


13년간, 세계를 뒤흔들었던 주요 이슈들이 이 작품 속에 고스란히 담겼다. 단순한 정보의 나열이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아낸 한 사람의 통찰과 해석이 담긴 만화였다. 예컨대 밀레니엄 버그 문제나 급속도로 발전하는 컴퓨터 기술에 대한 사회적 반응은, 당시 사람들의 과학과 기술을 대하는 태도를 엿볼 수 있는 귀중한 자료가 된다. 특히 독일 통일 이후의 혼란에 대해 깊이 다룬 부분에서는, 어린왕자네 별이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한 제안까지 담겨 있다.


어린왕자가 공상과학에 가까운 설정으로 예견했던 미래 기술 중 일부는 실제로 현실에서 상용화되기도 했는데, 이를 보고 사람들은 어린왕자를 예언자나 점술가가 아닌가 하며 웃곤 했다. 하지만 그가 보여준 통찰은 단지 감이 아닌, 치열한 관찰과 분석에서 비롯된 결과였다.


그의 별에는 당시만 해도 외국의 생생한 뉴스를 접할 수 있는 창구가 거의 없었다. 그래서 그는 늘 흥미롭고 신선한 이야기거리를 찾아야 했고, 『현대문명진단』은 그러한 노력의 결정체였다. 주제가 시사이면서도 대중적인 만화를 성인 독자에게 흥미롭고 유익하게 전달하기 위해, 소재의 선정에는 특별한 주의를 기울였다. 섣부른 선택은 지루한 이야기가 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당시 어린왕자는 해외의 신문과 잡지를 정기 구독하며 소재를 찾았다. 그는 독일의 디 벨트(Die Welt), 프랑스의 르 몽드(Le Monde), 데어 슈피겔(Der Spiegel), 렉스프레스(L’Express), 일본의 슈칸 아사히(週刊朝日) 등을 구독했고, 한 달 구독료만 해도 무려 100만 원에 달했다고 한다. 그는 유럽과 일본 신문을 샅샅이 훑으며, 미국 중심의 정보에만 편중된 자신의 별에서 접하기 힘든, 신선한 해외 뉴스를 발굴했다. 사람들은 그에게 “이런 소재는 도대체 어디서 구하는 거냐”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


그러던 어느 날, 마침내 어린왕자의 별에도 인터넷이 개통되었다. 그는 첫 컴퓨터를 구입해 외국 신문 웹사이트에 처음 접속했던 순간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고 했다. 인터넷은 종이 신문이 비행기로 날아오던 일주일의 기다림을 없애주었고, 값비싼 구독료를 절감해 주었으며, 무엇보다도 “방금 막 잡은 생선처럼 펄떡이는” 신선한 정보를 실시간으로 전해주었다. 그는 “인터넷은 신이 나에게 준 최고의 선물”이라며 웃었다.


인터넷은 그의 삶을 바꾸었다. 그는 이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삶의 방식을 바꾸는 약’, 곧 ‘라이프스타일 드러그’라고 표현했다. 작은 현상을 통해 인간 심리와 사회 구조를 만화에 담아내려면, 철저한 정보 수집과 분석이 필수였다. 그래서 그는 점점 취재기자처럼 살아갔고, 한 편의 만화를 그리는 데 3시간이 걸린다면, 자료 조사에는 그 세 배 이상의 시간이 소요되었다.


어린왕자는 매일 아침, 미국의 뉴욕 타임스, 프랑스, 독일 신문, 세계 주요 시사 주간지를 샅샅이 살핀다. 그의 일과를 듣다 보면, 최근 화제가 된 책 『돈의 속성』의 저자가 말한 정보 수집 루틴이 떠오른다. 그 책의 저자 역시 매일 수많은 외신을 모니터링하고 분석한다고 했지만, 어린왕자는 이미 훨씬 오래전부터 이 일을 실천하고 있었다. 다만 그의 목적은 돈이 아닌, 좋은 작품을 위한 소재 발굴이었다. 작품이 좋았기에 돈은 자연스럽게 따라왔을 뿐이다.


어린왕자가 여러 나라의 시사 정보를 자유롭게 접할 수 있었던 데에는 외국어 능력이 크게 작용했다. 그는 영어, 프랑스어, 독일어, 일본어 등 네 개 언어를 구사했고, 늘 “제2외국어는 나의 비밀 무기”라며 강조했다. “모두가 영어로만 경쟁하는 세상에서는 너무 힘들다. 다양한 언어를 배우면 세상은 블루오션이 된다”는 조언은 여전히 유효하다. 비록 나에게는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긴 했지만 말이다.


또한 그는 틈만 나면 해외를 여행했다. 현지 사람들과 어울려 술잔을 기울이고, 정원을 산책하며, 그들의 삶과 문화, 시선을 온몸으로 느꼈다. 아무리 전문서적과 신문, 잡지를 섭렵해도 진짜 정답은 ‘현장’에 있다고 그는 늘 말한다. 그런 그의 말이 마음에 깊이 박혔다. 삶의 진실은, 결국 책이 아니라 사람 속에 있다는 것을.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고, 오직 마음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을 어린왕자는 이미 알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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