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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남효진 Feb 02. 2021

미국식 마케팅 - 5) 구독

헬스케어 디자이너가 미국에서 눈여겨본 일곱 가지

구독(Subscription)은 일정 금액을 지불하고 정기적으로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독해서 사용하는 방식이다. 기업 입장에서는 고객을 좀처럼 해지하지 않는 구독자로 만들어 지속적인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전략이 된다. 구독 기반의 비즈니스를 성공시킨 사업가인 존 워릴로우는 '구독경제 마케팅 - 자동 고객을 만드는 서브스크립션 전략(The Automatic Customer)'이라는 책에서 효율성과 안정성을 주는 구독 매출이 모든 기업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참고. 구독경제 마케팅(The Automatic Customer)). 미국에서는 헬스케어 분야에서도 구독 모델이 기존 서비스들과 다른 장점을 가진 옵션으로 일찍이 소개되었다.


사진. 개인 맞춤형 영양제 정기구독 서비스인 페르소나(Persona)의 브랜드 홍보대사(Celebrity Brand Ambassador)인 켈리 리파(Kelly Ripa). 미국 ABC 채널의 아침 토크쇼 'Live with Kelly and Ryan'의 공동 진행자이자 배우이다. (출처. Award-Winning Host Kelly Ripa Becomes Persona™ Nutrition's Celebrity Brand Ambassador (CISION PR Newswire, 2020/2/20))


Vera Whole HealthPure Direct Pediatrics, 단어로만 보면 대체의학 서비스일 것도 같은 이 이름들은 미국에서 기존 일차 의료의 대안으로 나온 Direct Primary Care(DPC)를 제공하는 클리닉들의 실제 이름이다. DPC는 한 명의 의사가 수만 불의 연회비를 받고 최대 50 가족을 담당하면서 24시간 연락 가능하고 긴밀하게 케어해주는 MD²(엠디스퀘어드)와 같은 컨시어지 의료(Concierge Medicine)와는 구분된다. 한 달에 $125~$200에 해당하는 월간 또는 연간 회원비를 고정으로 받고 회원이 되어 필요할 때마다 보다 쉽고 길게 의사를 만나는 진료 모델이다. 클리닉 수준에서 일반적인 진료와 간단한 검사를 제공하고 봉합과 같은 처치도 일부 가능하다.


사진. Direct Primary Care(DPC)를 제공하는 Vera Whole Health의 시애틀 South Lake Union 클리닉

미국의 일반적인 클리닉에서는 환자들이 진료를 예약한 후 며칠~ 몇 주를 기다린 후 병원에 와서 예약 시간보다 평균 18분 늦게 평균 20분 간 의사를 만난다. 이와 달리, DPC 서비스에서는 예약을 요청한 당일에 정시에 의사를 만나 최대 1시간 동안 진료를 받을 수 있다. 또 원하는 만큼 많은 진료 예약을 잡을 수 있고 의사와 문자로 연락할 수도 있다. 의사를 쉽게 만나기 어려운 기존 서비스들에 지쳤거나 건강 보험이 없거나 높은 월별 건강 보험료에 부담을 느낀 사람들이 선택하는 대안이다. 그렇지만 DPC가 일차의료로서 제한적인 서비스만을 제공하므로, 수술이나 응급 서비스 등을 위해 월별 보험료는 보다 저렴하면서 고가의 헬스케어 서비스 이용 시에 대비할 수 있는 HDHP(High-Deductible Health Plan, 건강보험의 커버가 시작되기 전까지 가입자 스스로 부담해야 하는 금액이 높은 보험 형태) 건강보험에 동시에 가입하는 사람들이 많다.


DPC를 선택하는 의사들은 기존 건강보험에 대한 참여를 거부한다. 미국에서 건강보험들에 비용을 청구하고, 사전 승인이나 보장 거부와 같은 복잡한 절차를 해결하는 일에 한 의사가 연간 $99,000 이상의 비용을 지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루에 30명 이상의 환자를 보면서 건강보험과의 복잡한 행정 절차를 처리하는 대신, 건강보험과 상관없이 회원비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원을 지속적으로 확보하면서 더 적은 수의 환자를 만나고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는 길을 선택한 것이다. 일반적인 일차의료 의사가 1,000~2,000명의 환자를 만나는 것과 달리, DPC 의사는 평균 600명의 환자를 만난다.

(참고. Before you pay extra to join a concierge medical practice, consider these questions (The Washington Post, 2019/10/22), What Is Direct Primary Care? How DPC Works and the Pros and Cons (GoodRx, 2020/5/19), Pros and Cons of Concierge Medical Care (Consumer Reports, 2018/9/12), Fee for service is a terrible way to pay for health care (STAT, 2020/6/12))


DPC와 같은 가입자 기반의 수익 모델은 코로나의 유행으로 어려움을 겪는 클리닉들에게 대안적인 운영 방식으로 제안된다. 기존의 방식에서 클리닉들은 환자가 진료를 받을 때마다 수익을 얻었다. 그러나 코로나의 확산을 막기 위해 클리닉들이 환자의 방문을 제한하고 환자들 또한 대면진료를 자제하면서 소규모의 클리닉들이 생존에 어려움을 겪게 됐다. 코로나 유행 상황에서, 건강보험사들은 온라인 진료에 대해 비용을 지급하지만, Medicare는 직접 방문의 절반 정도 수준의 비용을 지급한다. 코로나 유행 이후까지 일차의료 서비스가 계속 살아남으려면, 대면 진료에 대한 의존 대신 환자에 대한 고정 요금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는다. (참고. Primary care is being devastated by Covid-19. It must be saved (STAT, 2020/4/29))


약에 있어 구독 모델은 더 일반적인 옵션이다.


먼저, 처방약들에 있어, 건강보험사들은 장기로 복용하는 약에 대해 보험사의 PBM(Pharmacy Benefit Manager)를 통해 운영하는 '우편 주문 약국(Mail-order pharmacy)'을 통한 우편 주문을 추천해왔다. 나의 경우, 임신 초기에 TSH 증가로 산부인과 의사가 Levothyroxine에 대한 장기 처방전을 발행하자 건강보험은 내게 우편 주문 약국을 소개하는 안내 우편을 보냈다.


사진. 의사로부터 6개월 간 리필 가능한 처방전을 받자 건강보험사가 내게 보낸 우편 주문 약국(Mail-order pharmacy) 이용에 대한 안내지. 건강보험의 우편 주문 약국을 이용하면 시간과 돈을 절약할 수 있다며 신청 방법을 알려줬다.

우편 주문 약국과 온라인 약국 모두 약을 집으로 배송해준다. 하지만 우편 주문 약국은 온라인 약국과 달리 건강보험을 통해 운영되기에 이용자가 건강보험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우편 주문 약국은 보통 한 번에 90일 분량의 약을 배송하며, 30일 분량의 약을 3번 구입하는 것보다 비용이 적게 들 수 있다. 이는 환자가 약을 계속 복용하도록 하기 위해 90일 처방약 구입을 보다 저렴하게 만드는 건강보험 때문이다. 당뇨병, 고혈압과 같은 만성 질환에서 장기로 복용하는 일부 제네릭 약들의 경우, 본인 부담 비용(co-pay) $0에서 몇 달러의 비용으로 90일의 약을 구입할 수도 있다. 배송에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약이 떨어지기 전에 다음 약이 제대로 배달되도록 온라인이나 전화로 확인해야 한다. 또한 즉시 복용해야 하거나 몇 번만 복용해야 하는 약의 처방전을 받는 경우, 우편 주문보다 동네의 약국을 이용하는 것이 낫다. (참고. CVS Pharmacy - Prescription Savings FAQ (CVS.com, Accessed on 2020/1/16), 5 Things to Consider Before Using a Mail-Order Pharmacy(GoodRx, 2018/12/6))


처방약이 일반적으로 개별 약병에 담아 제공되는 미국에서 처방약을 개별 팩에 담아 30일마다 배송해주는 서비스들도 구독을 기반으로 한다. 아마존이 인수한 필팩(PillPack)은 2013년부터 처방약과 함께 일반의약품과 영양제까지 개별 팩으로 담아 한 달 단위로 집으로 배송하고 있다. 연고, 시럽, 주사제, 흡입기와 같이 팩에 담을 수 없는 형태의 약들도 같이 받을 수 있다. 서비스 구독을 중단하지 않는 한, 필팩은 처방전을 확인해 매달 자동으로 약들이 담긴 팩을 집으로 보내준다. CVS도 2014년부터 처방약에 한해 개별 팩으로 포장해 30일 단위씩 집이나 지역의 CVS 매장으로 배송해주는 SimpleDose라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CVS는 처방을 받은 일반의약품에 한해 처방약과 같은 팩에 담아준다. (참고. The Best Prescription Subscription Services of 2021 (AssistedLiving.org, Accessed on 2021/1/16))


사진. PillPack의 종이 보관함(Recyclable dispenser) 옵션(위)와 CVS의 SimpleDose 보관함(아래)

영양제의 경우, 미국에서 2016년에 이미 영양제 온라인 판매의 77%를 점유한 아마존(Amazon)은 영양제 구입 화면에서 1회 구입(One-time purchase)인지 구독을 통해 할인받을 것(Subscribe & Save)인지 선택하도록 되어있다. (참고. Online vitamin sales are growing faster than the rest of e-commerce (Rakuten Intelligence The Brief Blog, 2019/2/23)) 같은 시기에 구독으로 배송받는 상품이 1~4개인 경우 5%의 할인을 받고, 5개 이상의 상품을 함께 배송받으면 15%의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참고로, 영양제 판매에서 아마존 다음으로 점유율이 높은 Vitacost도 상품 선택 화면에서 Deliver Once, Now & Every 30 Days와 같이 반복 주문 옵션을 제공하지만, 반복 주문에 따른 가격 할인은 보이지 않는다.


화면. Amazon에서 정기배송(Subscribe & Save) 옵션이 제공되는 상품을 1회 구입이 아니라 정기배송을 등록해 구입하면 추가 할인을 받을 수 있다. 일반의약품, 영양제, 의료소모품에서도 정기배송(Subscribe & Save) 옵션이 제공되는 상품들이 있다.

영양제 구독 서비스에서 보다 주목할 것은, 개인 맞춤형 영양제(Personazlied Nutrition) 서비스이다. 코로나의 유행으로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이 많아지면서, 바이오 데이터 분석을 통해 개인의 건강 목표에 도움이 되는 영양 계획을 맞춤형으로 제안하는 개인 맞춤형 영양제에 대한 관심이 더 높아졌다.  한국에서는 필리(pilly), 풀무원의 퍼팩(PERPACK), 모노랩스 '아이앰(IAM)' 등이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미국에는 Persona, Care/of, Nurish by Nature Made, Baze, FORMULA, HUM, rootine, Vous Vitamin 등의 개인 맞춤형 영양제 회사들이 있다. 이중, Persona는 2017년 네슬레(Nestlé Health Science, NHSc)가 인수했고, Care/of는 2020년 말 바이엘(Bayer)이 인수했다. 개인 맞춤형 영양제 시장에 대한 관심과 기대를 읽을 수 있다.


서비스들은 대부분 퀴즈를 통해 나이, 목표, 라이프스타일 등에 대한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해 개개인별로 다른 니즈에 맞는 영양제를 추천한다. Persona의 홈페이지에 나온 말처럼 다들 "어림짐작은 이제 그만! 당신에게 딱 맞는 영양제를 딱 맞는 용량으로 집에서 받기(Goodbye, guesswork! Get the right vitamins, at the right dose, delivered right to your door.)"를 권한다. 거기에 더해, Baze와 rootine은 혈액 검사 결과를 분석에 활용하며, 이를 위해 우편으로 혈액 검사 키트를 주문할 수 있다. 개인화된 영양제의 정기배송 서비스답게 한 번에 복용할 영양제를 한 팩에 담아 구독자의 이름을 표시한 경우가 많다. 한 번에 복용할 알약들을 한 팩에 담아 복용 순서대로 꺼낼 수 있도록 박스에 담은 PillPack의 패키지 디자인이 개인별 약 또는 영양제 배송 디자인의 원형 디자인과 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참고. Best vitamin subscription services to try in 2021 (CNET, 2020/12/21), The rise of personalized nutrition: Experts call for a “tailored approach” to push the needle (nutrition insight, 2019/8/2), Why Bayer acquired DTC vitamin startup Care/of (ModernRetail, 2020/9/2))


사진. 개인 맞춤형 영양제 구독 서비스의 패키지 디자인 예 (위로부터 Persona, Care/of, Nurish by Nature Made)

화면. 켈리 리파의 Persona 광고인 "Kelly Ripa’s Secret". 1970년 10월생으로 현재 50세인 켈리 리파는 늘 반짝이고 젊어 보이는 외모로도 유명하다. (참고. Kelly Ripa Reveals 15 Things She Does To Look So Young (TheThings, 2020/2/28)) 광고에서는, 사람들이 켈리 리파 외모의 비밀로 켈리 리파가 밤마다 뉴욕 필하모닉의 연주를 듣고 유니콘 털로 만든 메이크업 브러쉬를 쓰고 네팔에서 공수해 온 야크젖(yak milk)를 마시고  아마존 전사들에 의해 자랐기 때문에 에너지가 넘치는 것이라고 추측을 하지만, 켈리 리파는 사실 Persona의 맞춤형 영양제를 매달 집으로 배달받아 복용하는 것이 비밀이라고 고백(!)한다.

(출처. https://vimeo.com/405206243)

세련된 웹사이트에서 내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 다음 나만을 위한 영양제 팩을 제안하는 여러 서비스들을 구경하며 구독을 고민하다가, Nature Made가 만든 Nurish 사이트의 영양제 추천에 따라 아마존에서 Nature Made의 Vitamin C 500mg을 추가로 주문하는 선에서 멈췄다. 모든 영양제를 복용 순서 별로 한 팩에 담는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현재 복용하던 영양제들을 그대로 두고 매달 고정 비용을 부담하며 새로운 서비스에 가입하는 일이 아직은 부담스러웠다. 에버노트, 애플 클라우드, 어도비의 그래픽 프로그램들을 월간 또는 연간 회원으로 비용을 부담하며 이용하기 시작한 후 일단 구독을 시작해 생활이 된 서비스들은 웬만하면 그만두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편의성을 주된 이유로 또 다른 구독 서비스를 추가로 가입하는 일에 마음이 편치 않았다. 그렇지만 약을 복용하고 영양제를 챙겨 먹는 일이 더 복잡해지는 날이 온다면, 그때는 복잡한 일을 단순하게 만들어주는 서비스를 이용하는 결정에 주저하지 말자고 미리 다짐했다.




할인, 리워드, 샘플, 번들, 구독에 대한 미국식 마케팅을 접하며, 이 곳의 소비자는 건강을 위해 더욱 똑똑하고 부지런하고 깨어있어야 함을 느낀다. 아는 만큼 보이고, 아는 만큼 절약하고, 아는 만큼 편리할 수 있는 세상에서는 모르는 만큼 찾지 못하고, 모르는 만큼 더 지불하고, 모르는 만큼 불편하거나 위험할 수 있다. 헬스케어 분야에서 디자이너로 일하며 더 쉽게 더 편하게 더 잘 사용할 수 있는 제품과 서비스를 만드는 일을 위해 고민해왔는데, 더 좋고 편리한 선택을 하면서 동시에 더 저렴하게 사야 하는 소비자의 일 또한 결코 쉬운 것이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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