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남효진 Jul 16. 2021

고비용과 대안 - 3) 할인과 직구

헬스케어디자이너가 미국에서 눈여겨본 일곱 가지

미국에서 처음 처방전을 받았을 때, 미국 영화나 드라마에서나 보던 오렌지색 약 병을 나도 직접 경험해볼 수 있다는 것에 자못 설레었다. 클리닉에서 종이처방전 대신 전자처방전(ePrescription)을 내가 원하는 약국으로 보낸 후, 건강보험이 없을 때는 가까이 가지 못했던 약국의 접수창구에서 내 이름이 인쇄된 건강보험 카드를 자랑스럽게 보여줬다. 가까운 마트 안에 있는 약국과 CVS 등에서 매장 내 구조, 워크플로우, 약병의 차이를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었다. 그러나 갑상선 호르몬제인 리보싸이록신 (Levothyroxine) 50 mcg tablet의 한 달분을 Publix 마트 내 약국에서 $14.30에 구입하고 이후 같은 양의 약을 CVS에서 $12.09에 구입하면서 가격의 차이에 눈을 떴다. 약값이 중요했다.


한국에서는 건강보험의 적용을 받는 처방약의 가격이 어느 약국을 가든 같다. 그러나 미국은 약국마다 처방약의 가격이 다르다. 미국의 처방약 가격은 다른 국가들보다 높기 때문에 가격의 차이는 중요한 문제다. 한국에서는 국민건강보험공단이 한국 내에서 판매되는 약품의 가격을 협상한다. 그러나 미국은 정부 단체가 아닌 수많은 건강보험 회사들이 가격을 협상하기 때문에 가격 협상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더욱이 미국은 안전하다고 입증된 모든 약들이 시장에 출시되도록 하며 제약회사들이 자체적으로 가격을 책정하도록 허용한다. 미국과 OECD 32개국의 처방약 가격을 비교한 RAND Corporation의 보고서(2021)에 따르면, 미국 내 처방약의 평균 가격은 비교 국가들의 평균 2.56배이고, 특히 브랜드 약품의 가격은 비교 국가들의 평균 3.44배였다. 단, 브랜드가 없는 제네릭 약품들의 미국 내 가격은 비교 국가들의 평균 84%로 약간 낮았다. (참고. Prescription Drug Prices in the United States Are 2.56 Times Those in Other Countries (RAND Corporation, 2021/1/28), Why the United States has the highest drug prices in the world, explained (Vox, 2018/5/10))


그림. 미국 내 처방약의 평균 가격은 OECD 32개국 가격의 평균 2.56배이다. (Prescription Drug Prices as a Percentage of Prices in Selected Other Countries, All Drugs, 2018) (출처. International Prescription Drug Price Comparisons (RAND Corporation, 2021))


비싼 물건을 싸게 사려면 흔히 두 가지 방법을 이용한다. 하나는 할인, 또 하나는 해외직구이다. 약값이 비싼 미국의 약도 예외가 아니다.


처방약 할인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GoodRx (굳알엑스)


GoodRx는 처방약의 할인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대표적인 회사로, 그 외 RetailMeNot의 RxSaver, WebMDRx 등이 유사한 서비스를 제공한다.


미국에서 2011년에 설립된 GoodRx는 약국들의 처방약 가격을 비교해주고 건강보험 없이 현금가로 처방약 구입 시 할인을 받을 수 있는 할인카드와 쿠폰을 제공한다. 미국 내 75,000개 이상 약국들의 처방약 가격을 모니터링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19년에 원격의료 회사인 HeyDoctor를 인수한 후 GoodRx Care라는 이름으로 온라인 진료 후 처방전을 발급받는 서비스도 제공한다. (참고. Wikipedia - GoodRx)


GoodRx는 건강보험 없이 현금가로 약을 구입하는 소비자들에게 약국들이 원래 요구하는 높은 소매가격 대신, Express Scripts와 OptumRx와 같이 건강보험들의 약 관련 혜택을 관리하는 PBM(약국 혜택 관리자, Pharmacy Benefit Manager)의 네트워크 요금을 이용해 보다 할인된 가격에 약을 구입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 GoodRx는 소비자가 GoodRx의 할인 프로그램을 통해 PBM의 네트워크 요금으로 처방약을 구입할 때 PBM이 받게 되는 수수료의 일부를 받아 상당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참고. How GoodRx Profits from Our Broken Pharmacy Pricing System (Drug Channels, 2020/8/31))


그림. GoodRx 홈페이지에서 설명하는 GoodRx 이용법. 원하는 처방약 이름을 입력해 주변의 약국별 가격을 확인한 후 선택한 약국에서 구입하기 위한 쿠폰을 받아 약국에 보여주면 건강보험 없이 할인된 현금가 가격으로 처방약을 구입할 수 있다. 

영상. 아이의 처방약을 사러 약국에 간 엄마가 건강보험 적용 시의 $67라는 높은 가격이 부담스러워 구입을 포기하려다 약사의 소개로 최대 80%까지 처방약 가격을 할인받을 수 있는 GoodRx의 무료 쿠폰으로 똑같은 약을 $8.90에 구입하고 기뻐하는 이야기 (https://youtu.be/Yfb0c8TTon0)

사진. GoodRx의 처방약 무료 할인 카드 (Prescription Drug Savings Card) 예. GoodRx 홈페이지에서 신청하면 실물 카드를 집으로 무료로 보내준다.


브랜드 처방약의 캐나다/호주/영국 해외직구를 연결해주는 CanaRx (캐나알엑스)


2002년에 시작된 CanaRx는 캐나다 온타리오주에 본사를 둔 회사로, 미국의 소비자와 캐나다/호주/영국의 약국을 연결해주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캐나다/호주/영국은 미국 의회가 지정한 Tier One 국가에 해당하는 나라들로, 미국과 달리 정부가 약의 가격을 협상해 미국보다 약의 가격이 저렴하다. CanaRx를 이용하는 미국의 환자는 자신의 의사가 처방한 브랜드 처방약을 캐나다/호주/영국의 약국으로부터 직접 배달받아 미국보다 70%까지 낮은 가격에 구입할 수 있다. CanaRx를 통한 주문은 개별 소비자가 CanaRx와 서면 계약을 체결해 CanaRx를 소비자를 위해 쇼핑할 권한을 가지는 대리인으로 임명한 후 가능하며, 모든 주문에는 환자의 의사가 발행한 서면 처방전이 있어야 한다. CanaRx는 정품 판매를 위해 브랜드 약만을 다루며 이용자들은 제조업체에서 봉인된 포장 그대로의 제품을 받는다고 말한다. CanaRx에서는 가장 일반적으로 처방되는 300개 이상의 브랜드 약품을 판매하며, 항생제, 마약성 진통제, 냉장 보관이 필요한 약품, 의사의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용량 조절이 필요한 약품 등은 취급하지 않는다. (출처. Canarx 홈페이지)


영상. CanaRx 서비스와 이용방법에 대해 위와 같은 내용을 설명하는 홍보 영상 (https://youtu.be/_bzt6jhVRd0)


2019년 기준, 약 500개의 미국 내 도시, 회사 및 단체에서 직원과 퇴직자에게 CanaRx를 통해 약을 구입하는 옵션을 제공했다. 이 도시, 회사 및 단체들은 직원들에게 CanaRx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미국 내 처방약 가격이 아닌 캐나다/영국/호주의 처방약 가격을 지불하면서 비용 지출을 줄일 수 있었고, 직원들은 직장에서 제공하는 건강보험으로 미국의 약국에서 약을 구입 시 최대 $40까지 부담해야 하는 코페이를 면제받았다. 양쪽 모두 지출을 줄일 수 있는 선택이었다.


사진. CanaRx 홈페이지에 나오는 이미지. CanaRx를 이용하는 건강보험 가입자는 별도의 비용 부담 없이 브랜드 처방약을 받을 수 있음을 강조한다.

그런데 FDA가 2019년 2월 갑자기 CanaRx에 서한을 보내, 이 회사가 승인되지 않고 상표가 잘못 붙은 약들을 수입해 미국 소비자들의 안전을 위협한다고 경고했다. CanaRx를 통해 실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 대한 보고는 없던 상태였다. 그럼에도 FDA는 CanaRx의 서비스를 이용하는 도시, 회사 및 단체들에 CanaRx의 약품을 이용하지 말 것을 촉구했다. 


온라인 약국 확인을 위한 미국 소비자용 웹사이트인 PharmacyChecker.com의 대표는 CanaRx는 미국인이 해외에서 약을 구입할 수 있는 가장 안전한 방법 중 하나이며, FDA의 조치는 제약회사와 연계되는 정치적이고 홍보적인 목적이 짐작된다고 비판했다. 뉴스에 따르면, 기존에 CanaRx를 이용해온 많은 도시, 회사 및 단체들이 FDA의 경고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반응을 보였다. (참고. Many local governments shrug off FDA warning about Canadian drug imports (CNN, 2019/3/7)) 2021년 현재, New York 주 Schenectady County나 이사 장비 및 공간 대여 업체인 유홀(U-Haul)처럼 직원들에게 CanaRx를 통해 브랜드 처방약의 무료 제공 혜택을 제공하는 도시, 회사 및 단체들을 인터넷에서 여전히 다수 확인할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고비용과 대안 - 2) 크라우드펀딩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