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케어 디자이너가 미국에서 눈여겨본 일곱 가지
한국의 뉴스들에 등장하는, 질병이나 사고로 어려움을 겪는 비운의 미국 사람들에 대한 소식(참고 링크)에 으레 자주 언급되는 사이트가 있다. 바로 GoFundMe(고펀드미)다.
그런데 미국 사람들은 왜 의료비가 필요한 사람들을 위해 GoFundMe를 이용한 모금을 그리 많이 이용할까? 혹시 미국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돕는 일에 유달리 적극적이어서일까?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일까?
GoFundMe는 미국의 가장 큰 크라우드펀딩 플랫폼이다. 축하나 사업 후원부터 사고나 병원비까지 다양한 상황에 대한 자금을 모을 수 있다. GoFundMe 사이트에 가입한 후 거주 지역과 모금 종류를 선택하고 제목, 목표 금액, 사진이나 영상, 그리고 모금 이유에 대한 설명을 입력하면 새로운 캠페인이 만들어진다. 캠페인을 시작한 후에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릴 수 있도록 SNS, 메일, 문자, 그리고 지역사회 게시판을 통한 공유가 권해진다. 미국에서 이루어지는 개인과 자선 캠페인의 경우, GoFundMe 플랫폼의 이용은 무료이지만 기부 건당 2.9%의 거래 처리 수수료와 $0.30이 GoFundMe 몫으로 제해진다.
영상. GoFundMe 서비스와 이용 방법에 대해 설명하는 GoFundMe의 공식 영상 (How GoFundMe Works). 서로 돕는 것은 인간의 본성이며, GoFundMe는 도움이 필요로 할 때 그 도움을 찾을 수 있도록 사람들을 모은다고 말한다. 자신을 위해서든, 다른 사람, 애완동물, 사업 또는 비영리 단체를 위해서든, 매우 쉬운 방법으로 모금 캠페인을 개설해 자금을 모을 수 있는데, 모금된 금액은 매일 송금되어 연결된 은행 계좌에 며칠 내 전달된다고 설명한다. GoFundMe를 통해 모금을 할 경우 당신은 결코 혼자가 아니니(You're never alone) 오늘 당신의 GoFundMe를 시작하라(Start your GoFundMe today)는 말로 끝을 맺는다.
2010년부터 2020년 초까지 총 90억 달러 (한화 약 10조 원) 이상이 모금된 GoFundMe의 캠페인들 중 1/3은 의료비 기금 마련이 목적이었다. GoFundMe CEO에 따르면, 이는 GoFundMe가 의도한 것이 아니라, 사람들이 가장 중요한 문제에 GoFundMe를 이용한 결과이다. 미국에서 건강보험의 보장이 부족하거나 건강보험이 아예 없을 때 사람들은 감당하기 어려운 의료비를 해결하기 위해 GoFundMe를 통해 다른 이들의 도움을 요청한다. (참고. Wikipedia - GoFundMe)
그러나 GoFundMe가 미국 건강보험의 불완전한 보장과 높은 비용의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연구에 따르면, 2020년 3월부터 8월까지 미국에서 진행된 약 165,000개의 코로나 관련 모금 캠페인에서 10 건 중 4건 이상이 전혀 기부를 받지 못했다. 기부금 후원이 SNS 등을 통한 사람들과의 연결을 통해 이루어지면서, 경제적으로 보다 여유가 있는 사람들과의 연결을 가지고 있는 이들과 그렇지 못한 이들의 모금에 극명한 차이가 있었다. 더 넓고 더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사람들과의 네트워크를 가지는 것이 모금의 성공에 중요했다.
이미지. GoFundMe.com의 Medical 카테고리에서는 GoFundMe에서 성공적으로 진행된 의료비 모금 사례에 대한 설명과 함께 현재 진행 중인 의료비 모금 캠페인들의 목록을 볼 수 있다.
GoFundMe에서 성공하기 위해서는 더 길고 긴박하며 더 긍정적인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하지만 피해자의 이야기를 홍보하고 이에 대해 성공적인 모금으로 보상함으로써 의료비 문제가 의료 시스템의 실패 때문이 아니라 개인의 불행과 예외 때문이라는 오해를 조장하게 된다. 사회경제적으로 취약한 사람들은 크라우드펀딩과 같은 플랫폼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질 뿐만 아니라 자신의 질병에 대해 이해하고 이를 스토리텔링 하는 능력이 부족할 수 있어, 의료비 모금에 있어 또다시 격차를 경험할 가능성이 높다. 그렇기에 모금에서 사회 경제적 격차를 피할 수 없는 GoFundMe에 높은 의료비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돕는 지속적인 사회안전망의 역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참고. The inequality of the GoFundMe economy (The New York Times, 2021/6/21), Does Medical Crowdfunding Perpetuate Affordability Problems (Patient Engagement HIT, 2020/10/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