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전을 할 수 있는 나다. 하지만 할 수 있는 것과 잘하는 것은 엄연히 다르다는 것도 알고 있다.
나의 운전실력이 뛰어나지 않다는 것을 스스로 알고 있지만, 과연 운전을 잘한다는 것에 기준은 무엇일까.
기가 막히게 주차를 잘하는 것? 무사고 운전? 동시에 출발했지만 먼저 도착한 것?
내가 생각하는 운전을 잘함의 기준은 안전이다. 그것을 위해 노력하는 것들도 있다.
안전운전을 하는 것, 과속을 잘하지 않고, 신호를 지키는 것. 출발하기 전 좌우를 살피고, 최대한 집중하려 노력하는 것. 장거리 운전 시 빨리 가려고 욕심내지 않고, 피곤할 땐 휴게소에서 쉬어가는 것. 빨리 갈 수 없으니 여유 있게 일찍 집에서 나오는 것.
반대로 잘하지 못하고, 노력하지 않은 것들도 있다. 주차와 길 찾기다. 워낙에 길치라 내비게이션을 켜지 않고, 운전대를 잡으면 덜컥 불안해진다. 주차는 몇 번 긁고, 부딪혀서인지 겁이나 좁은 골목길은 웬만하면 들어가지 않는다.
주차난에 시달리는 곳이 대부분이라 여유 있는 공간에 주차하고, 여유 있는 공간이 없다면 유료주차장은 찾고, 그것 또한 불가하다면 차를 집에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뭐든 잘하면 좋겠지만, 노력하고 싶지 않은 부분도 나에게는 있다.
이 생각을 건드림 당하는 날엔 울컥하고 화가 치밀어 오르고 기분이 나빠 운전으로 훈수를 두는 사람이 유독 불편하다.
스스로 부족한 부분을 잘 알아서인 것 같다.
겁이 많은 성격이라 극복을 하는 것도 쉽지가 않은데, 훈수를 듣다 보면 차를 팔고 싶어 진다.
업무적으로 이동이 많아 차가 필요해 구매했고, 운전을 연습했다.
어쩔 수 없이 운전자로 지내지만 오늘은 다시 뚜벅이고 돌아가고 싶다.
기분 좋게 운전대를 잡았고, 내 돈으로 넣은 기름과 내 차가 이동수단이 되었는데, 나의 운전 스타일이 상대방은 못 미더웠나 보다.
상대의 말을 편하게 무시할 수 없는 관계에서 옆에서 해주시는 충고 같은 조언을 듣고, 평소라면 하지 않을 방식으로 주차를 시도했다.
결국 주차를 하지 못해 답답함을 느낀 상대방이 대신 주차를 해주었다.
기분 좋은 시작과 좋지 않은 끝으로 점심시간은 끝났다, 또 한 번 차를 팔고 싶었고, 퇴근이 하고 싶어졌다.
문득 예전에 만났던 전 남자 친구가 생각난다.
운전이 미숙한 내가 걱정이 되었나, 답답했나, 잔소리를 하도 하길래 다시는 함께 있을 때 운전대를 잡지 않겠다고 말했었다. 서운함으로 시작된 말이었다. 여행을 갈 때 항상 상대방 혼자 운전을 했는데 그것이 못내 미안해 조금이라도 쉬게 해주고 싶었다. 좋은 마음으로 운전대를 잡은 것인데 운전실력을 못 미더워하고 잔소리를 해대니 서로 스트레스받을 바에는 하지 않는 게 낫겠다 싶었다.
조금은 못 미더워도 자신의 운전 스타일과 달라도 위험하거나 문제가 되지 않을 상황이라면 지켜봐 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후 혼자 운전하는 것이 힘들어 보여 내가 할까라고 물으니 상대는 반가운 기색을 보였다. 다시는 운전에 관해 잔소리를 듣지 않았던 걸로 기억한다.
내 스타일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 누군가에게 나는 무언가를 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그럴 수 없는 상황이 관계가 불편한 감정을 끄잡아 올렸고 결론은 기분이 좋지 않았다.
오늘의 난 소심하고 나약했다. 비록 말로 할 수 없어 글로 써 내려가는 찌질함도 보이지만 글을 써 내려가면서 내면의 평화를 찾았다.
inner pe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