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악하며 살지 않기를

by 효수


선선한 바람이 불고, 해가 짧아졌다.


구월의 중순 그 어느 날 여름이 떠나고 있음이 온몸으로 느껴진다.


선선한 바람을 맞으며 먹었던 지난날의 회가 생각났고, 다시 먹고 싶어 졌다. 사실 날씨는 상관이 없다. 그냥 회가 먹고 싶은 거다. 지난날의 회가 회가 되기 전에는 물속을 유유히 헤엄치며 살던 물고기였을 것이다.


어항 속 물고기의 동그란 눈이 생각난다. 왜인지는 모르지만 그 눈이 눈에 아른거린다. 도마 위에 펄쩍 거리며 살고 싶다고 발악을 하던 모습도 생각이 난다.


잔인한 나와 너와 우리는 그것을 모른척했고, 앞으로도 모른 척할 확률이 높다.


어릴 적 함께 살던 할머니의 말이 떠올랐다. 이곳저곳 참견 거리를 찾아다니는 어린이에게 어딜 그렇게 펄쩍거리며 쏘다니냐고 했었다.


펄쩍거린다니, 참견하며 돌아다니는 어린이의 행동에 적절한 단어 선택은 아닌 것 같다.


나에게 펄쩍인다는 할머니, 단두대(도마) 위 임을 당할 위기에 처한 생선의 펄쩍임. 적절한 표현이 아닐지도 모르지만 그냥 사용하고 싶다.


펄쩍인다는 표현을 들을 때 나는 부산스럽고 활기차고, 발악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펄쩍이던 어린이는 가끔 상한 생선같이 행동하는 어른이 되었고, 따지는 것이 늘었고, 귀찮은 것들이 많아졌다.


적당한 속도를 유지하며 꼬리를 흔들고 물속을 헤엄치는 물고기의 모습처럼 급하지 않게 살아가면 좋겠다. 급박한 상황에 처해 발악하지 않기를, 운 좋게 점잖고 여유 있게 늙기를 바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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