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eat. 점심시간
베트남에서 아이들이 유치원에 등원하고 난 다음 매일 가장 기대되는 시간이 있습니다. 아침 10시부터 2시간 동안의 베트남어 공부를 끝내고 주변에서 하는 점심시간. 같이 공부하는 형과 주로 먹고 가끔은 아내와도 서로 시간이 되면 먹습니다. 대부분은 클래스메이트인 형과 함께 먹습니다.
형님과 저는 둘 다 해외여행을 오래 해서 그런지 거리 음식과 낯선 재료의 음식에도 우선 도전해 보는 것이 잘 맞았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수업이 끝나자마자 뭘 먹을지가 고민이 되고, 학교 주변의 맛있는 식당을 찾아보는 게 하루 중 루틴이 되었습니다.
학교 건너편에는 다양한 현지 음식들이 있습니다. 분짜, 포(쌀국수), 후 띠우(얇은 면), 넴(쌀국수), 베트남식 백반, 반미(베트남식 샌드위치), 보 네(스테이크) 등등 베트남분이 유튜브보고 만들어 파는 한국음식점도 있습니다. 재밌죠. 고르는 재미가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쌀국수나 짜조, 모닝글로리 정도를 주로 먹었는데 잘 듣지 못한 음식들이 여기서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거리의 한 면이 다음 블록까지 쭈욱 음식점, 주스가게, 카페가 늘어진 거리에서 하루하루를 골라서 먹어본다는 것이 꽤 재밌었습니다. 가격도 심지어 한화로 치면 약 3,000원에서 비싸면 5,000원으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그중 당황스러웠던 음식 중 하나는 분짜입니다. 한국에서도 흔히 먹고, 다낭에 여행을 갔을 때도 먹었습니다. 쌀국수 면에 허브 같은 야채들, 그리고 고기가 들어있는 차가운 소스에 면을 찍어 먹는 요리죠. 형님의 소개로 간 식당에 자리가 많이 없어 인도에 조그만 테이블과 목욕탕 의자 같은 곳에 앉았습니다. 메뉴판을 보니 '분짜 하노이'입니다. 북부 지역인 하노이의 주요 길거리 음식이라고 합니다. 분짜 2개와 튀긴 짜조를 시킵니다.
구운 양념 돼지고기와 미트볼이 들어있는 찍어먹는 소스가 나옵니다. 숟가락을 들어 한 술 떠봅니다. 아, 이거 소스가 아니라 수프입니다. 따뜻합니다. 그리고 간이 한국에서 먹는 것보다 약하고, 숯에 구운 고기의 향이 한가득입니다. 저의 고정관념이 깨졌습니다. 당연히 차가운 소스라 생각했는데, 따뜻합니다. 한국에서도 따뜻했나? 생각이 드는데 분명히 시원했습니다. 오늘의 최고 기온도 36도인데, 수프가 따뜻하니 놀랍습니다. 향신 초들을 넣고, 면을 바로 넣으면 면이 바로 스르르 퍼지며 수프의 맛을 머금습니다. 숯불로 구운 고기를 면과 함께 집어 입안으로 촥...불향과 함께 퍼집니다.
이런 새로움이 낯선 곳에서 기대감이 많이 줄어든 저에게 좋은 자극이 됩니다. 이를 시작으로 매일 새로운 집을 찾아가며 도장 부수기 식으로 먹어가고 있는데, 하루 중 이런 시간이 있어 참 감사할 따름입니다. 맛있는 집을 발견하면 아내와도 함께 가보기 위해 저장을 합니다. 분짜 집은 이미 다녀왔네요!
아이들 등원과 하원, 집안일 등의 일들이 있어 단조로울 것 같은 하루에도 이런 시간이 있어 감사한 오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