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병문안.
뉴스에 성준오빠가 자주 비친다.
신경을 쓰고 보는 영상도 아니고 주의를 기울이는 내용도 아니고 그냥 그의 회의가 비치는 화면에서 자주 그가 보인다.
늘 보던 사람인 듯 익숙하기도 하고 생경스럽기도 해서 "어라 요사이에 뉴욕에 있구나 " 정도로 반갑다.
저번 주에 전화가 와서 " 본사로 왔어 편하겠다"라고 물었더니 어이없는 듯 "더더 죽을 맛이다."
라고 답한다.
이야기인 즉, 중동지역은 지속적인 분쟁지역이지만 평화롭다고 한다
그런데 본사에 들어오니 회사가 뒤집어진 듯하다고.
갑작스러운 베네수엘라 그리고 트럼프와 유럽 정세가 어지러워서 일을 피할 수 없이 많아졌고 중동지역은 매일 전쟁이고 두 손 다 들었다고 한다.
그 와중에 성준이가 뉴욕본사로 복귀라게 된 이유는 실비아 때문이다.
실비아는 성준의 비서이고 성준과 호흡을 맞춘 햇수가 20년이 되었단다.
67세의 굉장히 노련한 비서이면서 오빠가 부재중인 사무실에 계절마다 화초를 꽉꽉 채워 놓고
자신이 사무실 주인인지 식물원인지를 헷갈리게 할 정도란다.
레바논 현지 근무를 하는데 실비아가 병가를 내야 한다고 연락이 와서 아무 일도 할 수가 없었다 한다.
자신이 없는 본사의 사무실에서 늘 혼자 자신의 일을 돌봐주던 사람인데 아프다니.....
연락을 받고는 후임을 채용하란 실비아의 말에 "결정을 왜 네가 해?"라고 답하고는 이틀 뒤에 본사로 돌아왔다고 실비아가 없는 사무실에 돌아와서 화초들 물을 주고 정리는 하고 일주일 휴가를 받았는데 마두로가 터졌다면서 볼멘소리를 한다.
다음 날 실비아가 입원한 병원을 갔고 실비아는 신장 쪽이 문제가 있고 한 달 정도 입원을 하고 휴식을 취하라는 진단을 받았고 회사에는 비서직은 공석으로 신청을 하고... 성준은 실비아가 없는 사무실에서 근무를 시작했고 그렇게 이주가 지나가고 있었다
금요일 오후 두 시에는 실비아 병실에 찾아간다.
실비아가 "남편과 아들모두 금요일에는 집에 가는 날이니까 금요일이 제일 좋다" 했다 한다.
금요일 오후 두 시에는 무조건 사무실에서 일을 접고 실비아에게 간다 한다.
뭘 사갈까 하다가 펌킨케이크, 피칸 파이, 당근 케이크를 번갈아 한판씩 사가지고 병실에 들어가서 오후 내내 실비아와 함께 보내는데 좋다고 한다.
"나는 살면서 금요일, 평일 오전에 사무실이 아닌 곳에서 케이크를 고른다고 베이커리를 찾아다닌 적도 없고
실비아가 머리에 롤업을 안 한 모습 상상도 못 했는데 화장기도 하나 없이 흩트러진 머리 모앙새로 반갑게 맞아주고 숙제 검사하듯이 사무실 나무들과 꽃들의 상태를 검사받고 옆방 사무실 사람들 험담을 듣고 실비아와 이십 년 같이 했는데 이번 이주일동안 모든 정보 다 알았지.. 엄청나더라 라면서 내게 전하는 성준의 목소리가 생기가 있다.
매번 전화를 통해서 복잡하게 듣던 그의 일상은 없었다.
단 하루 금요일의 휴일을 잘 즐긴다.
아침 열 시에 집에서 나와 열두 시 이십 분에 케이크를 픽업하고 병원에 가서 실비아와 케이크를 먹고 커피를 마시고 꽃 이야기를 듣고 오후네시 정도에 병원에서 나와서 32번가에서 설렁탕을 먹고 어슬렁어슬렁 돌아다니다가 집에 들어가서 세탁물 정리하고 그렇게 하루가 간다고 너무 좋다고 하는데 편안하게 들린다.
입사한 이래 주중휴일 추가 신청도 처음이었고 한가하게 편안한 맘으로 시내를 돌아다니는 것도 처음이고 실비아가 처리해 주던 자신의 월급명세서 정리도 사무실에서 해보았단다.
'전쟁이고 나발이고 마두로도 마두로이고 트럼프도 트럼프고 다 알고 보면 거기서 거기야 이제는 사무실 근무만 하면서 회의장 들어가는 업무만 하면 좋겠다. 넥타이 사야겠네. 흐 흐 흐' 웃는 성준이가 낯설다.
편안하고 따뜻했다.
나도 화장 안 하고 머리 엉망인 채로 케이크를 사가지고 오는 사람이 있었으면 하고 바란다.
뉴스에서 만나는 성준은 날카롭고 웃음기도 없는 모습인데.
일이 없어야 할 텐데 이젠 성준이 오빠에게 오빠라 부르는 것도 어색하게 나이가 들었다.
좀 한가해져야 할 텐데.